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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총총 May 14. 2023

[이런, 이란!] 고대도시 하마단 야행록

페르시아 솔로 방랑기

메디아 왕국의 수도였던 하그마타나(Hagmatāna)의 밤 뚫기


이란 하마단(Hamedan)은 구약성서에도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역사상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로, 이란에서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중요한 곳이다. 지금은 그냥 평범한 도시 같아 보이지만, 하마단은 기원전 550년경에 멸망한 메디아 왕국의 수도였고, 아케메네스 페르시아 왕조의 수도이기도 했다.

테헤란에서 하마단 가는 길.  이란은 산과 평지, 사막과 바다가 몽땅 있는 나라다.


이란이 세계적으로도 탑 그룹에 속하는 농산물 생산국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여기는 천연가스 매장량도 세계 1위고, 게다가 산유국이다.


철학자이자 의사였고 화학자이자 논리학자였던 사기캐 이븐시나(Avicenna, 980~1037)가 타계한 곳도 하마단이다. 그래서 하마단에 이븐시나의 묘가 있다. 한국 사람들은 잘 모르는 분이지만, 이븐시나는 유럽에서 현대의학이 시작되기 전까지 거의 700년 동안 누구나 인정하는 지니어스 탑티어 '학문의 왕'이었다. 이븐시나의 묘는 하마단에 머물면서 꼭 둘러볼 예정.


하마단 근처 휴게소. 완전 시골 휴게소라 좀 후졌다.


300km 좀 넘는 거리를 쉬기도 하고 천천히 달려 5시간이나 걸렸다. 이란 버스는 정말 복장이 터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시속 60km쯤으로 달렸나 보다. 아니, 뭐 그렇게 산길도 아니던데... 하...

게다가 버스는 목적지 부근 길거리에 승객들을 내려놓고 그냥 떠난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터미널'처럼 생긴 곳에 내린 기억이 손가락에 꼽는 듯하다.(중국의 소도시도 거의 승객들을 이런 식으로 버리고 가던데..., 우리나라 좋은 나라.)


내린 곳에서 게스트하우스에 전화를 걸어 '나 이제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 게스트하우스 여주인 누신(Nooshin)이 친절하게 방법을 일러준다. 택시를 하나 잡아타고 전화를 바꿔주란다. 내가 잘 오고 있는지 확인 전화까지 계속한다. 골목 어귀까지 나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영어를 참 잘하던 누신은 나중에 눈물을 글썽이며 작별하는 사이가 됐다.


여주인 누신(Nooshin)씨가 참 친절했던 호스텔. 하마단 자체에 호텔도 별로 없는데 이 호스텔을 잡은 건 다행스러운 일.


지금은 여행하기 좀 추운 시즌이라 썰렁하지만 백패커들 사이에선 나름 유명한 호스텔이란다.


게하 주인 누신이 차이와 딜라이트를 잔뜩 내준다. 누신은 5년 전 한국도 여행했던 베테랑 여행 경력자다.


아침 9시 반에 테헤란 게스트하우스에서 출발했는데 오후 5시가 넘어 하마단 게하에 도착. 뭐 했다고 기진맥진.

짐을 내려놓고 누신이 차려준 다과를 먹으며 잠시 떠들다가, 6시 반이 넘어서야 저녁 먹으러 이맘 호메이니 광장까지 걸어간다. 아무리 역사가 깊은 곳이라고 해도, 이건 뭐냐?

지금은 완전 시골 동넨데...?


게하 근처에 식당이 한 개도 없어 할 수 없이 이맘 호메이니 광장까지 3km 정도 걷는다. 여기가 하마단 중심이며 제일 번화한 곳.


광장을 중심으로 방사형 길에 바자르와 상점들이 밀집해 있다. 완전 로컬 바자르.


포도가 유명한가 보다. 바자르에서 포도가게가 제일 많다. 조금만 사 먹어보고 싶은데 말이 1도 안 통함. ㅠ


하마단엔 바다가 없는데 너희들은 어디서 왔니?


시장통으로 저녁 장 보러 나온 아줌마들이랑 가족들이 많다.


이동하는 날은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것도 못 먹는 까칠한 성격이라 저녁 늦게서야 먹은 첫 끼. 사실 저걸 먹고 싶었던 게 아닌데... 저런 거 파는 식당밖에 없.....


이맘 호메이니 광장에 도착했을 땐 파장분위기더만, 8시 즈음되니 갑자기 길바닥에 좌판이 막 펼쳐지더니 야시장이 생긴다. 너무 추워서 구제 겨울옷과 아우터 파는 데를 기웃기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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