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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BA Apr 03. 2023

SVB의 파산이 불러온 나비효과

금융위기 이후 최대 파산?

미국 현지시간 3월 10일,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실리콘밸리 은행(SVB)의 폐쇄를 선언했고, 이는 금융 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은행 폐쇄인만큼 국내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았습니다. SVB의 폐쇄가 앞으로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합니다. 


관련 개념 설명

신주인수권 : 미래에 새롭게 발행되는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로, 일정한 권리 행사 기간에 미리 정해진 행사 가격으로 특정 기업의 주식을 인수할 수 있음

증자 : 주식을 발행해 회사의 자본금을 증가시키는 것

파산 보호 : 법원의 승인을 받아 기업의 채무 이행을 일시 중지시키고 자산 매각을 통해 기업을 정상화하는 절차

달러 페그 : 통화가치가 미국 달러화 대비 일정 범위 안에서만 움직이도록 묶어두는 제도

도드-트랭크 법 : 대형 은행에 자본 확충을 강제하고, 매년 연방준비제도(Fed·연준)로부터 재무건전성을 검증받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치도록 한 일종의 규제법

재할인 : 일반 시중은행이 자금을 대출하면서 고객으로부터 받은 어음을 중앙은행에 제시하고 자금을 차입하는 것


✔️SVB, 그래서 뭐하는 사람들이었나요? 

스타트업과 IT 기업이 주 고객이었던,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은행이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벤처기업으로 꼽히는 에어비앤비, 우버, 링크드인 등을 비롯해,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해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로 성장한 시스코의 초기에 자금을 지원하며 중요한 자금줄 역할을 했죠!


대출을 해주며 스타트업의 신주인수권(워런트)을 일부 받는, '벤처 대출(Venture Debt)'이라는 실리콘밸리에 특화된 틈새 상품을 내놓고 스타트업에 유동성을 공급했습니다. 수년 동안 초저금리를 발판으로 신생 IT 업계가 호황이었고 돈이 넘쳐나면서 이 은행도 크게 성장했어요.


출처: cnbc.com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코로나가 기회였습니다


팬데믹 기간에 초저금리와 정부의 지원으로 시장에 유동성이 대거 공급되었고, SVB의 예금 계좌엔 현금이 대거 유입됩니다. 2020년 1분기 말 600억 달러 정도였던 SVB의 예금 잔액은 2021년 말 2000억 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순식간에 불어났죠.


SVB는 예금 적립금으로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진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 등을 사두었습니다. 2020년 SVB가 매입한 미 국채 등 증권의 잔액은 270억 달러 정도였는데, 2021년 말 이 규모가 1280억 달러로 불어났죠. 무려 5배에 달합니다! 미국의 모든 은행 가운데 자산대비 증권 투자 비율(55%)이 가장 높을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덩치를 불렸던 SVB, 미국에서 이 정도 규모의 은행이 폐쇄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입니다.


✔️그렇게 큰 SVB가 하루아침에 문을 닫게 된 사연…


코로나로 흥한 그들, 코로나로 저물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일단락되어갈 즈음, 미국의 금리 인상이 이어졌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1년 전부터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SVB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금리 인상의 최대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1) SVB는 이자율이 낮던 코로나 시국에 미국 장기 국채를 너무 많이 사들인 상태였어요.  이런 상태에서 이자율이 오르자 이들 장기채는 사실상 헐값이 됐죠. 이는 SVB가 보유한 자산 가치의 대폭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2) 금리 상승으로 IPO 등 자금 시장이 얼어붙고,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과 IT 기업들이 자금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SVB의 최대 고객이었습니다!) 돈이 필요할 때 가장 쉽게 돈을 구하는 방법은, 내가 은행에 맡긴 예금을 인출하는 것이겠죠. 기업들이 예금 인출을 시작하면서 SVB의 예금 잔액은 2021년 말 1890억달러에서 지난해 말 1730억달러로 줄었습니다.


결국 SVB는 고객의 예금 인출에 대응하기 위한 현금 확보 목적으로 지난 8일 장기 채권 210억달러(27조 7800억원) 어치를 매각했죠. SVB는 이 과정에서 18억달러(약 2조 38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뱅크런, 현실에서도 일어나더군요


발표 직후 SVB의 주가가 60% 이상 폭락하고, ‘빨리 자금을 빼야 한다’는 벤처캐피털 회사들의 경고까지 나오면서 고객들의 예금 인출이 이어졌습니다. SVB는 손실을 메우기 위해 22억 5000만 달러(약 2조 9700억원) 규모의 증자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뱅크런을 멈출 수는 없었죠.


9일 하루 동안 출금을 신청한 금액이 420억 달러(약 55조 6000억 원)에 달했습니다. 미국의 예금자 보호 제도에 따르면, 예금액이 25만 달러를 넘지 않으면 예금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실제로 기업 고객이 대부분인 SVB 예금 중 약 96%는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결국 내려진 폐쇄 결정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지난 10일,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 불능을 이유로 SVB를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한다고 밝혔습니다. SVB의 기존 예금은 '샌타클래라 예금보험국립은행'(DINB)이라는 법인을 만들어 이전하고 SVB 보유 자산도 매각한다는 방침이었죠.


✔️금융위기 이후 최대 파산, 세계 경제에 타격을 주다


현지시간 9일, 미국의 4대 은행으로 꼽히는 JP모건체이스(-5.41%), 뱅크오브아메리카(-6.20%), 웰스파고(-6.18%), 씨티그룹(-4.07%)의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큰 폭으로 내렸습니다.  시가총액으로 520억달러(약 68조 6천억원)가 하루 새 증발한 셈이죠. 그 여파로 S&P의 금융 섹터는 이날 4.1% 하락해, 코로나19 시기였던 2020년 6월 이후 최대폭 하락을 기록했습니다. 또한 지역 은행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면서 퍼스트리퍼블릭 은행과 시그니처 은행 등은 주가가 각각 14%, 22% 급락하기도 했죠.

Yahoo Finance에서 하락률 순으로 정렬했습니다. 은행이 많죠!

자금줄을 잃은 실리콘밸리의 기업 고객들


미국 테크-헬스케어 벤처기업의 44%가 이 은행 고객입니다.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주식시장 하락으로 스타트업들은 투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기존에 받은 투자금을 운영 자금으로 써야 하는 상황이 이어졌고, 이런 상황에 SVB마저 파산하면서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은 유동성 위기에 처하게 됐습니다. 투자금이 말라버린 상황에서, SVB가 맡아둔 기존 자금마저 꺼내쓸 수 없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되어버린 거죠.

Justin Sullivan / Getty Images

SVB는 세계로 뻗어나가는 은행이었고…


블룸버그 통신은 SVB가 영국과 캐나다를 포함해 중국, 독일, 스웨덴, 덴마크, 인도, 이스라엘 등지에도 진출해 현지에서 영업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태가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SVB 캐나다 지점은 지난해 대출 규모를 두배로 늘리기까지 했죠. 2019년 개소 이후 지난해 대출 규모는 4억 3천 500만 캐나다 달러(4천 160억원)로, 2021년 2억 1천 200만 달러에서 갑절 이상 증가했습니다. SVB의 기업 고객이 세계에 포진해 있다는 것은, 세계 기업이 자금난에 빠졌다고 해석될 수도 있겠죠.


은행 아닌 내 주식도 폭탄을 맞을 줄은


최근 미국 고용보고서의 발표에서 미국의 실업률이 오르고, 임금 상승률이 둔화한 것으로 분석되면서, 미국 금리 인하가 예상되며 주가에 호의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었습니다.

그러나 10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07% 하락한 31,909.64로 장을 마감했고, S&P 500지수는 전장보다 1.45% 떨어진 3,861.59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76% 밀린 11,138.89로 거래를 마쳤죠! S&P500지수 내 11개 업종이 모두 하락했고, 특히 부동산 관련주가 3% 이상 떨어졌습니다. 자재와 산업 분야까지 1~2% 이상 하락했죠.


✔️혹시 우리나라랑은 어떤 관련이...?


우리나라도 세계 경제의 일부죠! 슬픈 이야기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코스피 : 삼성전자 떨어지는 것도 무서운데 SVB 너마저

지난달 하순부터 순매도 추세를 보이고 있는 외국인 자금의 국내시장 이탈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는 전주(2432.07) 대비 37.48포인트(1.54%) 내린 2394.59에 마감했습니다. 특히 지난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5742억원, 2849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지수를 끌어내렸죠.

우리나라 은행주도 여파를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한국 스타트업도 SVB의 주요 고객이었다니


SVB는 지난 40년간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의 성장을 도왔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가장 많이 거래하는 은행 중 하나였습니다.  한국 스타트업과 VC도 많이 거래해 온 것으로 알려졌죠. 한 투자회사 관계자는 **"SVB에 자금을 넣어 둔 한국의 여러 스타트업들과 VC들도 SVB의 갑작스러운 폐쇄에 당황해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국민연금, 내 연금으로 무슨 짓을 한 거지


국민연금은 SVB가 속한 SVB 금융그룹의 주식을 지난해 말 기준 2300만 달러(약 304억원) 정도규모로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최근 들어 주가가 절반 가량 하락한 상황이었죠. 국민연금은 이 주식의 가격이 하락할 때 추가 매입하며 ‘저가 매수’에도 나섰습니다! 현재는 거래가 정지되면서 투자 자금 회수 자체가 불투명해졌죠. (참고로, 국민연금은 지난해 -8%대 투자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그래도 국내 은행은 안전하다는데…

국내 은행의 경우 이번 사태와 관련된 게 없고 자본 건전성도 강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국내외 금융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 및 점검에 나섰다는데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거시금융·경제정책을 총괄하는 4인방이 매주 일요일에 참석하는 일명 'F4 회의'에도 SVB의 파산을 타산지석 삼아 국내 금융계를 점검하자는 내용이 안건으로 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내 관계자는 "국내 금융 시장은 미국의 SVB와 사업 모델이 다르다"면서 "오히려 이번 사태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금리 인상을 제한하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어 이런 면은 긍정적일 수도 있다"고까지 밝혔죠.


✔️그래서 앞으로의 여파는 어떻게 될까?


금융 위기 후 최대 규모의 은행 파산, 이례적인 경우이니만큼 이런저런 추측도 많습니다. 대체로는 “금융 위기 사태 만큼의 여파는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에 무게가 실립니다만, 낙관론과 비관론 두 관점 모두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SVB는 좀 특이한 은행이었을 뿐(낙관론)

이번 SVB의 파산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처럼 금융업 전체로의 위기로 번지지 않을 거라는 예측이 많습니다. 그들의 고객이 미 테크 산업에 집중돼 있어 전반적 위기 전이는 제한적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죠. 모건스탠리는 고객 노트에서 “SVB가 맞닥뜨린 현재의 압력은 매우 특이한 경우로, 다른 은행들과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단언했습니다.


SVB처럼 고객이 특정 분야에 쏠리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 예금을 국채에만 투자하는 은행들은 많지 않다는 점, 대형 은행들은 훨씬 더 많은 유동성을 갖고 있다는 점. 이 세 가지 사항이, 이번 사태를 낙관적으로 전망할 수 있는 근거입니다.


그래도 일단은 마음의 준비를…(비관론)   

고객 기업들의 파산 등으로 위기가 번질 위험이 존재합니다. 실제로 글로벌 최대 스테이블코인(달러에 가격이 연동되는 가상화폐) ‘USDC’ 운영사인 ‘서클’은 33억달러(약 4조4000억원)가 SVB에 묶여 있다고 11일 발표했죠. 이후 1달러를 유지해야 하는 USDC 가격이 80센트대로 내려가는 등 가상자산으로까지 불안이 번질 가능성도 커지는 상황입니다.     투자 회사인 리퀴드 스톡의 창립 파트너인 그레그 마틴은 "기술 스타트업 절반 이상이 현금 대부분을 SVB에 보관하고 있다"며 스타트업들이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릴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렇게 스타트업들의 운영이 어려워지고, 파산으로 이어지게 되면, 세계 경제에 타격이 생길 가능성도 분명 무시할 수 없습니다.


SVB 사태 이후 미 금융주가 일제히 급락했는데, 최악의 상황은 금융 전반의 신뢰가 무너져내리는 겁니다. ‘뱅크런’이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지금도 발생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잠재적 위험이라는 현실도 드러났죠. 국민의 돈을 맡은 은행들이 위기에 무너지지 않을 충분히 안전한 ‘댐’을 구축해두었는지, 시급히 점검해 보아야할 때라는 뜻입니다.


SBA (파이낸스 시사 타임) 브런치는 매주 월요일 업로드됩니다. 

다음주에는 'SVB 파산 10일, 이제 시선은 금리로' 편이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출처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303121718001

https://www.yna.co.kr/view/AKR20230312001700091?input=1195m

https://www.chosun.com/economy/economy_general/2023/03/12/QEV4FOAHWZB67KBOTRQL7SCWTY/?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24270&ref=A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230312000063

https://economist.co.kr/article/view/ecn202303120022

https://www.hankyung.com/international/article/2023031120047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303112177i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46131

https://news.imaeil.com/page/view/2023031214572497445

https://www.wowtv.co.kr/NewsCenter/News/Read?articleId=A202303110005&t=NN

https://www.metroseoul.co.kr/article/20230312500205

https://www.asiatoday.co.kr/view.php?key=20230312010006116

https://finance.yahoo.com/losers

https://news.imaeil.com/page/view/202303121827057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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