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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BA Apr 17. 2023

크레디트 스위스의 코코본드…수류탄 투자?!

코코본드를 다량 발행하였던 크레디트 스위스가 UBS에 인수됨에 따라 해당 채권은 상각처리되면서 휴지조각이 되어버렸고 이로 인해 다른 글로벌 은행들이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내 은행들은 다소 다른 조건으로 발행되어 우리나라는 비교적 안전하다고 금융당국에서는 입장을 표방하고 있는데요, 이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사태일 것 같습니다.


관련 개념 설명

코코본드(Contingent Convertible Bond) : 유사시 투자금이 강제로 주식으로 변환되거나 상각되는 은행이 발행하는 자본증권의 일종으로, 조건부자본증권이라고 부르며 주식 전환 또는 상각의 사유 조건을 증권 발행 당시 미리 설정해 두는 채권입니다. 즉,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져 경영개선명령을 받거나 부실금융기관으로 분류되는 등 경영이 악화하는 특정 사유가 발생하면, 채권이지만 동의 없이 주식으로 바꾸거나 아니면 여기에 대한 돈을 안 갚아도 되는 조건 등이 걸려있는 다소 특별한 유형의 채권입니다.

본드런(Bond Run): 뱅크런의 파생어로 투자자들이 앞다퉈 본드(채권)를 판다는 뜻을 가진 신조어입니다. 본드런은 뱅크런이나 펀드런과 마찬가지로 투자자들의 신뢰와 믿음이 깨졌기 때문에 발생하며 본드런은 예금이나 돈을 맡긴 은행과 증권사가 부실해져서 내가 맡긴 돈을 되찾지 못할 것이란 공포가 커질 때, 채권을 산 투자자들이 해당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실해져 망할 가능성이 크다는 공포가 커질 때 ‘묻지마 팔자’에 나섬으로써 발생합니다. 바로 지금과 같은 크레디트 스위스의 파산 사태의 상황에서 말입니다.

신용부도스와프(CDS): 신용부도스와프는 부도가 발생해 채권이나 대출 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에 대비한 신용파생상품입니다. 채권을 발행하거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자금을 조달한 기업의 신용위험만을 분리해 시장에서 사고파는 신종금융상품으로 기업의 부도에 따른 금융기관의 손실위험을 줄여 거래의 안정성을 높여줍니다.


✔️그럼 이 코코본드는 크레디트 스위스랑 무슨 상관인데?


코코본드를 발행하면 은행 입장에서는 추가로 유상증자 등을 하지 않아도 유사시에 예비군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고 금융 당국 입장에서도 만에 하나 금융 기관이 부실해졌을 경우에도 당장 세금으로 공적 자금을 투입하지 않아 부담을 덜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그러면 이런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여기 투자하는 사람들은 뭐가 좋을까요? 이자를 많이 쳐줍니다. 조건이 불리하기 때문에 높은 이자를 주니까 안 망할 거 같은 회사들이 발행하는 코코본드를 그동안 많이 사 왔던 거예요.


크레디트 스위스 역시 160년 넘게 업력을 가진 유명한 스위스 2대 은행 중 하나로, 그 누구도 스위스 은행이 망할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거예요. 코코본드로 채권이지만 동의 없이 주식으로 바꾸거나 돈을 안 갚아도 된다라는 불리한 조건의 채권이어도 안 망할 것 같은 회사이니까 많은 기관들이 이렇게 발행된 코코본드에 투자를 한 것입니다.


출처: 로이터 통신

하지만 웬걸? 코코본드 전액이 상각되다니...

SVB 은행에 이어 CS은행마저 매각되어 이 과정에서 코코본드 전액이 상각되었습니다. 160억 스위스프랑(약 22조 6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AT1)이 상각 처리되면서 가치가 하루 아침에 휴지조각이 된 것이죠.


해당 CS 사태는 다소 이례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채권에는 선순위와 후순위가 있고 기업이 도산하게 되면 청산하는 과정에서 선순위가 후순위보다 우선하여 변제를 받습니다. 후순위 채권이 더 위험하기 때문에 선순위 채권보다 이자율이 높은 이유가 이것이지요.


마찬가지로 후순위 채권과 주식을 비교하면 후순위 채권이 우선됩니다.

하지만, 아래의 UBS의 CS 인수조건을 살펴보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상식과는 다소 다른 양상을 띱니다.


AT1 증권의 특성 상 채권자보다 주주들이 우선시되어, UBS가 CS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CS 주주들은 22.48주당 UBS 주식 1주를 받지만, CS의 코코본드를 가진 채권자들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게 되는 꼴인 거죠. 코코본드를 가지고 있는 기관은 주식보다도 더 위험한 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어졌다는 뜻입니다…


✔️도이체방크로의 도미노효과...?!

이번 사태로 코코본드의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해당 채권의 발행 규모가 큰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도 주가 급락 등 연쇄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래 보이는 그래프처럼 도이체방크는 크레디트 스위스 자산 규모의 2배 이상에 달하는데, 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다량의 AT1 채권이 휴지조각이 되었고, 이로 인해 도이체방크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치솟았기 때문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이체방크의 CDS 프리미엄 5년물이 이달 초 88bp(1bp=0.01%포인트)에서 이날 222bp로 높아졌다고 보도하여 도이체방크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알렸습니다. 이에 따라 도이체방크의 주가는 3월 24일 기준 8.54유로로 급락하였고, 앞으로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되는 현황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어떤 영향이?

사태 추이를 지켜보던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국내 채권시장으로 불길이 번질 가능성이 작다고 말합니다. 무엇보다 CS처럼 국내에서 AT1 등의 코코본드가 급격히 상각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유럽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합니다.


이번 CS의 급격한 상각은 CS AT1 증권의 트리거에 불과하다고 주장합니다. 트리거는 그룹의 연결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7% 이하로 떨어지거나, 스위스 금융시장 감독당국(FINMA)이 상각이 필요하다고 결정하거나, CS 그룹 AG가 파산하거나 부채의 중요한 금액을 지불할 수 없거나 기타 유사한 상황에 부닥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특별한 공공부문 자본 지원을 필요로 하는 경우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반면, 국내에서 발행되는 AT1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고 나서야 전액 영구적으로 상각되고,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등 자본비율이 크게 변동해야 하는데, 국내 금융기관은 10% 중후반 수준으로 이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트리거의 요건 중 하나인 감독당국의 결정이 있지만, 국내 은행권 AT1 조항에는 해당 내용 또한 포함되어 있지 않아 스위스를 비롯한 유럽 은행들과는 다소 다른 조건이라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신용평가에서 우리나라는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부실금융기관 정리 방식으로 여전히 구제금융(Bail-out)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라며 은행에 대한 정리 방식을 두고 Bail-in(내부구제방식) 국가인 우리나라와 Bail-out(외부구제방식) 국가인 스위스의 정부 결정이 같을 순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더 나아가서,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코코본드를 상각하기 전에 부실금융기관의 지정을 받아야 하는 절차가 존재하며, 이를 위해 자기자본비율도 지금의 1/8 수준으로는 떨어져야 한다고 언급하였습니다. 자기자본비율을 높게 유지해온 국내 금융지주로 불길이 번질 것 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추후 CS 사태에 이어 이슈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 하에 금융가에서는 해당 상황을 관망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국내 은행들은 글로벌 은행들의 코코본드로 인한 사태가 국내로 확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침들을 내놓았습니다. 예를 들어, 신한금융지주는 4월 콜옵션 만기인 1350억원의 원화 신종자본증권(코코본드, 2018년 4월 발행)에 대한 콜옵션 권리를 행사해 조기 상환할 예정이라고 27일 밝혔습니다.


신한금융지주가 콜옵션 행사를 미리 발표한 것은 크레디트스위스(CS)의 AT1 코코본드 전액 상각 이후 도이치뱅크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급등하는 등 글로벌 은행 시스템에 대한 우려 확산에 따른 선제적 조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Source: 연합뉴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현재 추가 조달 없이 중도 상환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상황이며 신한금융의 안정적 자본비율 및 유동성 관리를 통해 콜옵션을 행사해왔고 앞으로도 일관된 방식으로 행사할 것임을 밝혀 국내로의 확산을 방지하는 은행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SBA 파시타임(파이낸스 시사 타임) 브런치는 매주 월요일 업로드됩니다.

다음주에는 '국민연금… 돈 잘 벌고 있는 거 맞지…?' 편이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출처

https://newsis.com/view/?id=NISX20230327_0002242198&cID=15001&pID=15000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1400/article/6466124_36177.html

http://www.investchosun.com/site/data/html_dir/2023/03/24/2023032480142.html

https://www.chosun.com/economy/economy_general/2023/03/27/XAMMLY4M2ZHLXE5UJFBJFKSORI/?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

http://www.4th.kr/news/articleView.html?idxno=2036440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4824871?sid=101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212664&cid=43667&categoryId=43667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080063&cid=42107&categoryId=42107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930436&cid=43667&categoryId=43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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