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음식학(3)
일 년을 기다렸다. 밤호박의 제철은 6월~7월. 작년에 처음 먹어 봤는데 완전 내 취향을 저격한 맛이었다. 고구마는 밤고구마, 감자는 홍감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단호박 역시 퍽퍽한 밤호박을 가장 좋아한다. 이맘때가 되면 농장에서 밤호박을 직거래로 구입해서 먹는다.
주로 먹는 방법은 6월에 갓 수확한 밤호박을 사서 손질한 다음 4등분 해서 전자레인지에 쪄 먹기. 이렇게 먹으면 파근파근한 밤호박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손에 들고 베어먹으며 노란 개나리색에서 짙은 초록의 껍질까지 이어지는 예쁜 그라데이션을 들여다보곤 한다. 싱그러운 여름이 바로 여기 있다.
밤호박에 대해 알아보자
품종과 생산지
밤호박은 크기가 작은 단호박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밤호박은 대부분 ‘보우짱’이라는 품종으로, 토종이 아닌 일본에서 건너온 품종이다. 국내 종자로는 ‘미니강’이라는 품종이 있는데 재배 농가가 적어 찾아보기 힘들다. 국산 품종이 더 많이 재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밤호박(보우짱)은 제주에서 주로 생산된다. 올봄 비가 많이 와서 전반적으로 작황 상태가 좋지 않다. 호박이 익는 시기가 늦춰짐에 따라 6월 노지에서 재배된 밤호박의 수확량이 적었다고 한다. 장마가 끝난 7월 초에도 파근파근한 밤호박을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밤호박의 효능
칼로리가 낮고 포만감이 좋아서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음식이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포만감이 상당하다. 특히 부종, 부기 제거에 탁월하다.
맛있는 밤호박 고르기
퍽퍽한 식감을 좋아한다면
6월~7월 초에 후숙이 되지 않은 걸 구매해서 먹으면 된다. 숙성이 안 된 밤호박은 진하지 않은 초록색이고 줄무늬가 선명하지 않으며 속은 개나리색을 띤다.
달달한 맛을 즐기고 싶다면
밤호박은 숙성될수록 진한 녹색으로 변하고 흰색 줄무늬가 선명해진다. 속은 익어갈수록 개나리색에서 진한 노랑, 주황색으로 색이 바뀐다. 후숙하면 단맛이 강해지는 대신 수확 직후의 포슬포슬한 식감은 줄어든다.
밤호박 먹는 방법
손질하기
먼저 베이킹소다로 문질러서 세척한다. 깨끗이 씻어 껍질째 먹는다. 단단한 호박은 바로 자르기가 힘들다. 전자레인지에 1분~1분 30초 돌리면 쉽게 자를 수 있다. 이후 칼로 꼭지를 제거하고 숟가락으로 호박 속을 파낸 다음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쪄 먹기
퍽퍽한 밤호박의 맛을 제대로 보려면 단독으로 쪄 먹는 게 가장 맛있다. 밤호박의 파근파근한 식감을 가장 살리는 방법은 전자레인지, 에어프라이어로 익히는 것. 전자레인지로 익힌다면 4등분 기준 4~5분. 영양 파괴를 최소화하고 싶다면 냄비 찜기에 올려 익히기. 냄비로는 작은 단호박이나 잘게 썰었다면 약 6~7분, 큰 단호박이나 양이 많다면 대략 8~10분 정도 찌면 된다.
여름 채소랑 같이 먹기
그냥 먹어도 충분히 맛있지만, 상추나 케일 같은 잎채소나 오이랑 같이 먹으면 조합이 좋다. 채소를 곁들이면 샐러드, 한 끼 식사로 으뜸!
밤호박 보관 방법
겉면에 물기가 묻어 있다면 마른 수건으로 닦아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 이미 농가에서 출하될 때 며칠 말린 뒤에 판매가 되고 있지만, 택배로 받았다면 한 번 더 닦아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꼭지 부분이 잘 마르도록 둔다. 실온에 장기간 보관할 경우 후숙이 되어 단맛이 강해진다.
한번 먹어 보고 냉장 보관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퍽퍽한 식감을 오래 유지하고 싶다면 바로 냉장 보관, 며칠 내로 소비할 거라면 그냥 실온에 두고 먹으면 된다. 단맛이 더 나길 원한다면 그대로 실온에 보관하기.
뭐든 신선할 때 먹는 게 가장 좋다. 밤호박을 잘라서 냉동 보관하고 먹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게 쟁여 두고 먹진 않는다. 제철 음식은 제때 먹자는 주의라 6월에 한번 먹고 다음 해까지 기다렸다가 먹는다. 그렇게 먹는 게 제일 맛있다.
밤호박은 정말 맛있는데 안 좋은 점이 딱 하나 있다. 바로 손이랑 얼굴이 노래진다는 것. 그걸 감수하고도 먹을 만하다. 그냥 일 년에 며칠 노랑이로 지낸다. 당근 같은 채소를 많이 먹는 경우랑 비슷한 예인데, 다 먹고 나면 원래 피부 색으로 돌아오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홍감자, 초당 옥수수, 밤호박이 있어서
지난 유월이 풍성했다.
맛있는 제철 음식은
더운 여름도 기다리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