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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결 Nov 22. 2023

블로그 하는 히키코모리


나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다. 방구석에서 내가 매일 하는 일이 한 가지 있다. 바로 블로그 활동이다. 매일 1개 이상의 글을 포스팅하고 있다.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스마트폰에 쌓인 음식 사진을 털어 볼 요량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지금 이 글을 쓰게 만들었다는 게 믿어지는가? 나의 글쓰기는 블로그에서 시작되었다.


지금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는 두 개다. 하나는 일상과 생활 기록, 하나는 책 리뷰와 시를 기록하는 블로그가 있다. 블로그 운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게임을 좋아할 때 기록하던 게임 블로그가 하나, 책 리뷰를 쓰던 블로그가 하나 더 있었다. 기존에 썼던 책 리뷰는 필사에 가까워서 아깝지만 버리고 새로 만들었다. 새 이름으로 새 집을 지었다. 주 활동지는 이곳 브런치스토리처럼 일상생활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다.


나는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부터 스스로 '콘텐츠 크리에이터'라고 생각했다. 블로그는 나의 기록을 쌓아가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그 기록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점에서 나를 위한 글쓰기를 뛰어넘는 일이다. 블로그를 통한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하지는 않았지만, 하나의 일로 생각하고 임했다.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는 동시에 나름의 프로의식과 책임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블로그는 매일 에너지를 쏟는 일, 몰입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이 되어 주었다. 하루를 나의 시간으로 채울 수 있는 일이 한 가지 있다는 게 얼마나 의미 있는지 깨달았다.


블로그를 하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지속성이다. 나는 목표가 없었다. 블로그 이웃을 몇 명 이상 달성하고 블로그를 크게 키우고 인플루언서가 되겠다는 그런 목표들. 그냥 장기적으로 꾸준히 내 기록을 쌓아가고 싶었다. 어제와는 다른 오늘 하루의 결을 기록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활동 초반을 제외하고 매일 꾸준히 포스팅을 해 왔다. 덕분에 '꾸준함'이라는 값진 무기를 얻었다.



콘텐츠 생산자가 되다



블로그를 하기 전까지 나는 인스타그램도 해본 적 없는 사람이었고 수년간 유튜브를 보면서도 댓글 한 번 달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에서조차 나를 드러내기를 꺼렸던 사람이다. 블로거라는 콘텐츠 생산자가 되어 내 이야기를 공유하는 일은 그만큼 내게 낯선 일이었다. 그런 내가 블로그를 계속한 건 미니멀라이프, 자연식물식 경험을 공유하며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기 때문이다. 나도 이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마음 하나가 용기를 잃지 않게 만들었다.


나는 늘 다른 사람의 인생을, 이야기를, 콘텐츠를 즐기는 소비자로 살았다. 다른 사람의 일상을 들여다보기 바쁘다는 건 때로는 내 인생이 재미없다는 반증이 되기도 한다. 내 일상은 보잘것없다고 여겼기에 혹은 내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기에 다른 사람들의 재밌는 일상과 삶을 엿보는 게 편했다. 유튜브에 쏟아지는 수많은 브이로그에 빠져들수록 나의 삶과는 더욱 멀어져 갔다.


내 인생이 재밌어지려면 내 일상에 주목해야 한다. 세상에 별거 아닌 일은 없다. 매일 쳇바퀴처럼 굴러 가도 하루 종일 방구석에만 있어도 매일매일 조금씩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오늘의 특별함을 발견하는 건 바로 나 자신에 달려 있다. 그 발견을 돕는 일이 바로 기록이다. 오늘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가? 당신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귀 기울여보자. 진가는 사소한 것에서 드러나는 법이다.


블로그를 하면서 기록의 가치를 깨닫게 되었다. 오늘 있었던 일, 오늘 내가 느꼈던 특별한 감정, 요즘 내가 좋아하는 취미 등 나에 대한 기록이 쌓여 갔다. 나를 알아가는 일이 그 무엇보다 재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부터 알 필요가 있다. 나를 가장 잘 아는 방법 또한 기록이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냥 생각만 하는 것과 기록을 통해 보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기록을 통해 내가 모르던 나를 발견해 보기를 바란다.


지금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더 빨리 블로그를 시작하여 히키코모리 일기를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그랬다면 더 빨리 당신과 만날 수 있었을 텐데. 대단한 이야기가 아니어도, 누구든 시작할 수 있다는 의미다. 나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우리는 나와 비슷한 사고를 가진 사람, 나와 비슷한 생활을 하는 사람, 나와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과 손쉽게 연결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글은 대단한 경험을 한 사람이 쓰는 거야' '내 이야기는 인기 없는 이야기야' '누가 좋아해 주겠어' 앞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 누군가는 반드시 좋아해 줄 것이다. 진솔함은 통하게 되어 있다. 당신 스스로 신나게 떠들기 시작한다면 어느새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분명 존재한다. 당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세상에 여전히 존재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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