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글을 쓰는 히키코모리다. 작가란 작품을 창작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출간한 책이 없어도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작가다. 나는 현재 브런치스토리에서 두 개의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플랫폼에서 작가라는 이름과 자격을 부여해 주는 것과 별개로 나는 스스로를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내 글을 쓸 뿐이다.
매일 글을 쓰는 게 습관이 된 지금은 일단 쓰고 본다. 매일 아침 일어나 빨래, 식사 준비 등 아침 일과를 마치고 나면 첫 끼니를 먹는 점심 전까지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쓴다. 보통 오전에 글을 마무리 짓고 점심때 발행을 한다. 공을 들이는 글이거나 마감이 늦어지는 글도 최대한 마무리지어 저녁 전에 업로드한다. 이 계정에서는 거의 매일 글을 발행해 왔다.
글쓰기는 하루의 주요 일과다. 글을 쓰기 전까지는 책 읽기가 주된 일과였다. 가장 즐기는 취미인 독서가 어느새 글쓰기에게 자리를 내줬다. 글쓰기 초보여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글을 쓰는 게 더 재밌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글쓰기에 들이고 있다.
처음에는 글을 쓰기가 쉽지 않았지만 루틴이 되고 나니 한결 수월해졌다. 가끔은 머리가 아닌 몸이 글을 쓴다고 느낀다. 글쓰기가 습관이 되고 나면 힘에 부칠 때 책상 앞에 내 몸을 앉히고 글감을 던져 주기만 하면 어떻게든 한 편의 글을 완성해 내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기도 한다.
매일 글을 쓸 수 있었던 건 글감이 마르지 않은 덕분이기도 하다. 나는 나의 이야기를 글로 쓴다. 나의 생각, 일상, 생활, 경험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찾기 쉬운 소재이자 마르지 않는 글감이다. 블로그도 그렇게 시작했다. 책도 읽은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리뷰로 기록하면 내가 읽은 책이 나의 이야기로 재생산된다.
글쓰기를 시작하고 기록이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블로그 포스팅을 하기 위해서, 쓰고 싶은 글을 쓰기 위해서, 글을 보다 잘 쓰기 위해서, 틈틈이 생각, 글감, 문장, 표현들을 놓치지 않고 스마트폰에 기록했다. 수시로 메모를 하다 보니 글을 쓰면서도 다음에 연재할 브런치북 기획안을 미리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기록하는 습관이 뒷받침되면 글쓰기에도 탄력이 붙는다. 이제는 나의 생각과 일상, 삶을 기록하는 일이 습관이 되었다. 일기부터 블로그, 시와 에세이, 책 리뷰까지 모든 기록이 새로운 나의 재산이 되어가고 있다.
내게 글이란 나를 표현하는 도구다. 글쓰기란 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글이라는 도구로 그리는 일이자, 내가 원하는 나와 내가 바라는 세상을 꿈꾸는 일이다. 나의 전문가로서 나에 대해 글을 쓰면서 동시에 몰랐던 나를 알아가며 나와 더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글쓰기는 일차적으로 나를 위한 일이다.
그중에 하루결이라는 이름으로 쓰는 글은 독자들을 위한 글, 다른 필명으로 쓰는 글은 나를 위한 글에 보다 가깝다. 하루결이라는 이름으로 다 풀지 못하는 이야기를 다른 이름으로 써 내려가기도 한다. 최근 두 계정을 오가며 나를 위한 글, 독자를 위한 글을 함께 연재하며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서로 다른 결의 글을 쓰면서도 모든 글에는 치유와 공감이라는 공통된 힘이 있음을 느끼게 된다. 매번 부족한 글을 내어놓으며 독자들로부터 더 많은 것을 돌려받는 것 같다. 나를 위한 글이 다른 사람을 위한 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는 매번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오고 있다.
현재 하루결이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인 블로그 이웃과 브런치스토리 구독자 수를 합산하면 800여 명이다. 여기에 집계되지 않는 일반 독자는 훨씬 많다. 내 기준에서는 정말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있다고 느낀다. 가끔은 내 역량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느냐보다 한 사람이라도 나의 글로 연결될 수 있다면, 내 이야기가 한 사람에게라도 도움이 된다면 나는 계속 글을 쓰고 싶다.
오래도록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싶었다. 일찍이 좋아하는 일을 찾은 사람들이 몹시도 부러웠다. 그들은 내 기준에서 성공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왜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할까? 죽기 전에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 행운을 기다리고만 있었다.
글을 쓰는 일도 그랬다. 언젠가 막연하게 글을 쓰고 살아가리라는 생각만 했을 뿐이다. 이렇게 매일 글을 쓰게 될 줄은 올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 순간 행동으로 옮겼다. 그러자 어느새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이 이루어졌다.
어떤 일을 하고 싶다면 그냥 하면 된다. 새로운 일에 주저하게 될 때 발목을 붙잡는 건 현실의 난관이 아닐 수 있다. 그 일을 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이 나를 가로막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아야 한다. 어떻게든 하지 않으려는 핑계를 대고 있지는 않느냐고. 가능한 일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도 나 자신이며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것도 바로 나 자신이다.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고 싶다. 글을 쓰는 매 순간이 행복하지는 않다. 힘들고 지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는 나를 보고 깨달았다. 좋아하는 일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내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