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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HYE JI Apr 14. 2023

2. 나를 힘들게 했던 에티오피아

그런데 왜 에티오피아가 좋아요?

2012년, 에티오피아를 처음 갈 때만 해도 한국에서 에티오피아로 가는 직항이 없었기 때문에 '입국: 김해> 방콕> 아디스아바바, 출국: 아디스바바바> 베이징> 인천'을 경유하여 꽤 긴 시간이 걸렸다. 

2013년에는 '입국: 인천> 프랑크푸르트> 아디스아바바, 출국: 아디스아바바> 프랑크푸르트> 뮌헨> 인천'을 경유해서 다녀왔던 적이 있다. 에티오피아 직항은 2013년 중에 생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2014년 2월 처음 직항 타게 되면서 너무 기뻤다. 그 이유는 에티오피아를 빨리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나를 설레게 했던 것이 분명했다. '인천↔홍콩(기내에서 1시간 대기)↔아디스아바바', 이후에는 '인천↔아디스아바바' 직항으로 운행이 바뀌면서 점점 편하게 에티오피아를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2012년부터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직전인 2020년 1월까지 에티오피아를 매년 방문했다. 에티오피아를 다녀온 시기를 정리해 보자면 2012년 7월(10일), 2013년 1월~9월(9개월), 2014년 2월~2015년 2월(1년), 2016년 12월~2017년 1월(2개월), 2018년 9월(10일),  2019년 12월~2020년 1월(2개월) 9년 동안 빠짐없이 에티오피아를 다녀오게 된 것이다. 에티오피아를 방문했던 목적은 매해마다 달랐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곳이 너무 그립고 보고 싶어서였다.

 에티오피아(2012년)


지난 10년간 총 12개국을 다녀왔다. 그중 에티오피아는 9번을 다녀왔고 한 지역을 여러 번 가본 적도 있다(내가 좋아하는 랄리벨라(Lalibela)는 4번 방문). 난 에티오피아를 많이 가본 것이지 많은 나라를 다녀온 것은 아니다. 몇 개국을 다녀왔냐고 물어보기보다는 그 나라의 어떤 지역 다녀왔는지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을 하는데 그건 아마도 내가 에티오피아 내 여러 지역을 다녀오고 나서부터 일 것이다(방문한 지역: Addis Ababa, Dilla, Yabelo, Arba Minch, Sodo, Hawassa, Langano, Bahir Dar, Gondar, Lalibela, Ambo, Sandafa, Ginch, Galesakoftu, Hosaena, ShaShamane 등)


왜 에티오피아가 좋아요?

에티오피아가 좋은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 전, 먼저 에티오피아에 살면서 힘들었던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에티오피아 인지를 설명하기 위함이다.

에티오피아 가정식

01. 에티오피아를 좋아하는 나는 애석하게도 에티오피아 음식을 잘 못 먹는다. 주식인 인제라(Injera)는 영양소가 풍부한 곡물로 미국 등으로 수출하고 있는 훌륭한 음식이다. 인제라에 나물, 콩, 감자, 소고기, 양고기, 염소고기, 닭고기 등 다양한 토핑을 곁들여 먹는데 다행히 토핑 중엔 내가 먹을 수 있는 것이 몇 가지 있다. 하지만 인제라는 노력해도 먹기 힘들다. 그 곳에 갈 때마다 여전히 먹지 못한다. 대신 빵을 먹었고, 향신료가 강한 음식들 대신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아다니거나 만들어 먹었다.

에티오피아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메뉴 샤클라뜹스, 인제라, 빵, 꼬쪼


02. 에티오피아는 시골이든 도시든 거의 날마다 정전이 된다. 잘 사는 집은 정전이 되면 발전기를 돌리기도 한다. 전기가 나갔을 때 어떤 집이 잘 사는 집인지를 알 수 있을 정도다. 정전이 되면 전기만 나가는 것이 아니다. 전기로 물을 끓어 올리기 때문에 단수도 같이 된다. 일주일이상 전기가 끊겼을 때 일주일을 씻지 못한 경험을 했다. 에티오피아에 살았던 사람이라면 집 나간 전기에 대한 에피소드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에티오피아 벼룩에게 물린 자국

03. 에티오피아는 벼룩이 많다. 눈에 보이지 않는 벼룩은 에티오피아를 갈 때마다 나를 가장 힘들게 한다. 선천적으로 피부가 약한 나는 남들보다 피부 재생능력이 매우 늦다. 흉터가 한번 생기고 새살이 돋기까지 회복기간이 상당히 길다. 에티오피아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돌아오는 날까지, 짧게 가던 길게 가던 상관없이, 단 하루도 벼룩에게 물리지 않는 날이 없었고 긁지 않는 날이 없었다(가끔은 인천공항에서 에티오피아 항공 비행기를 타자마자 물리기도 한다).

현지인들도 벼룩 때문에 이렇게까지 반응하는 내 피부를 보고 많이 놀라워했다. 벼룩이 싫어한다는 계핏가루 등 여러 가지 민간요법을 사용해보기도 하고, 한국에서 사 온 다양한 연고들을 사용해 봤으나 그닥 효과는 없었다. 당시는 괴로웠으나 에티오피아를 사랑하는 상처들이 마치 훈장처럼 내 몸 곳곳에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말 가~끔 상처를 보며 에티오피아를 떠올리는 날도 있다.


이 외에도 불편한 것이 정말 많다. 하지만 이 불편함 속에 결코 불행은 없다. 에티오피아를 9번 다녀오면서 느꼈던 것은 지난 10년간 다녀온 12개국(에티오피아, 케냐, 독일, 탄자니아, 호주, 필리핀, 요르단, 태국, 베트남, 일본, 모로코, 말레이시아) 중 에티오피아는 가장 가난한 나라임과 동시에 가장 부요한 나라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나와 맞는 것 하나 없는 나라라고 할 수 있으나 인내하며 따라가야 하는 환경 속에서도 나는 에티오피아가 좋았고 여전히 그곳이 좋다. 불편함을 뛰어넘는 기쁨과 감사, 행복이 있었고, 그것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turning point)가 되게 해준 곳이기 때문이다.


불편함을 뛰어넘는 기쁨과 감사!
과연 에티오피아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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