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언 고닉의 <사나운 애착, 글항아리, 2021년> 을 읽고
문제는 엄마가 당신의 결혼 생활에 내려진 축복에 대해 거의 종교적인 믿음을 갖는 바람에 그에 조금이라도 못 미치는 세상의 모든 결혼을 무시하고 폄하했다는 점이다. 엄마가 나에게 백가지 방식으로, 천 가지 방식으로 가르쳐준 유일무이한 교훈이란 여자의 삶에선 사랑만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점이었다. 아빠의 사랑은 진실로 경탄할 만한 자산이었고 엄마의 권태와 불안을 보상해주었을 뿐 아니라 그 권태와 불안의 원인이기도 했다. (중략) 엄마의 사전에 있는 단어는 사랑이 아니었다. 사랑이었다. 가장 높은 차원에 있는, 영혼의 고귀한 본질, 윤리적 사명 자체였다.
“할머니가 이모 품에서 돌아가신 건 우리가 엄마 사랑하는 것보다 이모가 할머니를 더 극진히 사랑해서가 아니야. 이모는 할머니 지긋지긋해했어. 알잖아. 이모가 할머니 옆에 있었던 건 그게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모는 결혼하고 내내 친정 근처에서 살았잖아. 그건 사랑이랑은 상관없어. 그 시절이 무조건 더 좋았던 것도 아냐. 그냥 이민자들의 삶, 노동자 계층의 삶, 다른 세대의 삶일 뿐이지.”
“요즘에는 사랑도 노력해서 얻어야 한다고 말하는 거야. 아무리 부모 자식 간이라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