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그리고 용인술

- (마지막 회) 조직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by 아로하

"너는 여기서 NFT 같은 존재인데, 왜 나가려고 하니

대변인실로 가보는 건 어때, 원하면 얘기해"


몇 해 전, 조직을 나오던 그 무렵

NFT 아트 광풍이 불었었다.


새로 부임한 지 이제 막 한 달 된 새 국장님은

나가려는 내게 달콤한 회유의 말을 신박하게 해 주셨는데.

지금도 기억나는 'NFT' 발언이다.


지금은 머릿속에서 지워진 단어, NFT는

당시 여기저기 미디어며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곤 했지.

지금은 코인의 대표성이 된 듯한데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2~3년 전에는 NFT 미술품 경매로 유명세를 떨쳤다.

디지털 자산의 고유성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거래되는 시장.



2021년에는 마리킴의 'Missing and found' 작품이 6억 원에 낙찰되면서

온라인을 통해 보는 미술품의 가치가 실제로 입증되나 싶기도 했다.

<사진 설명> 마리킴 의 'Missing and found'


지금의 비트코인 가격을 보면 허무맹랑한 얘기는

아니었던 듯싶긴 한데,

요샌 또 잠잠하다.


그분이 말한 나와 NFT의 비유는 아마도 '고유성'을 강조하고픈 마음에서 나왔을 것.

"하나 뿐인 너"



이 조직에서 너의 존재는 특별해,

너만이 할 수 있는 일,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너'

'예쁜 말로 녹여주시네요 -'


감사한 말이었지만,

그냥 새로 뽑기 귀찮고 그냥 있던 애가 계속 있었음 싶기도 하셨겠고.


조직 내 자리란 언제든 누구에게든 대체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내가 그곳을 나와야겠다고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더 이상 해보고 싶은 일이 없었다는 것"


그냥저냥 편하고 익숙하게 다닐 환경은 조성된 반면,

너무도 루틴 해진 업무가 익숙해지다 못해

질력이 나고 있었달까.


물론 이때의 판단에는 고려하지 못한 요소가 있었는데,

이후 충분히 새로운 사업이 개발되었고.

이로 인해서 오히려 조직의 홍보역량과 범위가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이를 간과했던 나는 아쉽게도 이 확장된 영역을 벗어나게 되었지만,

덕분에 조직은 그 일을 잘할 수 있는

다른 전문인을 뽑아 일할 수 있게 되었으니

조직에도 훨씬 도움이 되는 선택이었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몇 가지 깨달음이 주어졌는데


애엄마든, 육아휴직을 썼든, 칼퇴를 하든, 성격이 지랄 맞든 간에

일단 일을 잘해야 한다는 것.

근데 그 '일'이라는 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나만이 좀 잘 할 수 있는 일,

나만의 고유성이 묻어나는 존재감 있는 업무여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누구나 대체될 수 있다.

하지만, 대체되기 어려운 이들도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고유성'에서 나온다.


당시 내가 그곳에서 처음 만난 모 국장님이 내게 한 이야기가 또 생각나는데


"대변인실에 OOO는 메시지를 잘하고

경제실 OOO는 기자스킨십이 좋고

복지실 걔는... 걔는 뭘 잘하더라

아, 걔는 술을 잘 먹지

박주임은 뭘 잘해볼 생각이야?"


이건 또 무슨 가스라이팅인가 싶었는데

굉장히 유의미한 발언이었기에

지금까지 기억에 남네.


나는 물론 술도 잘 먹었었지만

그건 누구나 먹으면 먹는 거고

심지어 당시 나랑 술먹고 싶어서 안달난 인간들이 수두룩 수두룩 천백명이라 쉽게 시간을 내주고 싶지 않았음.


그냥 나는 두 가지를 좀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잘해봐야겠다. 고 다짐했었고.

5년을 그렇게 보냈었다.



그 '고유성'을 갖게 되면,

여러 장점이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일을 즐길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자주 듣는 말이지만

"노력하는 놈은 잘하는 놈 못 이기고

잘하는 놈도 즐기는 놈은 못 이긴다고"


일을 즐기게 되면 사실상 아무도 못 말리는 놈이 되는 것.

인생의 절반 이상의 시간이 즐거워진다.

일을 하면서 그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물론 이렇게 일을 즐길 수 있으려면

사람을 잘 굴려 쓸 수 있는 조직력이 있어야 하고,

'용인술'이 탁월한 리더가 존재해야 한다.



*용인술: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을 너그럽게 받아들이어 인정하는 기술이나 재주.



모든 리더에게 있는 능력치는 아니다.

간혹 이를 끝내주게 잘하는 리더가 있다.

나는 운이 좋게도 그런 리더를 두 분이나 만났었고.


'잠깐 쉬러 왔다가 눌러앉은 가장 큰 이유'를

쓰고 나누며

다시 올 수 없을 설레고 행복했던 이런저런 기억들이 떠올라 좋았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

고맙고 고마웠던 이들에게 연락을 해보기도 했다.

중간중간 그들을 다시 만났고,

내 삶의 귀중한 페이지들을

다시 열어 함께 보았다.

또 차곡히 가슴에 품는다.



"우리가 아름답고 빛나는 일을

함께 했음을 기억하기를"

- 박노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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