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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ringtime Aug 18. 2023

초보식집사는 몬스테라도 어려워요

홈가드닝 어떻게 하는 거죠

"이거 내가 분갈이해 봐도 돼? 다 죽을지도 몰라"

"그래. 어차피 너무 징그러워서 버리려고 했었어"

"아니 열심히 크고 있는데 버린다고?"

"처치 곤란이잖아"


화곡동에서부터 함께 했던 걸로 기억되는 이 친구의 이름은 '몬스테라'. 식물에 대해서는 1도 모르는 두 사람에게 몬스테라가 오게 된 건, 지유의 어머니가 꽃집을 한다는 이유 하나 때문이었다. 열심히 돌보지 않아도 알아서 잘 자란다며 잎이 두 개 정도였을 때 데려왔더랬다. 생각날 때마다, 눈에 밟힐 때마다 물 한 모금씩 나눠주었더니 정말 알아서 쑥쑥 잘 자랐다. (내 인생도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용산으로 이사 온 뒤 거실에 두고 키웠던 이전과는 다르게 베란다로 터를 옮겼는데, 겨울에는 집 안으로 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지도 못했던 우리는, 동사로 몬스테라를 하늘나라로 보냈고 날씨가 따뜻해질 때쯤 지유는 또 다른 몬스테라를 데리고 왔더랬다. 그때까지만 해도 식물에 대해 관심이 없던 나는 (내 한 몸 간수하기도 어려운데 누굴 돌보나) 이전과 마찬가지로 그다지 애정을 주지 않았다. 우리의 적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베란다에서 일광욕을 제대로 해서 인지 이전보다 더 잘 자라던 두 번째 몬스테라는 더 이상은 한 공간에 함께 하지 못하겠다는 듯 늘어지기 시작했다.

죽여줘......

  



'몬스테라 가지치기', '분갈이', '수중재배'


이파리도 아닌 게 왜 이렇게 자라는 걸까 하며 징그럽다 여겨졌던 것이 뿌리라는 것을 알았을 때, 뿌리 한 덩이와 함께 다른 곳으로 옮겨 심으면 더 잘 자란다는 정보를 얻게 되었을 때, 물에만 담가두어도 알아서 큰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몬스테라의 생명력에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을 통해 얻은 얇은 지식을 토대로 다이소에서 구입해 온 화분과 흙, 부자재들과 함께 생애 첫 가지치기를 시작했다. 한 개로 이어져있는 이 친구를 3개 정도로 나누면 되겠지 하고 뽑아내니, 흙 속에 엉켜있는 뿌리가 가관이었다.


만만하게 보았단 작업은 결국 5개로 나뉘고 나서야 끝이 났다. 이게 맞나?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이제와 틀렸으면 어쩌겠는가. 하루에 사용할 에너지를 전부 소모했기에, 몬스테라의 끈질긴 생명력이 여전하길 바랄 뿐이었다.

 

이게 뿌리여 나무 막대기여
제발 살아줘라


겨울 내내 크는 둥 마는 둥, 나의 분갈이가 잘못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자라지 않았던 그들이, 봄이 오자 쑥쑥 자라나기 시작했다. 덕분에 물속에서 자라던 아이들은 흙으로 옮기는 작업까지 마쳤더랬다. 이마저도 쉽지 않았던 건, 이전에 분갈이하고 남은 흙을 사용하려고 했으나 곰팡이라는 것이 피어있지 않은가. 과습으로 인한 곰팡이는 봤어도, 사용도 안 한 흙이 초록색으로 변했다는 사실이 초보 식집사에게는 꽤나 충격적이었다.

인터넷에 여러분 이게 뭔가요?라고 올림

"이끼 아니야?"

"....아무리 봐도 이상한데"

"흙에도 곰팡이가 피나?"


공기와 닿지 말라고 꽁꽁 밀봉해 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서늘한 곳에서 보관하되, 통풍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된 우리는, 초심자의 운 덕분이었을까. 그동안 잘못된 보관법에도 멀쩡하게 흙들이 살아남아주었던 것이었다.


물에서 흙으로 다시 심어진 아이가 있는 반면 하늘로 간 친구도 있었다. 가장 큰 잎을 자랑하였기에 본체(?)와 떨어져도 잘 자랄 것이라 여겨졌던 아이를 눈여겨본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지유는 그 아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고 (언제 가지고 갔는지도 몰랐다) 해가 들지 않던 방 안에서 그 아이는 운명을 달리했다. 안타까운 마음의 원인을 지유에게 돌릴 수도 있었지만, 원래부터 내가 데려온 식물이 아니었기에, 다른 아이들이 있었기에 탓하지 않았다. 단지 다시는 몬스테라를 겨울이 아닌 이상 방으로 데리고 가지 말라고 한마디만 했을 뿐.

뿌리 나는게 넘나 신기해서 매일 사진 찍었다




"바질 한번 키워볼까?"


잘 자라는 몬스테라 덕분에 용기가 생긴 나는 바질 씨앗을 작은 화분에 심어보았다. 유튜브에서 배운 지식으로 심은 바질은 일주일 만에 싹이 났고, 자라나기는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모조리 죽어버렸다. 그들이 자라는 동안 정말 하루에 10번은 들여다본 것 같았다. 애정을 쏟아부었지만(?) 전멸해 버린 화분을 보고 있자니, 식물에 대한 용기는 다시 바닥을 쳤다.

다 내 입으로 올줄 알았지..

"다시 안 키워?"

"응. 왜 죽은 걸까?"

"... 너무 일찍 심은 거 아닐까?"

"방안에서도 잘 자란다던데"

"..... 글쎄"

"몬스테라나 키울랜다"


어느 해 여름보다 뜨거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요즘,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해를 받는 방향을 틀어준다거나, 그들의 흙이 마르지 않았는지와 같은 소소한 것들을 수시로 체크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몬스테라가 가만히 두어도 자라는 식물이라지만, 내게는 세상 어려워진 식물이 되가는 요즘이다.

쑥쑥 자라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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