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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에게 루틴이라는 안식처

주간회고와 아침일기로 세우는 직장인의 삶 - by 롤라

by 주라기
퇴근 후에 대체 뭘 해야 할지 몰랐던 신입 시절, 넋 놓고 쉬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끝나버려 허무해하곤 했는데요, 이제는 조금씩 저만의 시간을 채워가며 회사 바깥의 삶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 시간들이 제 중심을 단단히 잡아주기도 하고요. 이글에서는 제가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주간, 일간 루틴이 어떻게 제 삶을 풍요롭게 하는지 담아보았습니다.

Part 1. 더 나은 삶을 위한 루틴

주간 회고로 매주 내 삶을 돌아보는 시간

나만의 주간 회고 루틴

회고의 형식은 변주가 되기도 했지만 내용은 언제나 KPT 형식을 따릅니다

이제는 2년 정도 지속해 온 저만의 루틴이 있다면, 바로 주간 회고입니다. 실제 프로젝트 회고에서 사용하는 KPT(Keep / Problem / Try) 회고 방식을 지난 일주일에 대입하는 것인데요, 한 주간 어떤 부분을 잘했는지(Keep),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Problem), 어떻게 개선할지(Try) 매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해당 회고 방식에서 가장 중시하는 부분은 1) Problem이 단순히 현상 나열이 아니라 원인에 대한 분석을 포함해야 하고, 2) Try가 명확하게 실행 가능한 액션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이번주에 무엇이 문제였는지’가 아니라 ‘왜 그런 문제가 발생 혹은 반복했는지’ 스스로 고민하고, ‘다음 주에는 어떻게 개선할지’ 분명한 액션 아이템을 도출하는 것이죠. 뿐만 아니라 회고의 앞뒤에는 이번주에 한 일과, 생각을 기록하고 스스로 한줄평을 남기기도 합니다! 한주를 정리하는 나름의 방식이랄까요.


이런 주간 회고는 사실 인턴 시절, 제 마음을 다잡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그토록 원하던 기업에서 시작한 인턴 생활이 생각보다 매우 불만스러웠던 나머지 동기부여가 전혀 되지 않았던 시절이었는데요, 답답한 마음에 어떻게 이 문제를 개선할지 생각하다가 스타트업에서 배웠던 회고를 떠올렸습니다. 여러 가지 회고 방법을 찾다가 가장 간단하다고 생각한 KPT 방식을 기반으로 매주 주말 회고를 쓰기 시작했죠. 그렇게 시작한 회고의 시간이 저만의 힐링이자 주말 리추얼이 되어 인턴십 이후에도 지속하게 되었고, 작년부터는 성장을 꿈꾸는 주니어들을 모아 회고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각기 다른 업무를 하는 주니어들끼리 매주 모여 회고와 독서를 합니다

매주 회고를 하다 보면, 의식적으로 내 삶을 개선하기 위한 고민을 시작합니다. 직장인의 삶이란 대개 반복적이고 무료해서 살다 보면 그냥 살게 되는데요, 매주 회고 시간 덕에 그래도 한 번씩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사실, 현재 생활에 문제가 있어도 이걸 어떻게 개선하고 실행으로 옮길지 고민하는 시간을 의식적으로 가지지 않으면 그대로 지속하게 되는 경우가 많죠. 그런 면에서 제게 회고는 매주 제 삶에 경종을 울리는 알람과도 같습니다.


회고에 목표를 더하기

크게는 연간 목표를, 작게는 그에 해당하는 분기 별 목표를 정해 매주 그 진행 상황을 확인합니다

회고 모임을 진행하면서는 회고에서 나아가 연도 별, 분기 별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요, 크게는 한해 목표를 만다라트 계획표에 따라 잘게 나누고, 이를 기반으로 각 주제별 분기 목표를 세웁니다. 이루고 싶은 목표를 실행 가능한 단위로 쪼개서 실제로 그것을 이루기 위해 당장 이번주, 오늘 해야 할 것을 파악하고 노력할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고 미루다 보면 결국 똑같이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요, 분기별로 목표를 두니 ‘이번 분기 안에는 한 번이라도 하자’라는 마음이 생기게 되었죠. 그 마음이 모여서 결국 큰 목표까지 도달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요?


아침 일기로 매일의 시작에 긍정 에너지 더하기

하루를 시작하는 리추얼

올해부터 제 아침을 새롭게 바꾼 루틴이 있다면 바로 아침 일기인데요, 주로 평일 아침 출근 전에 짤막하게 하루를 준비하는 개인 시간입니다. 저는 ‘하루 5분 아침 일기’라는 책의 형식을 따라 오늘 감사할 일, 노력할 일, 자기 확언을 세줄 정도로 간단하게 기록합니다. 이 일기에는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그날의 좋았던 일과 개선할 수 있었던 것도 기록하게 되어 있습니다만, 저는 이 부분도 아침에 함께 씁니다. 어제의 하루를 돌아보고 오늘의 하루를 새롭게 여는 저만의 리추얼이죠.

하루 5분 아침 일기의 속지 (출처: <하루 5분 아침 일기> 상세 소개 페이지)


사실 제가 처음 관심을 둔 것은 아침 명상, 자기 확언이었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습관 중에는 꼭 아침 명상이나 자기 확언이 있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이것이 쉽게 루틴으로 자리잡지는 못했는데요,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된 갓생 브이로그에서 이 아침 일기를 알게 되었습니다. 하루의 감사와 확언을 간단한 형식으로 쓸 수 있기에 무작정 올해 초부터 아침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아직까지 매일은 아니라도 꾸준히 쓰고 있습니다. 특히 회사 생활이 힘들 때면 출근 전에 무조건 찾게 되는 것이 이 일기입니다.


아침 일기를 추천드리는 이유는 하루 시작의 프레이밍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루 시작 전, 감사와 자기확언을 통해 오늘을 긍정적으로 정의하고, 최선의 하루를 만들기 위해 실제로 무얼 할지를 고민할 수 있죠. 내가 오늘 하루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만들어갈지 아침에 미리 생각하고 그렇게 실행하다보면 하루하루 느끼는 만족감도 더 커집니다. 내 삶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스스로 노력했다는 걸 누구보다 자신이 가장 잘 알기 때문입니다.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의 아침 일기!

이처럼 매일의 시작에 내게 주어진 하루를 어떻게 대할지, 오늘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지 생각하다 보면 의식적으로 나를 돌보고 ‘조금 더 나은 하루’를 보내게 되죠. 그리고 그런 매일이 쌓여서 ‘더 나은 나’로 나아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출근이 두렵고 버거울 때면 자꾸 아침 일기를 꺼내 들게 되는지 모릅니다.



Part 2. 직장인의 삶에 의미를 더해주는 루틴

직장인에게 루틴의 의미


회복 탄력성 치트키


한 루틴앱 대표님의 인터뷰에서 정말 공감했던 말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루틴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나중에는 루틴이 나를 지켜준다”. 사실 습관이라는 게 다 그렇듯이 계속하다 보면, 그냥 하게 되죠. 그렇게 루틴이 자리 잡으면 나의 컨디션, 감정 기복에 영향 없이 지속할 수 있습니다. 마치 우리가 기분에 따라 양치질을 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좋은 루틴을 만들어 놓으면 내가 아무리 쳐지는 날에도 몸이 자동으로 루틴을 수행하고, 이를 계기로 다시 컨디션을 회복하기도 합니다. 루틴은 내 삶의 리듬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잠깐 엇나가 있더라도 다시금 나를 최적의 리듬으로 데려오는 것이죠!


자기 관리는 곧 자존감 상승으로!


직장인으로 살면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일터에서 자신을 소모하게 됩니다. 매일 8시간, 내게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는데 치이고 나면,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죠. 저는 루틴을 수행할 때, 제 자신을 챙기고, 스스로 ‘더 나은 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느끼는데요, 이런 점에서 제 자신에 대한 감각을 유지시켜줍니다. 그리고 결국 내가 내 삶을 관리한다는 행위에서 조금씩 자존감을 키워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루틴이 감옥이 되지 않으려면..


미라클모닝 유튜버로 유명한 돌돌콩님의 EO 인터뷰를 보다가 머리를 탁! 쳤던 말이 있었습니다. 바로 ‘루틴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되면 안 된다’는 말씀이셨는데요, 목적 없이 루틴을 지키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면 루틴은 감옥이 된다는 것이죠. 루틴에서 중요한 것은 수행보다 목적에 있으니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라고요. 오랜 시간 루틴 형성에만 노력을 기울이던 저에게 다시 한번 각성이 되는 말이었습니다.

루틴은 자괴감을 주는 감옥이 아니다 (출처: EO 유튜브 채널 영상)

직장인에게 루틴은 안식처가 되기도 하지만, 감옥이 되기도 합니다. 루틴을 안식처로 만들려면, 내가 결국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생각해봐야 하죠. 저는 매일 비슷하게 반복되는 하루를 사는 회사원이지만 조금씩 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이고 싶었고, 아침마다 스트레스가 가득한 채로 출근하는 직장인이 아니라 스스로를 충분히 돌보고 충전된 상태로 업무에 임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고와 일기의 루틴이 피곤한 할일이 아닌 나만의 충전 시간으로 꾸준히 이어져올 수 있었습니다. 이런 걸 보면, 마음처럼 루틴이 잘 이뤄지지 않을 때, 점검해야 하는 건 행동 자체보다 그 목적과 그를 향한 마음가짐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ditor_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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