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과 피드백의 중요성 - by 롤라
우리는 모두 일잘러가 되고 싶어하죠. 하지만, 아직 병아리 직장인에게는 일잘러의 벽은 조금 높을지도 모릅니다. 그럼 일을 잘하는 주니어는 어떤 사람일까요? 오로지 주니어의 관점에서 제가 보고 감탄했던 동료, 즉 일잘-주니어의 커뮤니케이션과 업무 스킬에 대한 글을 담았습니다.
선배님의 지시를 ‘해석’하기보다, ‘확인’한다
회사에서 주니어들은 대체로 선배님의 지시에 맞추어 결과물을 가져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배님의 지시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흡수하는 과정은 일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 점에서 자신의 이해가 맞는지, 혹은 해당 지시가 어떤 의미인지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명확히 이해하는 ‘확인의 커뮤니케이션’은 일잘-주니어의 첫 번째 요건이라 생각합니다.
당연히 선배님들께서 명확하게 지시를 주시면 최선이겠지만, 가끔은 선배님들도 애매하게 지시를 하실 때가 있죠. 선배님께는 당연한 부분이기 때문에 설명을 생략하시는 경우도 있고, 단순히 바쁘시다 보니 섬세한 설명까지 못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주니어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 많지 않으니 구체적이지 않은 지시에 혼란스러워할 따름이죠.
인턴 시절에도 이런 일이 가끔씩 발생했는데요, 그때 선택했던 최악의 방법은 저희끼리 선배님의 지시를 ‘해석’하는 것이었습니다. 인턴들끼리 모여 "이런 의미가 아닐까요?" “저런 의미가 아닐까요?” 추측이 난무했지만, 지시를 주신 건 선배님이고 저희는 독심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답 없이 시간만 지체되기 일쑤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토론의 장이 열릴 때마다 한 동기는 선배님께 직접 질문드리기를 택했습니다. “저희가 A와 같이 이해했는데, 말씀하신 의미와 이와 동일할까요?” 이런 식으로 말이죠.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특히 당시는 재택근무 상황이었기 때문에 인턴이나 신입이 선배님께 메신저로 알림을 보내는 것이 조심스럽기도 하고, 혹여나 내가 당연한 걸 질문드려서 좋지 않은 인상을 줄까 봐 두렵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 친구는 선배님의 지시와 자신의 이해 사이에 공백이 생겼을 때, 그 간극을 좁히고자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했습니다. 사실 처음엔 ‘저 친구 왜 매번 질문드리지?’ 싶었는데요, 그만큼 해야 하는 일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해서 불필요한 시간 지체나 혼선을 줄인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선배님의 요청을 잘 받아들이고 명확히 이해하기 위한 질문이었죠.
주니어 단계에서는 아무래도 선배님이 시키는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그만큼 선배님의 의도에 맞게 결과물을 가져가야 합니다. 이때 상대의 지시를 잘 파악했는지 자발적으로 확인하는 습관은 결과물에 큰 영향을 주죠. 그러니 선배님의 말을 ‘해석’하려 시간을 소모하기보다 '확인'하는 것이 결과물의 퀄리티를 높이는 지름길입니다. 예전에 한 동기가 선배님이 하신 말을 공유를 해주었는데요, 이런 걸 보면 선배님들도 '확인의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하시는 것 같습니다.
“질문하지 않고 혼자 저 멀리 가버려서 데리고 오는 것보다, 계속 확인해서 귀찮게 하는 게 낫습니다.”
겸손한 커뮤니케이션은 선배님의 부담을 덜어준다
물론 커뮤니케이션 스킬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주니어에게 중요한 것이 커뮤니케이션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동기에게 배운 다른 하나가 바로 ‘친절하고 겸손한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선배님이 어떤 일을 맡기시든지, 항상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감사를 표현할 줄 아는 주니어였죠. 사실, 일을 하다 보면 굉장히 상투적으로 감사한다는 말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그 친구는 특유의 언어로 진정성 있게 감사를 표할 줄 알아서 참 부러웠습니다. 선배님이 일을 요청하실 때면, “이런 업무를 맡겨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하거나 “열심히 해보겠다”라고 긍정적으로 답변을 하는 것이 저까지 기분 좋게 하더군요.
친절한 커뮤니케이션은 상대를 감정적으로 편하게 해 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을 요청해야 하는 선배나 동료의 감정적인 부담도 덜어주는 효과가 있죠. 협업을 할 때도 이런 사람과 하고 싶은 것이 당연합니다.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사람에게 일을 주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요? 요청을 받았을 때 그걸 스스로의 성장 기회라 생각하고, 감사히 배우려는 주니어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결국 겸손하게 커뮤니케이션할수록 본인에게 좋은 기회가 돌아올 확률을 높이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친절한 커뮤니케이션은 그 자체의 선함이 아니더라도 일을 잘하는 주니어라면 꼭 필요한 태도입니다.
빠른 실행과 피드백의 반복
커뮤니케이션 챕터에서도 말했듯이 주니어의 업무는 선배님의 업무 지시를 전제로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잘-주니어일수록 더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받으며 결과물을 개선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한정된 시간에서 더 많은 피드백을 받기 위해선 일단 뭐라도 만들어가야겠죠. 그래서 지체 없는 실행이 세트가 됩니다. 즉, ‘빠른 실행과 피드백을 통한 개선’이 핵심입니다
간혹 주니어들이 선배님께 완벽한 결과물만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고민으로 시간을 지체하다가 제대로 된 피드백과 수정도 반영할 겨를 없이 최종 결과물을 내야하는 경우가 있죠. 물론 그 마음도 백번 이해합니다. 저도 그런 마음에 중간 공유를 어려워하는 신입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사실 주니어 단계에서는 한 번에 대단한 결과물을 낼 수도 없고 대체로 그런 걸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그 사실을 알고 스스로 빠르게 단계를 나눠서 결과물을 진화시키는 편을 택하는 것이 현명하죠.
주니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먼저 자신이 이해한 것을 토대로 결과물을 내고 중간 공유와 피드백을 통해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선배님 입장에서도 결과물에 대해 코칭하기 더욱 수월하죠. 이미 열심히 다 완성해왔는데 선배님이 원하는 방향이 아닌 것보다, 계속해서 결과물을 확인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선배님에게 여지를 드리는 것이 선배를 편하게 하는 일잘-주니어라고 생각합니다.
위 내용을 종합해보면 결국 일을 잘하는 주니어는 ‘선배님을 잘 활용하는 사람’이 아닐까요? 한 인터뷰 영상에서 최명화 마케터님도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상사는 모실 대상이 아니라 여러분이 활용해야 될 최고의 자원이에요”. 선배님께 이해의 공백을 확인하고, 선배님의 의견을 바탕으로 결과물을 발전시키는 방식은 주니어의 자산 중 하나인 ‘선배님’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합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주니어 단계에서 한 번씩은 ‘내가 선배님이라는 자원을 잘 쓰고 있나’ 체크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일잘-주니어란 선배님을 잘 활용하는 주니어이기 때문입니다.
- Editor_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