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인물을 탐구해 정리한 일잘러의 조건 - by 도푸지
일잘러... 그거 도대체 무엇인가요? 인스타그램에 일잘러 키워드만 나오면 홀린 듯이 클릭해 보는 저였는데요. 주니어가 일을 잘한다는 건 또 다른 의미인 것 같아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며 얻어낸 일잘-주니어의 조건을 탐구해 보았습니다.
일잘-주니어는 말하기 쓰기부터 다르다
회사 생활을 한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가장 많이 느낀 것 중 하나가 바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었습니다. 사실 취준생 시절 면접을 볼 때면 '저의 강점은 커뮤니케이션 어쩌고 저쩌고'를 복창했었는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사실 '일잘러'가 커뮤니케이션을 잘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일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여기서의 커뮤니케이션을 잘한다는 것은 단순히 '소통을 잘한다', 혹은 '말을 잘한다', '글을 잘 쓴다'의 의미는 아닙니다. 소통을 잘하고,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쓴다는 것의 기준은 모호할뿐더러, 그 의미가 꽤나 추상적으로 들리기까지 합니다. 그렇다면 커뮤니케이션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커뮤니케이션의 요건 중 하나는 바로 명확성, 즉 ‘상대방이 원하는 정보’와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의 요지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즉, 상대방이 원하는 정보를 잘 캐치해서 이를 명확히 전달하고, 내가 궁금한 것 혹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상대방이 납득 가능하게, 그리고 가독성 있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이유
회사에서의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돼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 안에서의 리소스 분배도 참 중요한데요. 커뮤니케이션에서도 꽤나 리소스가 든다는 것을 최근 많이 느꼈습니다. 상대방과 메신저 혹은 전화를 통해 여러 번 티키타카 하는 과정 속에서 왜인지 힘이 빠지고 진이 빠지는 경험들을 해보신 적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특히 메신저라면 메신저를 보내고 → 답장을 기다리고 → 답장이 오면 다시 메신저를 보내고 →... 이런 과정이 오래 걸리면 걸릴수록 에너지가 꽤나 많이 들었던 것이죠.
그리고 명확성은 이러한 과정을 많이 줄여줍니다. 상대방이 원하는 정보가 무엇인지 깔끔하게 파악한다면 상대방이 내가 아는 바를 정정해 줄 일도, 본인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다시 이야기하지 않아도 됩니다. 반대로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걸 명확히 전달한다면 상대방이 내가 의미하는 바를 재차 확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말하기 뿐만 아니라 글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독성이 좋은 메신저는 말과 글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합니다. 정보 전달에 있어서도 오류가 없으니 불필요하게 이야기를 번복하거나 정정할 일도 없어집니다. 이렇듯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은 오류 가능성과 함께 커뮤니케이션의 리소스도 함께 줄여줍니다.
저는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을 함께 일하는 사수님과 인턴 분께 많이 배웠습니다. 언젠가 사수님의 메신저는 상대방의 오해의 소지를 없애고, 깔끔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분들은 어떤 부분을 상대방이 확인해야 하는지, 앞단에 이야기의 핵심을 말하되 자칫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해당 부분은 뒷단에 조금은 풀어주고 있었습니다. 사수님이 메신저를 작성하는 방식, 이야기하는 방식을 관찰하고 조금씩 따라 하게 되었습니다.
인턴 분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도 꽤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새삼 커뮤니케이션이 이래서 중요하구나! 를 느끼게 됐던 계기이기도 했지요. 저와 함께 일하는 인턴 분께는 제가 요청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인턴 분은 이미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을 알고 있달까요? 제가 이 분한테 '이걸 이렇게 얘기했는데... 만약 한 번 더 질문 주시면 다음번엔 이렇게 말해야지'라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면, 이미 제가 이야기하는 것의 요지를 파악했기에 '그럼 이건 이렇게 하면 될까요?’라고 물으시는 거죠. 그럼 저는 별다른 부연설명 없이 ‘네’ 이렇게만 대답하면 되었습니다. 이상하게 이 분과 커뮤니케이션은 언제나 빠르고, 군더더기 없다고 느꼈는데 인턴 분이 리소스를 많이 줄여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커뮤니케이션 오류가 발생한 적도 거의 없었고요. 인턴 분의 명확한 커뮤니케이션 방법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며 새삼 '나는 이렇게 잘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나?'라고 반성했답니다.
일명 '자기 장악력', '업무 매니징'이 다르다
일에 대한 자기 장악력이 높다는 것
제가 생각하는 일잘-주니어의 두 번째 특징은 일에 대한 자기 장악력이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일에 대한 자기 장악력이 높다는 건, 어떤 일이 본인에게 주어져있는지 잘 파악하고, 일과 일 사이의 우선순위를 파악할 줄 안다는 뜻입니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본인이 빠르게 처리해야 할 업무와, 천천히 처리해야 할 업무, 그리고 시간을 들여야 하는 업무 사이의 균형을 찾을 수도 있는 것이지요. 즉, 업무 매니징 스킬이 뛰어나다는 의미와도 같습니다. 사실 이 일은 단순해 보이지만 요령이 필요합니다. 우선순위를 파악하지 못한 채 요청 들어오는 업무만 눈앞에서 해 치우다 보면 정작 약간의 기획성 업무에 투여해야 하는 시간을 확보하지 못할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저는 처음에 이 부분에서 요령을 파악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이때 사수님의 시간관리 및 업무 매니징 스킬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사수님의 경우 기획성 업무를 할 때면 일종의 '방해 금지 모드'를 갖고 계신 것 같았습니다. 운영성 업무 혹은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업무들을 일일이 바로 대응하기보다, 일정 시간은 오롯이 기획성 업무를 위한 시간으로 확보해 두고 해당 시간에는 그것에만 온전히 집중을 하는 방식입니다. 사실 운영성 업무는 끊임없이 생겨나기에, 그것에만 얽매어 있다 보면 정작 중요한 일을 하지 못하게 되거나, 야근을 통해서만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방해 금지 모드는 그것을 방지해 주는, 아주 유용한 방법이었던 것입니다.
또한 일에 대한 자기장악력이 높다면 자신의 일에 대한 권한과 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이기에, 본인이 어떤 부분에서 도움이 필요한지, 어떤 부분에서 피드백이 필요한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중간 공유를 적극적으로 해 가며 도움이 필요한 부분에선 도움을 받고, 피드백이 필요한 부분들에 대해선 피드백을 통해 디벨롭시켜 나갈 수 있기에 일에 대한 결과물도 더 좋게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일에 대한 자기장악력이 높은 사람들은 문제 발견-문제 해결 과정에서도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본인이 하는 일을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본인 일에서 발생하고 있는 혹은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발견하기 쉬운 것이죠. 그리고 문제의 발견은 언제나 개선의 시작이 됩니다. 문제를 발견해서 효율을 만들어나가고, 더 좋은 대안을 찾아가는 사람이 결국 성과를 내고 인정받는 사람 아닐까 싶습니다.
이 부분도 인턴 친구를 통해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인턴 분도 처음에는 사실 자기 일을 배워나가기도 바빴지만, 점점 일에 익숙해지다 보니 일에 대한 주도성을 갖고 비효율이 있다면 ‘이거는 왜 이렇게 하는 거예요?’ 의문을 갖고, 때로는 ‘이건 이렇게 해 보는 게 어떨까요?’ 이렇게 개선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자극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또 저는 그분을 보면서 '아, 이 사람과는 더 협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 협업하고 싶은 사람'... 저는 얼마나 협업하고 싶은 사람일까, 반성하며 말이죠.
일잘러의 길은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주변에 좋은 레퍼런스들이 많은 것에 감사하며 좋은 사례들, 모습들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업무에 참고하려 합니다 :)
- Editor_도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