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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을 찾아 정착해버린 직장인의 언어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과 가독성 탐구 - by 롤라

by 주라기
직장인의 언어는 어느 순간 효율을 찾아 정착하기 마련이죠. 그래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 모두 넵무새가 되곤 합니다. 이글에서는 제가 회사 생활에서 ‘넵’만큼이나 많이 쓰는 말버릇 탐구와 직장에서의 커뮤니케이션 핵심을 짚어보았습니다.

Part 1. 주니어 PM의 말버릇 모음 zip

신입이라서 붙어버린 말버릇

신입 사원으로서 업무를 시작하면 대체로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받고, 선배님의 지시에 따라 맡은 일을 조금씩 해나가게 됩니다. 매번 설명 자료와 지시 사항을 확인해 업무를 보조하는 것이 제가 하루동안 하는 업무의 대부분이었죠.


이런 점에서 그 당시 저의 커뮤니케이션은 주로 ‘확인’으로 귀결되었습니다. 이 확인의 커뮤니케이션이 반복되다 보니 아무래도 가장 효율적이고 핵심만 남긴 저의 맞춤형 문장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요, 그중에서도 지금까지 쓰고 있는 회사 생활 말버릇을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네넵 확인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키보드에 손을 두면 알아서 손가락이 돌아가는 문장 중 하나가 바로 이 문장인데요, 선배님께서 자료나 설명을 공유해주셨을 때 확인 여부와 감사 표시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표현으로 정착한 케이스입니다. 신입일 때는 워낙 가이드나 기존 문서를 전달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하루에 하는 말들이 모두 이 한 문장으로 통했던 것 같네요.


저는 여전히 이문장을 달고 사는데요, 협업 시에 서로 전달하는 정보가 많기 때문입니다. 자료를 전달받으면 간단하게라도 내용을 확인해 필요한 내용이 맞는지 검토를 하고, 상대에게 한번 더 확인 여부를 알려주는 ‘확인의 커뮤니케이션’을 잊지 않습니다. 이렇게 올바른 자료가 잘 전달되었는지 체크해주는 것이 꼼꼼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고, 무엇보다 협업 시 상태 공유는 기본 중에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혹 이해가 다르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신입 사원 시절 처음으로 프로젝트 회의를 들어갔을 때, 회의록은 써야 하는데 정말 기를 쓰고 이해해보려 해도 정돈되지 않고 어려워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혼자 어떻게든 자료를 찾아 정리해보았지만, 사실 제가 이해한 것에 대한 확신은 거의 없었죠. 이렇게 저의 이해에 확신이 없고 논의 사항에 대해 긴가민가할 때, 쓰게 된 문장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일종의 안전장치와 같은데요, 제가 정리한 것을 공유드리면서도 스스로의 이해에 불신이 컸기 때문에 이견의 여지를 남겨두었던 것이죠.


지금도 여전히 제가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기에 관련 멤버들에게 저의 이해를 확인받고 싶을 때가 있죠. 그럴 때면 제가 이해한 내용을 말씀드리고 뒤에 이 문장을 붙여주는데요, 이러면 갑자기 상호 확인의 문장으로 탈바꿈하는 마법의 문장입니다.


기획자라서 붙어버린 말버릇

물론 PM으로서 일하면서 생긴 말버릇도 있는데요, 아무래도 여러 멤버들 사이에서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것이 일상이기 때문에 생긴 말버릇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초기 단계의 서비스 기획 이후에는 개발, 디자인 등 다양한 파트와 필요한 업무를 확인하고 일정을 파악하는 것이 업무의 대부분이기 때문에 중간 커뮤니케이션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을 쓰는지 궁금할 정도인, 제가 애용하는 커뮤니케이션 워딩을 골라보았습니다.


“공유”, “전달”, “확인”, “파악” 4종 세트

A 담당자에게 관련 내용을 확인해서 B 담당자에게 전달할 때, 결국 하고자 하는 말은 “OO을 확인하여 공유드린다”는 말이죠. 그런데 확인한 사항이 많을 때 같은 단어가 반복되거나 동일한 문장을 반복하면 커뮤니케이션이 어색해지다 보니, 나름의 유의어들을 모으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저는 ‘확인’과 ‘파악’ 세트, ‘공유’와 ‘전달’ 세트를 마치 상하의 매치하듯 미친 듯이 변주하고 있습니다. 직장인 여러분, 이 심정 공감하시나요..?


“이 건 타깃 버전이 어떻게 될까요?”


PM은 전체적으로 스케줄을 확인하고 조율하는 것이 중요한 업무인데요, 아무래도 IT 프로덕트는 버전에 따라 릴리즈 일자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일정을 확인할 때 버전을 확인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업무 요청을 받았을 때, 어떤 버전에 이 기능을 탑재하고자 하는지를 체크하는 것은 스케줄 산정의 첫 단계이죠. 이 질문은 타 부서에서 요청이 들어왔을 때 제가 질문드리기도 하고, 제가 요청을 드릴 때도 자주 답변 드리는 부분입니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버전을 묻게 될지 궁금하네요.


Part 2.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가독성 높은 커뮤니케이션이란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이 텍스트로 이뤄지는 경우, 가장 유의할 부분은 가독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독성은 나의 메시지를 읽는 상대에 대한 배려이자, 나의 메시지를 가장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기반입니다. 실제로 저도 회사에서 정돈되지 않은 메시지를 받을 때면,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소통한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가독성이 낮으면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고, 무엇보다 읽기 싫어지기 마련이죠. 그렇기 때문에 미스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렇다면 '가독성이 높다'는 건 뭘까요? 사람들은 보통 설득의 말을 할 때, 자신의 메시지에서 중요한 부분에 강조를 주기도 하고 의도적인 휴지를 넣기도 하죠. 텍스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독성이 높은 텍스트는 보기 편하게, 핵심 위주로 나눠져 있습니다.


요점에 따라 단락 나눠주기


부연 설명이 크게 부담되지 않는 말하기와 달리, 글은 길어질 때 요점이 흐려집니다. 불필요한 말은 없는지 한 번씩 확인하고 요점에 따라서 분량을 나눠주는 것은 글쓰기의 기본이죠. 내용마다 단락을 잘 나눠주고 핵심이 되는 내용에 볼드처리만 해주어도 훨씬 정돈된 메시지라는 인상을 줍니다.


항목 별 구분하여 전달하기


다양한 아이템을 전달해야 할 때는 글머리 기호를 자주 활용합니다. 주제별, 항목별 전달이 필요할 때는 깔끔하게 항목을 나눠주고 아이템의 층위에 따라 들여 쓰기를 해줍니다. 이렇게 하면 여러 항목 중 어떤 항목이 상위, 하위 항목인지 한 번에 파악하기 좋습니다. 숫자 기호를 쓸 수도 있는데요, 저는 주로 절차에 대한 정리를 할 때 순서대로 전달을 하기 위해 숫자 기호를 활용합니다. 순서에 상관없는 경우 글머리 기호를, 순서와 관계있는 경우 숫자를 활용하는 것이죠

글머리 기호와 숫자 기호를 쓰면 정돈하기 쉽습니다

성격이 다른 단어는 차별화하여 표시해주기


요즘은 회사 메신저에서 다양한 표시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인용이나 핵심어, 코드와 같이 성질이 다른 말에는 별도 표시를 활용했을 때 메시지를 잘 구분시켜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가 보낸 메시지의 특정 부분에 대한 의견이 있을 시, 인용 표시로 그 문장을 표시해주고 그 아래에 저의 답변을 다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렇게 하면 정확히 어떤 포인트에 대해 코멘트를 하는 것인지 확실하게 해주어 오해의 소지를 줄일 수 있죠. 또한 강조점이 되는 키워드나 핵심 문장에 볼드처리를 하고, 상품명이나 개발 코드 등 성질이 다른 단어는 코드블록으로 표시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성격이 다른 말들을 시각적으로 구분해주면, 메시지를 읽을 때에도 그 차이를 한 번에 파악하기 용이합니다.

깔끔한 줄 바꿈과 인용, 코드 블록, 볼드 처리까지 완벽 적용된 슬랙 메신저의 정석 (출처: 슬랙 공식 페이지)


영혼 없는 커뮤니케이션의 부작용

직장인이 회사에서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대체로 가장 소통에 효율적인 방식으로 굳혀지곤 하는데요, 가끔은 진정성 없는 소통에서 오는 현타도 있습니다. 감사하다고는 하지만 전혀 감사해 보이지 않는 말들, 제대로 읽긴 했는지 의심이 되는 답변을 보다 보면 허무해질 때도 있고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가끔씩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나 안부를 물어오는 동료들이 있습니다. 문득 영혼 담긴 말 한마디가 정신없던 근무 시간에 제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기도 하고, 그런 동료한테는 괜히 인간적으로 마음이 열립니다. 결국 그 안에서 일하는 건 모두 사람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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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제가 저희 팀에서 빠르게 필요한 문서를 작업해서 요청팀에 넘겼을 때의 일입니다. 신속하게, 꼼꼼히 준비했다고 생각했고, 저희 팀에서도 얼른 그대로 진행시키기에 바빴죠. 그런데 퇴근 전에 요청드린 팀의 팀장님께 연락이 왔습니다. “문서 잘 받았고, 이걸 다 정리하느라 고생하셨을 것 같다”고요. 저의 수고를 알아주는 그 한마디가 얼마나 기쁘고 감사하던지요. 그러면서 ‘나는 누군가에게 이런 따뜻한 말을 해주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에서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도 좋지만, 그전에 동료가 있다는 걸 잊지 말고 가끔씩은 마음을 담아 이야기해 보는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 Editor_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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