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깊은 맛 해물 칼국수 보셨나요?
가을을 지나 겨울이 다가오면 뜨끈한 국물이 생각난다.
얼큰한 탕이나 진한 고기 육수도 있지만 해물 칼국수도 리스트에서 빠지면 서운해할 것이다.
맛집으로 소문난 칼국수 집이 아니라, 집에서 깊은 맛의 해물 칼국수를 먹게 된 사연은 이렇다.
아들이 엄마의 생일을 맞아 산 뻘낙지를 주문했다. 아들이 몇 년 동안 해외에 있을 때도 엄마 생일에는 산 낙지를 선물로 보내왔는데, 올해는 같이 지내게 되면서 이번에는 뻘낙지를 주문했다.
목포나 무안이나 함평에서 잡는 낙지는 서해안 갯뻘 속에서 살기 때문에 뻘낙지라고 한다.
뻘낙지는 발이 가늘고 길며, 좀더 쫄깃하여 맛도 더 좋고, 가격도 바다 산 낙지보다 비싸다.
몇 년 전 아내는 암이 재발하여 수술과 항암, 방사선 치료와 표적 항암 치료까지 2년 반이 걸렸다.
아들이 항암 치료를 받는 동안 엄마의 원기 회복을 위해 해외에 있을 때 가끔 산낙지를 보내왔다.
아내가 항암 치료를 받는 동안에는 없어진 입맛과 기운을 돋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산 낙지의 기운과 아들의 엄마를 향한 마음이 더해져 연포탕을 먹고 아내도 힘을 냈었다.
이번에 주문한 뻘낙지 세 마리는 생각보다 크기가 작았다. 예전에도 산 낙지를 보내오면 연포탕을 해 먹었었는데, 이번에는 낙지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아내가 산 전복과 산 새우를 사 왔다.
그리고 샤부샤부용 소고기와 각종 채소도 준비하였다.
일단 아내가 전날에 무, 양파, 국물 멸치 등으로 샤부샤부용 국물을 만들어 놓았다.
그 국물에 먼저 각종 채소와 전복을 넣고 끓여서 채소와 전복을 건져 먹었다.
이미 샤부샤부용으로 만들어 놓은 국물에 각종 채소와 전복이 더해진 국물이 되었다.
거기에 살아있던 뻘낙지를 넣어 살이 탱글탱글한 낙지를 건져 먹고 나니 낙지까지 더해진 국물이 되었다.
그리고 거기에 샤부샤부용 고기를 넣어서 채소와 함께 건져 먹고 나니 멸치 육수를 베이스로 한 전복, 낙지, 소고기 진국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새우를 넣고 새우를 조금 건져 먹고는 진한 새우 맛의 해물 육수를 만든 뒤 칼국수 면을 삶았다.
어디에서 파는 해물 칼국수가 이런 진국의 국물이 있을까?
이리하여 우리 가족은 아들이 주문한 뻘낙지를 맛있게 먹기 위해 각종 채소와 전복, 낙지, 소고기, 새우가 어우러진 깊은 맛의 해물 칼국수를 먹게 되었다.
어딘가에 가면 재료는 더 푸짐한 해물 칼국수가 있을지 모른다.
그래도 이렇게 가족의 사랑과 신선한 재료가 어우러진 깊은 맛은 어떤 식당에서도 맛볼 수 없다.
더구나 아내가 다시 건강해져서 함께 음식을 하고 식사하는 자체가 인생의 깊은 맛이다.
흑백 요리 대결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팀으로 만든 해물 칼국수다.
아들의 엄마 사랑, 아내의 가족 사랑의 깊은 맛이 우러난 최고의 해물 칼국수다.
#해물칼국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