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이 멈추면 차는 달릴 수 없다

by 동그라미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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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의 소음이 멈추면 차는 달릴 수 없다



갈등도, 불안도, 두려움도 없는 상태가 있다. 무덤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반대로 말하면 살아 있는 상태에서는 우리가 어디에 있든지 갈등, 불안, 두려움이 전혀 없는 때는 사실 없다.

하지만 우리는 평온한 삶을 '아무런 걱정도, 떨림도 없는 상태'라고 오해하곤 한다. 마치 갓 출고된 최고급 승용차에서 시동을 끄고 앉아 있으면 정적을 즐길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인생이라는 차를 몰고 길 위를 달리고 있다면, 그런 완벽한 정적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위험한 신호일 수 있다.



자동차의 심장인 엔진 안에서는 매 순간 수천 번의 폭발이 일어난다. (물론 전기차는 작동 원리도 다르고, 이런 진동도 없지만) 연료가 타오르고 피스톤이 거칠게 움직이며 차체를 앞으로 밀어낸다. 이 '폭발'과 '전진'의 과정에서 진동과 소음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주차장이나 신호 앞에서 차가 멈춰 서 있어도 시동이 걸려 있다면 미세한 떨림이 느껴진다. 이것은 "나는 언제든 달려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속도를 높여 가파른 언덕을 오르거나 고속도로에 진입할 때 엔진 소리는 더욱 거칠어진다. 더 큰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불안도 마찬가지다. 무언가 새로운 도전을 하거나, 더 나은 삶을 위해 고민할 때 마음의 소음은 커지기 마련이다. 불안이 느껴진다는 것은 당신의 생명력이라는 엔진이 지금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만일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하거나, 평생 해본 적 없는 새로운 분야의 공부를 시작하려 한다고 가정해 보자.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실패에 대한 두려움, 경제적인 걱정 등이 거대한 소음처럼 머릿속을 울릴 것이다.

이 거슬리는 소음 때문에 당신은 시장 조사를 더 철저히 하고, 선배들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고, 사업 계획서를 수십 번 수정합니다. 불안은 당신을 안주하지 못하게 만들고 계속해서 움직이게 만드는 채찍질이 된다.



현실에 완전히 만족하여 아무런 변화도 바라지 않는 상태(안주)에서는 불안이라는 소음도 없다. 하지만 그 상태에서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성장'이라는 주행도 불가능하다. 이것이 내 안에 불안이라는 소음을 내가 가야 할 목표를 향한 성장 동력으로 삼는다는 의미다.

만약 차 안에서 아무런 진동도, 소리도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둘 중 하나다. 목적지에 도착해 시동을 완전히 껐거나, 혹은 엔진이 고장 나 멈춰버린 것이다. 인생에서 불안이 전혀 없기를 바라는 것은, 역설적으로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고 정지해 있겠다'는 것과도 같다.



공무원 시험이나 사법 고시와 같은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 그 시험을 보기까지 ‘불안’을 완전히 잠재우는 방법은 아예 시험을 포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목표를 이룰 도전의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다.

아무런 걱정이 없다면 공부할 필요도, 건강을 관리할 필요도, 타인과 관계를 맺을 필요도 없다. 그러나 성장을 위해 무언가에 도전한다면 각자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과정이기에 불안은 경험하기 마련이다. 성장을 멈춘 삶, 열망이 사라진 영혼은 조용할지언정 생동감을 잃게 된다. 적당한 불안은 우리가 인생이라는 도로 위에서 졸지 않게 깨워주는 '안전한 소음'이다.


숙련된 운전자는 엔진 소리만 듣고도 차의 상태를 파악한다. 소음이 들린다고 해서 겁을 먹고 차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엔진이 힘을 쓰고 있구나"라고 받아들인다. 불안을 다루는 지혜도 이와 같다.

"마음이 떨리는 걸 보니, 내가 이 일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구나. 좀 더 집중하자!"라고 불안을 '경고'가 아닌 '활력'으로 해석하고 동력으로 변환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불안을 완전히 제거한 '진공 상태'의 평온이 아니다. 운전을 좋아하며, 또 목적을 향한 분명한 목표가 있는 사람은 엔진 소음을 기분 좋은 배경음악처럼 여기며, 그 떨림을 동력 삼아 운전을 즐긴다.

훌륭한 연주자나 운동 선수도 처음 많은 관중 앞에서 연주나 경기를 할 때는 불안하고 긴장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긴장이라는 소음을 '집중력'으로 승화시킨 사람이 결국은 훌륭한 연주자나 탁월한 운동 선수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큰일을 앞두고 소음이 커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면, 그 에너지를 '긴장'이 아닌 '집중력'으로 전환할 수 있다.



지금 마음이 시끄럽다면 오히려 긍정적인 신호다. 나는 지금 멈춰 있는 고물이 아니라, 더 미래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고 있는 차라는 의미다. 그 엔진의 떨림을 믿고 조금 더 속도를 내도 괜찮다.

시동이 걸려 있는 한, 소음은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 소음이 나를 목적지까지 데려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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