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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이 아닌 열매를 향해

by 동그라미 원


씨앗이 아닌 열매를 향해


작은 씨앗이 땅에 심겼다.

씨앗은 깊은 어둠과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황이 너무 두렵고 힘들었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

누군가의 도움을 청하고 싶지만 옆에 다른 씨앗들도 같은 처지가 되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자 그나마 자신을 지켜주던 씨앗의 껍질이 흐물 해 지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무슨 변화들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변화가 무섭고 힘들었다.

껍질이 흐물 해지는 변화와 함께 자신에게서 무언가가 위를 향해 자라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제 자신의 모습은 점차 사라지는 것 같지만 더 이상 땅에 눌리지 않고 다시 세상을 향한 도약의 힘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어느 새벽녘 시원한 공기와 어스름한 빛이 느껴진다.



다시 세상에 나온 씨앗은 더 이상 씨앗이 아니다.

이제는 싱그러운 연록의 옷을 입고 날마다 위를 향해 자라기 시작한다.

이 씨앗은 자기 안에 먼 훗날 풍성한 열매를 맺을 엄청난 잠재력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 잠재력이 자라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는 것은 씨앗이 죽기 시작할 때부터이다.

씨앗의 생명력이 단단한 껍질 안에 갇혀 있을 때는 열매를 맺기 위해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살면서 열매를 맺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씨앗이 열매를 맺으려면 씨앗은 죽어야 열매 맺는 건강한 식물로 자라게 된다.

사람도 살면서 열매를 맺으려면 씨앗의 모습으로는 안된다.

껍질 안에 숨어 변화를 두려워하는 우리의 내면이 씨앗이 아닐까?



우리 안에는 모두 실패와 변화를 두려워하는 씨앗이 있다.

하지만 또한 그 씨앗 안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고, 열매 맺을 생명의 능력이 있다.

씨앗의 가치는 씨앗이 죽고 자라 풍성한 열매를 맺을 때 빛을 발하게 된다.

우리 인생도 풍성한 열매를 위해 땅에 심기는 고통과 껍질이 사라지는 두려움을 이겨야 한다.



살다 보면 여전히 변화가 두렵고 그나마 껍질이라는 보호막이 사라지는 것이 힘겹다.

그러나 오늘도 우리 삶의 시간은 죽을 것처럼 힘들어도 풍성한 열매를 위한 변화의 시간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를 짓누르는 그 시간이 이제 땅을 뚫고 세상의 빛을 맞으러 나올 시간이다.

오늘 나는 다시 열매를 맺기 위해 조금 더 자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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