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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더울수록 가을은 소중하다

by 동그라미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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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더울수록 가을은 소중하다



꽤 오랜만에 저녁 산책을 했다.

7월이 되기 전에는 거의 매일 저녁 산책을 했었는데 본격적으로 장마가 시작되고 저녁에도 습하고 더워지면서 저녁 산책을 자주 하지 못했다.

그리고 7월부터는 아침부터 시내를 오가면서 저녁이 되기 전에 거의 만보를 채워서이기도 했다.

어제까지도 다시 장마처럼 비가 왔는데 저녁에 비가 그치고 산책을 나가니 공기의 느낌이 다르다.

어제까지 거의 두 달간 느끼지 못한 선선함이 ‘이제 가을이구나.’라는 마음을 갖게 한다.



이번 여름은 유독 장마도 길고 덥기도 하거니와 안타까운 소식들도 많았다.

우리의 인생에도 어서 지나가고 끝났으면 하는 시간이 유독 길어질 때가 있다.

여름엔 하루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몇 잔씩 마시며 내 안에 싸여가는 열기를 식히고 싶어도 밤잠마저 설쳐가며 몸과 마음에 피곤함이 쌓인다.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시간은 유독 더디 가고, 절대 쌓여서 좋을 것이 없는 스트레스가 쌓이기도 한다.

피로와 스트레스가 몸과 마음에 쌓이는 것은 결국 건강에 적신호로 인생에 빨간불이 켜지기도 한다.



여름의 더위와 장마, 태풍과 같은 것을 피할 수 없다면 잘 극복하는 나만의 지혜가 필요하다.

아무리 덥고 짜증이 나도 피할 수 없다면 그 시간을 이길 지혜가 필요하듯 우리 인생도 그렇다.

이번 여름은 나에게도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지 거의 30년 만에 가장 길고 빨리 지나가기를 바란 여름이었다.

지난 30년간 다양한 분양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그래도 단절되거나 멈추지는 않은 채 이어진 시간이었다.

하지만 지난봄에 30년간의 여정이 일단 멈춘 후 새로운 도전을 향한 길을 찾지 못한 채 여름을 맞았다.


여름 내내 새로운 도전을 기대하며 새로운 분야에 교육도 받고 일도 해보려 했지만, 전혀 생소했던 그 분야는 결국 나에게 적합한 분야가 아니었다.

하지만 교육 내용뿐 아니라, 이 시간에 만나 함께 교육을 받았던 분들과의 만남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여름 내내 다양한 분야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며 인생을 살아오다가 은퇴를 맞이한 대부분 50대들과 함께 교육을 받으면서 우리 사회에서 50대가 겪는 애환을 함께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인생의 2막을 앞두고 새로운 도전을 하려고 할 때 ‘이 도전에 실패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두려움이 찾아온다.

또 아직 얼마든지 10년, 20년은 너끈히 새로운 일을 할 것 같지만 의외로 기회는 쉽게 얻기 힘들다.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40대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직이나 창업 등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 직장에서 조기 은퇴들이 시작되는 50대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향한 도전은 피하고 싶은 여름 태풍처럼 인생에 비바람을 몰고 오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내가 언제나 마음에 새기는 말 가운데 하나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이다.

지금까지 산전수전 다 겪으며 살았던 세월인데 이 과정 또한 피할 수 없는 인생이면 즐겨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다시 새로운 도전을 향한 여정을 시작하게 되면서 여름이 끝나감을 느끼게 된다.

그토록 지나가기를 바라던 ‘여름이 지나가고 있구나.’를 느낄 때 기다리던 계절에 새로운 신선함이 마음을 감싼다.

50대는 이전에 인생에 1막이 끝났다고 2막을 포기한 채 지금까지 산 시간만큼 살 수도 있는 세월을 무기력하게 살 수는 없는 나이다.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의 장점을 잘 살리고, 또 성공을 향해 달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족하고 행복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도전에 최적화된 시간이기도 하다.



나에게도 이번 여름이 유독 길고 더웠기에 가을이 더 기다려지고 소중하게 여겨진다.

다시 멈추는 시간이 언제일지 몰라도 인생에 후회 없이 마무리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다.

가을바람이 불면 긴 여름이 물러가듯 이제 시원하게 다시 달릴 인생에 가을의 문이 열리는 시간이다.

여름이 끝나간다고 느껴지니 가을을 기다리는 설렘처럼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하는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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