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지금 벽에 계란판이 붙어있다면, 당장 떼는 게 좋다.
종이면 불이 쉽게 나고, 플라스틱이면 음향 효과가 굉장히 적고.
무엇보다 보기 안 좋다.
사실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게 다인데, 이유를 하나씩, 간략하게 살펴보자.
첫 번째, 종이를 썼을 때 '불'.
여러분, 불조심합시다.
종이에 불이 붙으면 번지는 건 한순간이다. 꽤나 진지하게 하는 말인데, 보통 음향, 방음을 신경 쓰는 사람들은 안에서 큰소리를 듣는 경우가 많을 거다.
따라서 밀폐된 공간일 것이고, 오디오, 음향 장비 같은 기계나 케이블이 많은 경우도 있을 텐데,
이런 상황에서 벽에 도배되어 있는 종이 계란판에 어떠한 일로 불이 붙게 되면, 상황이 나쁠 가능성이 높다.
종이 계란판은 가능한 한 빨리 제거하는 걸 추천하는 이유다.
두 번째, 플라스틱을 썼을 때 방 내부 음원에 거의 없는 음향효과.
우리가 '벽에 계란판을 붙여볼까?'라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방 안의 잔향 조절이다.
그게 가능하기 위해선 벽, 즉 소리가 부딪히는 곳이 흡음을 잘해야 하는데 플라스틱 계란판은 '플라스틱' 특징상 흡음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차라리 종이 계란판을 쓰면 흡음 관련해서 조금 도움이 되겠지만, 다시 한번.
불조심하자.
사실 종이/플라스틱 계란판을 벽에 붙이면 소리를 분산시키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걸 위해 벽을 계란판으로 도배하는 사람이 있을까?
세 번째, 계란판을 붙이면서 방음을 기대한다? 헛수고.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방음은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주파수 대역 (20 Hz ~ 20 kHz)의 단절과 같다.
이중 높은 주파수(2 kHz~)는 벽 같은 방해물에 쉽게 막히지만 파형이 굉장히 긴 낮은 주파수(~200 Hz)는 대부분의 방해물을 통과, 혹은 돌아서 우리의 귀에 찾아온다.
위에 높은/낮은 주파수 범위는 단순 예시로, 저 정도 범위 소리를 보통 우리가 높다/낮다고 생각하며 이마저도 상대적이다. 참고만 하자.
이런 낮은 주파수의 특징으로 인해 4미터가 넘는 무서울 정도로 긴 파형이 우리의 방으로 들이닥칠 때 얇고 초라해 보이는 계란판은 폭풍 속 종이비행기와 다를 게 없다.
사실상 무의미하다.
다소 극단적으로 말했지만 솔직히 의미는 있다, 아니, 정확히는 모든 물체에 의미가 있다.
조그마한 계란판 하나도 높은 주파수의 일부, 우리가 자극적이라고 느끼는 소리를 조금 줄일 수 있고, 이는 커튼, 액자, 가구, 심지어 벽에 붙은 사진 하나까지에도 동일하게 작용한다.
굳이 계란판일 이유가 있을까?
마지막 가장 중요한 이유, '보기 안 좋다'에 대한 설명은 사진 하나로 대체하겠다.
이걸 이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자, 이렇게 시원하게 계란판 욕을 하고 나니, 많은 사람들이 이미 했었던 질문을 되풀이하고 있을 듯하다.
방에 뭘 해야 소리를 통제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이 나오기까지에는 여러 목적, 사연, 원인이 있었겠지만 질문의 답은 하나, '돈'에 있는듯하다.
여기 여러분의 피 같은 돈을 쏟아부어 위의 질문을 답할 방법이 몇 개 있다.
돈, 시간걱정이 없다면 한번 시도해 보자. 비싼 어쿠스틱 폼, 베이스 트랩, 사운드 디퓨저 구매.
방음 부스 설치.
방음 공사.
조용한 새집/음악 스튜디오 대여, 구매.
슬프게도 대부분의 상황에서 최고인 방법들이다.
하지만 돈, 시간 모두 부족한 우리.
더 쉬운 방법이 있을까?
여기 몇 가지보다 희망찬 방법들이 있다.
상황에 따라 가끔 사용할만하지만, 어떨 때는 아무런 효과 없을 수도 있으니 적절하다고 생각될 때 시도해 보자.
특히 두꺼운 커튼은 자연스럽게 창문밖에서 오는 소음을 낮춰준다. 옷걸이행거와 두꺼운 옷 벽에 붙여두기
두꺼운 커튼 설치
두꺼운 카펫 깔아 두기
창문/문틈 막기
안타깝게도 이런 방법들로 낮은 주파수를 통제기는 굉장히 어렵다.
모든 방이 조용하고 소리 샐 걱정 없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때때로 완벽한 고요 속에서 잠을 자거나 큰소리로 노래하는 상상을 한다.
하지만 이런 상상에서 깨어나 눈을 뜬 방에서는 언제나처럼 위층 발소리, 옆집 말소리, 집 앞 차소리가 우리를 괴롭힌다.
신경 쓰이고, 짜증 나고, 때로는 화나지만 많은 돈을 쓰기도 뭣한 문제.
우선 비교적 쉬운 일부터 해보는 건 어떨까?
계란판보다 천을 먼저 써보자. 물론 계란판은 빼고 말이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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