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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노아 Jul 26. 2024

세상을 움직이는 위대한 소수

도전자들의 이야기 32

사회조직은 위대한 소수의 능력자에 의해 그래도 선하게 진화된다. 위대한 소수의 능력자들이 사회 곳곳에 존재하여 큰 톱니바퀴가 제 방향으로 굴러가게 역할을 하고, 이 능력의 힘들이 모여 사회조직이 성숙하고 선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한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위대한 소수란 '장인'이라 불리는 소수일 수도 있고 조직에서 자신의 힘을 발휘하는 개인일 수도 있다. 국수 면발 하나를 뽑더라도, 한복옷깃을 만들더라도, 악기현 하나를 만들더라도 수십 년씩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경지에 이른 이들이 있다. 아무도 대체할 수 없는 이들은 수 십 년의 노하우, 열정, 노력에 의해 만들어졌고 신성한 가치 그 자체이다. 


나와 같이 30년이 넘게 조직생활을 한 사람들은 조직에서의 장인이라 불리는 이들에 대해 경외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나의 오랜 친구, 동욱이가 바로 그 장인 중의 한 사람, 제조영역에서 명장의 칭호를 받은 ‘제조명장’이다. 



글로벌 세계는 플랫폼이라는 온라인 파워에 의해 재편이 되고 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제조 경쟁력은 글로벌 비즈니스 경쟁을 리드하던 역량이었고, 세계 시장에서 한국이 진격할 수 있었던 동인이자 국가의 성장동력이었다. 이러한 제조경쟁력을 이끌고 왔던 능력자들이 제조 명장이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미국에는 헨리포드의 양산시스템이 있었고 일본에는 도요타의 효율 시스템(JIT)이 있었다면, 한국에는 명장들의 혁신시스템이 있었다. 각 나라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제조시스템의 성공사례 뒤에는 제조명장들이 있었고 이들에 의해 혁신적인 결과가 만들어진 것이다. R&D 실력으로 기술이 집약된 제품을 경쟁력 있게 설계를 하면, 이들은 경쟁력의 힘과 프리미엄 품질을 더해주는 제조과정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했던 제품들을 고품격 프리미엄의 최고 반열에 올려놓는 사람들이다.


동욱이는 한국의 한 글로벌 기업에서 36년을 근무하였고 제조명장으로 퇴임을 하였다. 재직 중에 수많은 공장 설립과 제조 혁신에 헌신을 하였고, 이 기업이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었던 제품을 만들어 내는데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이 기업의 제조 최고 책임자로 오랜 기간을 역임했고, 이 기업은 그에게 ‘제조명장’의 칭호와 함께 최고의 예우를 하였다. 그가 만들어낸 제조노하우의 깊이와 특허건수는 업계에서는 최고 수준이고 여전히 걸어 다니는 아이디어 뱅크라 불린다.           


그에게서 풍겨 나오는 에너지는 감당하기도 쉽지 않다. 제조 현장을 안방 삼아 헌신한 지 36년이 지났음에 이제는 쉴 때도 되었다고, 쉴 자격이 충분하다고 얘기를 하지만, 그냥 허공에 외치는 소리가 되어버린다. 


세상은 그의 가치를 아는 듯, 여기저기서 찾는다. 제조를 해야 하는 중소기업들도, 노하우를 듣고자 하는 교육계에서도, 기술을 생산에 적용해야 하는 스타트업에서도 그를 찾는다. 강연, 기술교육, 현장지도 등으로 이전보다 자유롭고, 더 알찬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가는 곳마다 그의 지식과 열정에 반한 마니아 층이 만들어지고 그를 모시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심지어는 해외기업들에서도 그를 데려가려 하고 있다.  




사람들이 그를 찾고 존중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에게는 뚜렷한 가치와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경험과 함께 정리된 노하우와 지식, 기술에 대한 쉴 틈 없는 탐구와 특허 획득, 자신이 아는 것을 나누어 주고자 하는 마음과 열정, 그리고 겸허함과 소통이 되는 열린 자세는 그의 존재를 더욱 가치롭게 만든다. 강연을 통해, 현장지도를 통해, 교육과정을 통해 상당한 부를 추가로 만들 수도 있으나 이를 거부하고 그가 필요한 곳에 스스로 즐거운 마음으로 달려가 재능 기부를 한다. 자신이 아는 것을 나누면서도 여전히 배우는 것이 좋다는 얘기를 하고,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더 많이 배출하고 싶어 한다.  


그는 자신이 가진 것을 멋대로 휘두르지 않는다. 자신의 지식자산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으며, 자신 스스로를 내세우지도 않고, 자신의 가치를 앞세워 금전 취득도 하지 않는다. 도움이 필요로 하는 곳을 나 몰라라 하지도 않는다. 


같은 120세 시대를 걸어가면서, 그는 남은 60년을 봉사하고 재능 기부를 하려 한다. 후배들에게 가진 것을, 아는 것을 나누어 주고자 한다. 배우는 것을 멈추려 하지 않고 새로운 기술은 본능적으로 호기심이 발동하여 세밀히 배우고 익힌다. 세계적인 수준의 제조명장임에도 그는 자신을 낮추고 숨은 능력자, 가치유발자로 사회조직의 톱니바퀴가 제대로 돌아가도록 헌신하려 한다.


이런 그에게 나이란 진정 숫자에 불과하다. 공부하고, 연구하고, 설계하고, 지도하고, 가르치고, 전달하면서 오히려 나이를 줄여간다. 50부터 나이를 거꾸로 세기 시작했고 그 나이에 맞는 몸과 정신을 가지도록 노력하고 있으니, 그의 계산법대로 하면, 지금 그의 나이는 40이 되는 셈이고 실질 모습도 영락없는 40대다. 친구지만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동욱이처럼 위대한 소수의 대열에 있으면서 사회조직의 톱니바퀴를 돌리고, 선한 방향으로 진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사람은 세상을 움직이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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