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노아 Dec 31. 2023

유대인은 멋진 사업 파트너,
5년의 틈! 한 번의 식사

인간관계 by Armenia

 매거진에 나오는 글들은 재미긴장도현실감을 돕기 위한 내용표현들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


=>   번의 식사로 어떻게 다시 사업을 이어나가고 확장시켰는지 전편에서 이어집니다


2부 : 사업을 너머 정신을 배우다.

내가 이러한 지배우위적 사고와 편견에 빠져 지낼 때 이들은 지난 잃어버린 3년의 고통을 만회하기 위해 최근 2년간 부단히 변화했다. 인력교체, 신규 store open, 마진을 줄이고 투자를 늘리는 결단을 통해 점진적으로 사업규모를 다시 키워나갔다. 물론, 우리와 상처 난 관계도 사실 이들의 노력으로 아물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들의 노력은 치열했다. 거칠게, 영악하게 사업을 하지만 더 큰 시야에서 무너져도 다시 일어나고 무엇이든 새롭게 재건할 수 있다는 이들의 자신감, 회복탄력성 이야말로 이들 민족의 역사가 물려준 정신의 유산, 사업의 노하우라는 것을 실질적으로 느낀 순간이었다. 



사실 대다수 아르메니아인들을 코카서스 유대인이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역사적으로 동로마, 이슬람, 셀주크, 몽고, 이집트, 러시아 등의 통치하에 있었고 동유럽과 아시아와 연결된 지정학적 위치로 위기와 기회가 늘 존재하는 환경에서 생활했다. 게다가 여러 제국의 통치를 받으며 자연스레 형성된 생존의 악착같은 기질까지 합쳐져 이들의 장사꾼의 기질과 사업적 역량은 지금까지 계승된 것이다.



이들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천연자원이 없다. 가진 것이라곤 인적자원뿐이다. 성공한 사람들이 곳곳에서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이들의 노력이 조그만 나라를 지탱했고 지금도 지탱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러시아 전투기 미그기를 개발한 아르튬 미코얀, 코로나 백신회사 모더나를 설립한 아페얀(Afeyan), 유명인 킴 카다시안이다. 즉, 칠백만 아르메니아 디아스포라[주 1]들의 힘이 삼백만 아르메니아 국민들을 보호해 주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유대인의 피가 흐르는 이들에게서 위대한 상인이 배출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과 사업하기는 어지간해선 어렵다. 돌다리는 꼭 두드려보는 유대인들의 경제관념, 치밀하게 계산된 셈에 대한 감각은 아주 뛰어나다. 이 말은 미래도 중요하지만 당장 손해 보는 장사도 안 한다는 뜻이다. 또한 이들은 자기들끼리는 경쟁이 없고 똘똘 뭉쳐 서로 간에 비밀이 없다. 전통 유대인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섣불리 경쟁을 유도하면 역으로 당하기 일쑤다.


이들과 사업하기 위해선 철저할 정도로 투명해야 하고 법적인 테두리 내에서만 해야 한다. 조그만 실수, 책잡히기라도 하면 그것들은 나중에 치명적인 무기가 되어 목을 옥죄게 된다. 반면 건전한 호의를 바탕으로, 신뢰가 형성된 관계로 발전하면 사업하기는 아주 쉬워진다. 항상 긴장을 유지하고 갑을 관계를 유지해야 사업은 평온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역사와 문화, 환경 속에 흐르는 이들만의 사상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얼굴 모습은 중동 이슬람 계통이나 종교는 가톨릭에 가까운 사도교회이다. 페르시아 역사 영향을 많이 받았으나 동유럽에 가까운 문화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 대다수가 자신들은 동유럽인이라고 강조한다. 자신들의 선조는 하야스탄 [주 2]이라고 주장하고 자신들에게 유대인의 피가 흐른다고 주장하여 전통 유대인과 갈등을 초래하는 독특한 민족이기 때문이다.



이번 방문은 나의 편견과 자만을 없앨 수 있는 뜻하지 않게 주어진 기회였다. 어떤 일을 완벽하게 해내려면 전혀 본 적조차 없는 새로운 것을 대하는 자세로 그것에 다가가지 않으면 안 된다. 편견은 무지의 결과이며 이것을 버리기에 늦은 때는 없다 [주 3]. 단 한 번의 식사로 나의 편견은 깨졌다. 이는 사업의 갈등을 풀고자 하는 의도나 이해관계에서 지배우위를 점하겠다는 의지를 너머 더 높은 시선에서 이들의 사상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그들의 정신을 공감하는 차원에서 서로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푸짐한 정찬과 마음을 느슨하게 한 아라랏 위스키, 환대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아르만과 가족들은 대문 입구까지 같이 걸으면서 배웅을 했다.



“다니엘, 지난 5년은 우리에게 큰 교훈을 주었다. 글로벌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서도 명확히 알았다. 우리의 정신 유산이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지도 배웠으니 이제부터 잘 될 일만 남았다”



깊은 포옹으로 헤어지면서 아르만은 앞날이 밝을 것임을 확신하는 듯 편안한 어조로 작별 인사를 했다. 



“다니엘, 방문해 줘서 고맙다. 아르만이 얘기한 대로 지난 5년의 시간이 우리를 더 단단히 만들어 주었다. 멀리, 높이 뛰도록 잘 도와주길 바란다”



여장부, 아르만의 어머니는 저녁 만찬에 대한 얘기보다는 사업 얘기로 마무리하면서 여전히 사업가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이들과의 대화에서 ‘진정한 사업가’, 즉 ‘장사꾼의 피를 유산으로 물려받은 사업가’의 진면목을 봤다. 그리고 ‘민족에 대한 자부심을 사업으로 풀어내는 신념’을 느낄 수 있었다. 사업을 한다는 것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며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나를 들여다볼 기회인 것이다. 나를 들여다본다는 것은 나의 성장과 발전도 상대와 함께 동반성장하는 상호진화(coevolution)가 되었을 때 더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이번 방문이 나에게는 사업을 함에 있어서 상호진화가 주는 가치를 다시 확인하는 좋은 경험이었다.


여정의 마지막날, 일정에는 없었지만 어떤 힘에 의해 나는 세인트조지(Saint George) 대성당의 미사에 참여했다. 황토로 지어진, 이태리 토스카나 저택 막시무스의 집을 연상케 하는 웅장한 성당 안에서 나는 아르멘과의 대화를 다시 상기했다. 과거 수많은 침략을 이겨내고 자신들만의 특성을 갖춘 사도교회의 가톨릭과 정교회의 균형! 균형이 주는 강인한 힘! 이 힘이 아르멘에게서 내게로 전해지는 강렬함에 사로잡힌 나는 사업을 너머 인간에 대해, 인간을 너머 그들의 문화적 사상에 대해, 사상을 너머 이들을 지배하는 정신의 우수성에 대한 깊은 공감과 존중이 부족했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진정한 사업가란 사람을 알고 사람을 위해, 사람으로 마땅히 해야 할 업을 행하는 자여야 함을 깊이 숙고하였다. 



[1] 디아스포라 (Diaspora) : 타인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지칭한다. 후에 그 의미가 확장되어 본토를 떠나 타지에서 자신들의 규범과 관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민족 집단 또는 그 거주지를 가리키는 용어로도 사용된다. 


[2] 노아의 후손인 하야크가 바빌로니아를 물리치고 세운 나라가 아르메니아이고  이들이 스스로를 부르는 이름을 하야시탄이라 한다


[3]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구도자에게 보낸 편지, 2005, 오래된 미래




이전 03화 유대인은 멋진 사업파트너 : 5년의 틈 ! 한번의 식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