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노아 Jan 07. 2024

사업은 위기의 연속,
경쟁법 위반고소를 기회로! 1

by 헝가리

* 이 브런치북에 나오는 글들은 재미, 긴장도, 현실감을 돕기 위한 내용, 표현들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


이 글은 해외 현지에서의 기업 활동 중에서 매우 조심해야 할 '경쟁법'에 대한 내용입니다. 특히 유럽, 미국에서 기업활동을 할때는 경쟁법 준수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당신 회사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가 벌어지고 있음을 안다. 내가 당신에게 제안을 하나 하겠다. 나의 개인사업에 당신이 투자한다면 지금 조사 중인 소송건을 무혐의처리하겠다. 다음 주 화요일까지 답을 달라”

 


무려 5천만 불짜리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린 나에게 헝가리 경쟁당국 수장인 타마스가 매파역할을 담당하는 가보르를 통해 전해준 메시지다. 2010년 디지털이 보급된 시대에 이메일이 아닌 인편으로, 그것도 직접 상대회사 수장인 내게 전달했다는 것은 비밀스럽게 처리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이다. 



상황인즉슨 이렇다.



회사의 영업 판매 책임자로 약 3년간 근무했던 아틸라(Atiila)는 거래선 직원과 담합하여 2백만 불 규모의 개인적인 부정을 저질렀고 그 10배에 해당하는 약 2천만 불의 영업손실을 초래했다. 본인의 회사에 대한 기여도를 잘 알고 있었던 그는 재직하는 동안 부정적으로 회사돈을 빼돌렸고 수시로 회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자료들을 파일로 복사해 모아두었던 것이다. 직원들이 메일을 보내며 실수했던 부분들, 내부 회의자료, 거래선 미팅 자료와 미팅 메모 등 전방위의 자료들이 아주 방대했다. 



이러한 과정이 발각되어 해고당한 친구였는데 이에 앙심을 품은 그는 헝가리 경쟁국에 우리 회사가 시장에서 가격 담합을 주도한다고 고발을 하였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위의 자료를 증빙으로 제출하였다. 사실의 진위여부를 떠나 경쟁국에 신고된 사안이기에 비상상황으로 간주하고 본사와 서둘러 협의해야 했다. 본사 경영진과의 회의 결과, 현지 수장인 내가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종결되었다.  나의 판단과 의사결정에 따라 회사는 위기가 될 엄청난 손실을 초래할 수도, 아니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오히려 우리 회사의 위상을 높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규모의 경제. 회사가 크면 문제도 크고 소송도 커지고 손해배상도 크다. 따라서, 이번 일이 잘못될 때 우리가 내야 할 벌금은 무려 5천만불 수준이었고 헝가리도 EU 소속이니 EU 경쟁국에까지 보고되어 유럽 차원으로 확대될 수 있는 우려까지 보태졌다. 이럴 경우, 벌금은 몇 십억 불로 불어난다. 




항상 평범하게 각인되어 있는 진리는 특별한 위기에 진가가 드러난다. 인생은 선택이라는 진리가 그랬다. 선택한다는 것은 판단한다는 것이며 판단한다는 것은 책임진다는 것이다. 바둑을 제대로 두진 못하지만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묘수다. 묘수는 정수를 두며 틈새를 찾아 허를 찌르는 것이라 나 역시 정도를 선택하기로 했다.  



개인적으로도, 사업적으로도 사실 정도를 걷는다면 의사결정이나 판단이 필요 없을지 모른다. 아니, 필요하더라도 원리에 따라 원칙대로 판단하면 된다. 하지만, 우회적인 편법이나 추론에 의거한 가정을 전제로 결과를 예측하려 할 때엔 기분이 아닌, 기본에 기준을 두는 것이 효율적이다. 다소 더디고 복잡한 듯하지만 실이 꼬였을 경우와 마찬가지로 실끄트머리를 찾으면 술술 풀리게 되어 있다. 이번 경우도 사건 발단의 시작점을 잡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것은 경쟁국이 왜 고소를 한 아틸라가 아닌 우리를 도우려 했는지에 대한 여부였다. 아틸라를 도우면 그들에게 커다란 이익이 될 텐데 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경쟁국 수장이 어떤 의도를 품고 내게 인편으로 돕겠다고 한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지만 개인의 사리를 취하기 위한 것임은 분명해 보였다


타마스의 제안이 상당히 유혹적이라 여겨진 것은 손해배상의 금액이 너무 컸고 더 커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답변을 보내기 전, 서둘러 경쟁국에 대한 조사를 한 결과, 우리 직원들의 실수가 없진 않겠지만 회사 경영에서 헝가리의 법과 원칙을 준수하고 회사의 가치를 지킨다는 것에 있어서는 법을 준수한 것이 분명했다.  



평상시 직원들에게 컴플라이언스, 안티트러스트 교육을 시켜왔고 내부점검은 체계적인 시스템에 의해 관리되어 왔다. 그랬기에 가격담합 금지나 반독점 활동 등에 대한 직원들의 인지 수준을 볼 때 큰 실수는 없을 것임을 나는 믿고 있었고 따라서, 정도를 선택한 나는 밀어붙일 힘이 생겼다. 우리에게 잘못이 없다면 고발한 아틸라가 제출한 자료에서 거짓을 밝히면 되는 것이었다. 




엄청난 금액의 손해배상에 가슴을 떨며 경쟁국 수장의 유혹적 오퍼를 수용하지 않고 정도를 택하는 것은 지금 생각해도 과감한 선택이었다. 만약 유혹을 선택했다면, 아니 유혹을 선택하는 그 자체가 그간 지켜왔던 나와 회사직원들 간의 신뢰, 편법을 통한 부당이익을 취하지 않았다고 자부했던 나의 기준을 나 스스로 믿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는 셈이니 말이다.  



정도를 선택하고 정면돌파를 직원은 물론 한국본사에도 통보한 후 나에게 유혹적이었던 타마스에게 정중한 거절의 답변을 모냈다. 물론 상대와 같은 방법인 인편을 통해 서신을 전달했다.  



“타마스 씨, 저희에게 베풀어 주신 호의에 감사합니다. 저희들은 헝가리에서 사업을 하면서 한 번도, 한시라도 헝가리 법과 원칙을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저희 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한 직원이 고발한 내용도 사실과 다름을 이 자리를 빌어서 확실히 하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정도 경영을 이어갈 것이고 저희 사업이 더 가치를 가지고 헝가리 국익과 사회에 보탬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정중하게 베풀어 주신 제안을 거절함을 알려드립니다.” 



자, 주사위는 던져졌다! 


==>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이전 04화 유대인은 멋진 사업 파트너, 5년의 틈! 한 번의 식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