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노아 Jan 21. 2024

사탕 대신 칼 !
:핼러윈에 들이닥친 트라우마 1

by 헝가리

· 이 글은 기업 경영 활동에서 생각해 볼 ‘원칙대로’에 대한 내용입니다. 원칙대로, 원칙주의의  정도와 그 실행의 명암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2부로 발행됩니다) 



“딩동딩동딩동!”


2011년 10월 31일! 요란한 벨소리와 함께 드디어 축제가 시작됐다. 큰딸은 나와 엄마를 연신 번갈아보며 화사한 미소를 던지고 잰걸음으로 대문을 활짝 열었다. 호박 가면, 유령복장의 초등학생 6명 사이에 우리 둘째 딸의 검은 악마복장이 눈에 띄었다.


“트릭 오어 트릿 (Trick or Treat)”, “트릭 오어 트릿 (Trick or Treat)”  


계속 큰소리로 외쳐대는 트릭 오어 트릿! 큰딸은 자기 손에 들린 울긋불긋 금빛 포장들의 사탕, 무지개 색깔의 엠엠 초콜릿, 울퉁불퉁 페레로 로쉐 초콜릿을 아이들 바구니에 한 움큼씩 옮겨 담자 6명의 귀여운 악마들은 쏜살같이 옆집으로 뛰어간다.  


뒤이어 또다시 딩동딩동딩동!!!! 유치원생 아이들이다! 화려한 사탕을 받아 들고는 가면에 가려 보이지도 않지만 얼마나 생글생글 웃어대는지 온몸으로 느껴질 정도다. 그다음은 중학생, 또 초등학생.. 이렇게 10여 차례 아이들의 방문이 이어지는 핼러윈! 헝가리의 10월 31일은 그야말로 축제 그 자체다!

 

하지만, 나에게 2011년 그날, 축제의 밤은 마음속에 커다란 상처를 남긴, 비극적인 날이었다.

 


딩동딩동딩동!


한 블록 떨어진 거리의 박법인장 가족의 집에도 연신 벨이 울렸을 것이다. 나와 같은 법인장 신분으로 이국땅에서 우리는 종종 만나 사업얘기, 아이 키우는 얘기로 나름 친분이 있는 관계다. 이 날은 나와 마찬가지로 박 법인장네도 아이들 맞을 준비로 분주했을 텐데...  느낌이란 것이 이리도 예리했던가! 이후 그에게 들은 말로는 그때의 벨 소리가 유난히 묵직하고 절도 있게, 아이들이 누르는 벨소리와는 다르게 들렸다고 한다.

 

사단은 예고 없이 들이닥친다! 이유 없는 현상은 없다지만 이유 모르는 현상이 부지기수인 인생에서 단 한 번이라도 겪지 않았으면 하는 사태가 이 날 묵직한 벨소리로 예고되었던 것이다. 자연스러게 박법인장 내외는 사탕바구니를 들고 반갑게 현관문을 열었을 테고 문이 열린 순간, 핼러윈 가면을, 아니 복면을 한 4명의 건장한 체구들이 이들 부부를 무자비하게 폭행, 저항할 틈도 없이 내외는 피범벅이 되었고 이 소동의 괴음에 나는 혹시나 해서 그 집으로 달려갔던 것이다.

 

“이것은 시작이다. 앞으로 더 조심해야 할 것이다”

 

괴한들은 이 말을 남기고 떠났다고 한다. 처참했다. 피범벅이 된 얼굴과 몸, 쓰러져 있는 두 내외를 보면서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허둥대는 순간, 경찰과 구급차가 도착했고 이후 경찰조사에 의하면 아무런 흔적이 없어서 범인을 잡을 수가 없다는 것.

 

결국, 두려움과 2차 위험이 도사리는 이곳에 박법인장 내외는 더 이상 머무를 수 없다고 판단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사실, '이 것이 시작'이라는 괴한의 말이 환청으로 매일매일 자신을 짓눌러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이들의 위험까지 감수하며 이곳에 남아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정신적, 육체적인 충격이 너무 커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을 것임은 어느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다.




과연 무엇이 이러한 사단을 낸 것일까?

어떤 과거가 지금의 이 사태를 몰고 온 것일까?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길래 평생 겪지 않아도 될 이 트라우마를 안게 되었을까?

우리 인간은 그 어떤 예측조차 못하는 존재인가?

뛰어난 지식과 능력이라는 무기가 이렇게 한 순간에 무용한 것이 될 수도 있단 말인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시간이 지나 그 원인을 단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바로 이것이다.

박법인장의 '원칙주의적 사고'!


자, '원칙주의자'라면 다소 포용력이 없더라도 아주 조직에 적합한, 신뢰 있는 자를 의미할 것인데 왜 원칙주의로 대변되는 그가 이런 사태를 겪었단 말인가? 


이에 대해 다음 편에 이어질 예정이다.



이전 06화 던져진 주사위(가치와 윤리의 경영), 그 결과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