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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노아 Apr 28. 2024

30년 vs.100년 존속의 비밀

  한 회사에 35년을 근속하고 퇴직하는 동안, 정말 누구 못지않게 최선을 다해 일을 했지만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기업의 존재목적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최근 들어 때때로 100년 이상 존속하는 기업, 존경받는 기업, 그리고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기업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매년 연말이 되면 최고 경영진은 차년도 계획을 발표한다. 어느 기업이나 그렇겠지만 자주 거론했던 비전은 '사회에서 존경받는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기업의 존재목적은 '사회'와 맞닿아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존경받으면서 오래 존속하는 기업'이 추구하고 있는 것, 이것이 진정한 기업의 존재 목적이 아닐까? 이들 기업이 내세우는 기업 모토, 기업 철학에 분명 많은 기업들이 배워야 할 실전적인 ‘기업의 존재 목적’이 있을 것이다.


  아주 오래전 대학에 들어와 처음 접했던 경영학원론에서는 기업의 존재목적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존재한다.’, ’ 이윤을 통한 주주들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것이 기업의 존재 목적이다.’ 물론 지금 SDG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지속가능 개발 목표)  시대로 들어선 이후엔 이러한 정의가 다소 확장되어 주주뿐만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여하튼 이러한 정의에 입각한 기업은 거의 40여 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되어 있을까? 그리고 100년 이상 존경받으면서 존속한 기업들의 활동은 경영학원론에서 얘기한 정의(definition)가 반영되어 있을까?


  답에 가까이 가기 위해, 100년 이상 존속한 기업들이 내세우는 기업 철학, 기업 존재 목적을 살펴보고 이들의 철학과 존재 목적이 경영학 원론의 정의와 같은지 보려 한다. 동시에 기업의 평균 수명과 비교하려 한다. 오래 존속하는 기업과 기업의 평균수명이 나타내는 의미가 다르기 때문에..     




  우선, 기업의 평균 수명에 대해 살펴보자. 글로벌 매거진인 포춘지는 해마다 세계 500대 기업을 선정하여 발표하고 있는데, 기업의 평균 수명은 30년이라 한다. 100대 기업이 5년 내에 생존할 확률 50%, 10년 내 생존 확률은 16% 수준이라고 한다. 2018년 일본경제신문사가 기업의 수명에 대해 실증적으로 조사한 결과, 일본 기업의 평균수명은 30년에 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기업이 번창해 우량기업으로 남아 있는 기간이 30년이 안된다는 얘기이다.


  그리고 지난 30년 동안 세계 1백대 기업의 생존율은 38%로 나타났다. 일본 기업은 22%, 미국 기업은 21%로 조사됐다. 참고로 우리나라 기업의 지난 30년간 1백대 기업 생존율은 16%로 나타났다. 기업의 평균 수명에 대한 다른 자료를 통해 살펴보면, 2018년에 조사된 S&P 500에 편입된 기업의 평균 수명은 22년이며, 기업의 수명은 점점 짧아져 2027년에는 12년 정도로 예측하고 있다. 과거 1965년경, 33년이었던 수명과 비교하면 30~40% 수준이다.


  아마존의 설립자 제프베조스는 어떤 기업도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직원들에게 '아마존도 언젠가 망할 겁니다. 대기업의 수명은 100년이 아니라 30년이 조금 넘는 정도니까요'라고 말했다(주 1). 그렇다면, 대충 어림잡아도 2018년 지수에 포함되었던 기업들의 50%가 2027년 새로운 기업들로 대체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면, 100년 이상 존속하는 기업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例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300년 이상을 지켜온 기업이자 가문인 메리치이다. 이 기업이 내세운 철학은 ‘세상에 기여하면 더 큰 이익이 돌아온다.', ‘존경받는 기업'이었다. 이를 위해 대중의 뜻을 거스르지 않았고, 청렴했고, 유럽 최초로 공공 도서관을 건립했으며, 자선사업, 고아원 후원, 예술가 지원 등의 사회에 기여하는 활동을 하여 대중의 존경심을 받았다. 메리치 가문은 대부 은행업으로 부, 이익을 축적했는데 이것, 즉 이윤에만 집중했다면 대중을 착취했다는 비난으로 오래가지 못했을 것이다. 사회 기여를 하면 기업은 존경받을 수 있고, 기업은 그 존경심을 바탕으로 성공을 유지할 수 있는 선순환을 이룬다.   


  미국 시어즈 리테일 유통을 다음 예로 살펴보자. 이 회사를 설립한 사람은 로젠월드이다. 이 유통은 미국에서 우편주문으로 시작했는데 主 고객은 가난한 농부였다. 당시 농부들은 소득이 낮았기에 시어즈 매출은 크지 않았다. 이에 시어즈는 농부의 소득을 높이기 위한 교육,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농부는 소득이 올라갔고 시어즈 매출도 올라갔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나의 수익도 창출한 것이다. 오히려 더 큰 수익을 얻은 것이다.

 

  “이익이 피라면 사회공헌은 심장이다. 이익은 우리 몸의 피와 같다. 피가 돌지 않으면 죽듯이 기업 또한 이익이 나지 않으면 죽는다. 하지만 그 피는 심장에서 나오는 건강한 피여야 한다. 기업은 혼자 존재하는 게 아니다. 사회가 건강해야 그 안에 존재하는 기업도 건강할 수 있다.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중 하나는 이윤을 적당히 가져가는 것이다. 기업의 피가 혼탁해지는 것은 무분별하게 이익을 착취하면서부터 이다. 반대로 적정 이윤을 유지하면서 큰 이익을 만드는 기업도 있다. (주 2)”


  이들 기업은 이익을 극대화하지 않았다. 공통적인 특징은 이들 기업은 사회 기여, 공헌을 통해 이익, 부를 지속 창출한 것이다. 사회 기여를 통해 존경심을 획득했고 이를 통해 오랜 기간 존속할 수 있었다. 이들에게는 사회, 소비자 가치 제고가 우선이었다.

 



  1668년 독일 다름 스타트 (Darmstadt)에서 천사약국으로 시작하여 세계적인 바이오기업으로 성장한 머크(Merck)라는 회사가 있다. 이 기업의 존재이유, 기업 이념은 ‘의약품은 환자를 위한 것이지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 존재 이유를 잊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한다면 이윤은 저절로 따라온다'이다.


1950년 미국 머크(社) CEO인 죠지 윌리엄 머크는 “왜, 의약품을 만드는가?”라는 질문에 “환자들을 낫게 하기 위해 이 사업을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라고 대답했다. 즉, 회사의 존재 목적은 환자들을 낫게 하는 것임을 잊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이 말이 무척 중요하다. 기업은 끊임없이 경쟁하고 자본 시장에서 평가를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의 압박은 항상 크다. 이럴때 존재 목적을 뒤로하고 단기 경영 목표_이익 극대화_에 빠져들 수 있다. 반대로, 이 기업처럼 시장의 압박이 있어도 존재 목적을 기억하려고 매 순간 노력하는 기업들도 있다. 결과를 놓고 보면, 존재 목적에 충실하는 기업이 이익, 부를 창출하고 지속 가능 경영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참고로 머크사는 13대째 이어지고 있고 354년이 되었다.


  2014년 독일 머크(社)의 지주회사 의장인 스탄겐베르크 하버캄프(Dr. Frank Stangenbreg Haverkamp)가 인터뷰 때 한말이 의미 심장하다.


  “돈이 아니라 가치를 물려주는 것이 다음세대에 남겨 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이다. 가치란 기업이 존재하는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다. 우리의 존재 목적, 제약 사업을 하는 이유는 환자를 낫게 하기 위해서이다. 회사의 이익은 가문의 이익보다 우선하고 머크 가문은 회사를 소유한 것이 아니라 후대를 위해 신탁 관리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354년 영속하는 기업의 존재 목적이 명확하다. 돈이 아니라 환자를 낫게 하기 위한 존재 목적인 가치를 중시하고 가문의 이익보다 우선한다는 것이다. 책임경영을 실천하고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위 사례 기업들의 공통적인 부분은, 돈을 벌어서 사회 공헌을 하는 것이 아니고 사회 기여를 통해 더 큰돈의 흐름을 펼치는 것이다. 이렇게 위대한 기업의 본질을 지켜온 회사의 지속성과 규모의 확대가 시간이 지나면서 기업의 존재목적이라는 것이 밝혀진 것인지, 아니면 2012년부터 CSV를 통해 이러한 개념이 널리 알려진 것인지 정확히 구분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21세기 들어서는 실제 이러한 사회적 공헌을 실천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14.6.19 TED에서 강연한 마이클 포터 (Michael Porter) 교수의 얘기를 해보자. “Why business can be good at solving social problems?” CSV를 처음 주장한 마이클포터 박사는 “지금 세계는 문제들로 가득 찼다. 심각한 문제, 큰 문제, 다급한 문제들이다. 영양부족, 물부족, 기후변화, 산림벌채, 기술 부족, 불안정, 부족한 식량, 의료보건 정책, 공해, 매연 등의 문제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이 문제들을 해결함이 이렇게 어려운가?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NGO나 정부들이 오랜 기간 동안 나섰는데 왜 진전이 없는가? 그것은 scale 문제이고 리소스 문제이다. 이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리소스는 기업에 있다. 기업이 창출하는 리소스는 정부와 NGO가 창출하는 리소스의 5배 이상 크다”라고 주장하며 기업의 사회적 공헌, 가치창출이 오히려 기업을 성장시킨다고 논리를 폈다.  


  마이클 포터가 얘기하는 요지는 기업이 전 세계에 산적해 있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리소스를 가지고 있기에 기업과 정부/NGO는 협력을 해야 하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shared value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기업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주체라는 것이다. 이윤, 단기성과를 위한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존재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 3)  


  기업이 이윤을 남길 때 리소스 확보가 가능하다고 얘기한다. 사회의 여러 집단들은 기업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이익을 만든다는 잘못된 Conventional wisdom에 사로잡혀 있다고 얘기한다. 사실은 정반대로 기업이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이익을 만든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업의 힘을 이용하여 사회적 문제의 근원적인 부분까지 접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업이 사회적 가치(social value)와 경제적 가치(Economical value)를 합쳐 공유된 가치(shared value)를 창출할 때 사회적 문제는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상술한 사례들에서 살펴봤듯이 100년 이상 존속한 기업의 철학, 존재 목적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항상 존재 목적을 잊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Great 기업들은 이윤 창출, 주주가치를 넘어서 사회적 가치, 사회 기여, 존경심을 창출하여 이익을 만들고 이를 통해 영속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현재 ESG 경영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어 글로벌 차원에서 많은 기업들이 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100년 이상 존속한 기업은 이미 ESG 경영을 사회적 가치라 여기고 오래전부터 실천하고 있다.


  경영학의 大家 마이클 포터 교수도 NGO 재단 활동을 하면서 가졌던 conventional wisdom에 대한 본인의 오류를 인정하면서 기업이 해야 할 사회적 가치 실현을 강조하고 이것을 위해 이익 창출하고 리소스를 만들어야 함을 강조한다.


  기업의 존재 목적을 크게 봐야 할 듯 하다. 이윤 창출, 주주 가치를 넘어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가치를 창출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지향하는 데에 있지 않을까?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기업은 이익을 창출하고 그 이익으로 다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주주에게는 보상_배당_을 해주게 된다.


  마지막으로 기업 수명 30년을 못 채우고 사라지는 기업들은 왜 그런가? 분명 이들 기업이 추구했던 목적과 노력은 100년 이상 영속하는 기업의 것과는 달랐을 것 같다. 이들은 이윤 최대화를 우선하는 단기적 경영 목표에 집중했고 기업 본연의 존재 목적에 대해서 가벼이 생각한 부분도 있었을 듯하다. 기업이 법인 형태를 취하는 순간 영속의 사명을 부여받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해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숙명적 존재론을 가벼이 생각하지 않았을까?


  아무리 고귀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 하더라도 영속성이 없으면 기업 존재 자체가 의미 없어진다. 100년 이상 존속하기 위해서 존재 목적, 기업 이념에 대해 정의하면서 무엇에 우선을 두어야 할지에 대한 답을 찾을 때 좋은 기업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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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돈의 본능, 토니로빈스/피터멀록, 2021, RHK

(주 2) Big Profit, 사회를 변화시키며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 신현암, 2017, 흐름출판

(주 3) https://youtu.be/OUUff7 nvXLM? si=KGndMEe9 vMzQK-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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