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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노아 Apr 21. 2024

나는 하못당 당수!
: 리더와 별칭과의 관계

하못당 당수. 내 별칭이다! 듣기에 다소 우습지만 은근히 신나는 별칭이다. 직원들이 날 그리 불러주는 것도 듣기 좋고 '하못당하못당' 부를수록 내 에너지도 올라가니 이 별칭은 딱! 내게 적합하다!


직장에서 상사에게 별칭을 불러 부른다는 것은 리더가 특징이 있거나 친근하다거나 특별하다거나 중 하나다. 나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별칭 없는 상사들이 대다수인데 (물론 뒤에서 수군거리는 별칭은 있겠지만 대놓고 불러대는 별칭을 가진 리더는 드물다) 나는 별칭이 있다! 그것도 직원들이 대놓고 부르는! 별칭이 있고 없고에 따라 리더가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할 수 있다. 별칭 없는 리더는 평균의 역할만 떠나는 존재일 것이고. 조직에서 보스에 대한 별칭이 만들어 지는 과정을 생각해 보면, 그 리더가 어디에 속하는지 분류가 가능하다. 별칭은 그 리더가 조직에 미친 영향도 같이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떤 리더들이 별칭을 갖고 있는지 간략히 살펴보자. 


첫째, 보스질라, 슈퍼갑! 갑질을 일삼는 리더다. 이들의 경우, 성격과 행위를 그대로 반영한 단어들이 붙여진다. 보스고질라, 슈퍼갑질, 단어만 들어도 그 리더가 어떨지 판단이 가능하다. 이러한 리더는 그 조직뿐만 아니고 회사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보스의 갑질이 세상에 알려지는 순간, 그 회사의 이미지와 주가는 떨어지고 심할 경우는 불매 운동까지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스타일의 보스는 당장의 아웃풋을 중시하기 때문에 목적 달성을 위해 선을 넘는 언행을 서슴지 않는다. 더군다나 역량도 안되는데 갑질까지 한다면 이 리더가 회사에 끼치는 쓰레기 비용은 매우 크다. 좋은 인력들이 가지 않으려 할 것이니 성과 창출은 요원한 채 리더 리스크, 사고만 생겨 큰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이러한 리더를 채용하거나 조직을 맡긴 회사도 문제이겠지만..   


둘째, 발암보스! 드러나거나 표 나게 하지는 않지만 은근히 부하직원들을 괴롭히는 리더이다. 암을 유발할 것 같은 행동, 말로 조직의 분위기와 부하직원의 역량에 장애를 유발한다. 뒤끝 있는 은근한 스트레스 창출자이다. 단순히 그 직원에게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직원의 가족까지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받는 직원이 그 내용을 집까지 가져가서 아내에게 얘기하면서 험담을 한다. 아내는 새벽 1시까지 그 부정의 에너지가 담긴 얘기를 들어야 한다. 배우자의 발암 얘기를 들어야 하는 아내도 곧 화병이 생길 것이다.  


셋째, 액션짱, 혹은 동촉자(동력촉진자)! 실천하는 리더를 의미한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약속한 바를 지키기 위해, 조직의 동력을 높이기 위해 스스로 실천하는 리더이다. 리더의 역량이 성과에도 나타나고 그 조직의 역량도 높다. 리더십 분류로 보면 파워리더십, 슈퍼리더십, 변혁적 리더십들이 속한다.   


넷째, 멘또 보스, 멘토 가이드! 듣고 가이드하는 리더다. 오픈 마인드, 이해, 배려가 몸에 베인 리더이다. 일은 사람이 하고 사람이 조직이기에 사람을 중시하는 리더이다. 조직원들에게 가이드를 주고 셀프 리더가 되도록 독려하고 자신은 멘토 역할을 많이 한다. 여기에는 서번트리더십, 사이드리더십, 비전리더십이 속한다. 


자, 이제 나의 별칭, 하못당 당수얘기로 들어가 보자! 일단 나는 별칭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특징 있는 리더인 것이다. 좋은 리더일까? 나쁜 리더일까? 이를 알려면 하못당의 의미부터 알아야 하지 않을까.




CIS 지역 사업을 맡아 부임한 뒤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강조한 것이 “하는 놈에겐 못 당한다”였다. 즉, 생각보다 실행을 강조하고 실패해도 좋으니 좋은 아이디어이고 좋은 뜻이라면 시도부터 하라고 강조했다. 소통하는 모든 메일의 시그니처 메시지에 “하는 놈은 못 당한다” “The one who acts is hard to beat” 문구가 자동으로 붙어 나가도록 했다. 나와 이메일로 소통하는 모든 CIS 내 직원들은 이 문구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분기별 Town-Hall 미팅에서도 이 문구를 설명하고 실행을 강조하였다. 자연적으로 직원들 사이에도 이 문구가 같이 사용되었고 잠재의식 속에 미약하나마 심어지게 된 것이었다. 


22년 겨울, 카자흐스탄 법인을 방문하였다. 법인에서는 공식 미팅 후에 ‘천산(주 1)을 올라가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천산 산봉우리에는 여름에도 눈이 그대로 있는 높은 산인데 겨울에 올라가는 프로그램을 준비했으니 23년 사업에 대해 웬만한 각오가 앞섰음을 보여주고자 한 의도로 해석을 했다. 법인 인력들의 마음이 보였고 이 추운 날씨에 리더에게 눈으로 덮인 산의 정상으로 올라가자는 제안을 하는 용기도 가상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스키 리프트를 갈아타고 올라간 뒤 정상 7부 능선 부근의 별장에 도달했다. 여기서부터는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물론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일정 거리만 올라갈 수 있었다. 그 길도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런데 정상 7부 능선까지 왔으니 갈 수 있는 데까지 가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카자흐스탄 법인장, 주재원의 표정을 보니, 7부 능선에서 멈추고 별장에서 소소한 행사를 하려 했는데 좀 더 올라가자고 하니 놀라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어쩌랴, 지역 보스가 올라가자고 하는 걸……

올라가는 거리는 100m가 채 안되었지만 매우 도전적이었다. 전문 등산화도 없이 올라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눈은 날렸고 매서운 바람도 앞길을 막아섰지만 즐거운 마음이었다. 소중한 인력들과 같이 할 수 있는 시간이 좋았고 기가 세다는 천산의 정기를 받는 것도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도전이라는 생각, 2023년 사업 성장에 대한 강한 확신이 천산 등반에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도전적이었지만 짧은 등반을 마치고 별장으로 돌아왔다. 별장 안에는 따뜻한 팥죽과 뜨거운 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한 숱 가락의 팥죽과 한 모금의 뜨거운 차는 온몸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한참의 시간 동안 사업 얘기, 천산의 얘기를 한 뒤 모두는 밖으로 나와 기념 촬영을 했다. 이때 등장한 것이 하못당 플래카드와 티 셔츠였다. 천산 정상 부근에서 도전의 의지와 함께 ‘는 놈에겐  한다’는 리더의 문구를 앞세워 2023년 사업과 개개인 모두가 성장하는 한 해가 되도록 다짐을 하였다. 


이 천산의 모임 이후에 ‘하못당’이라는 당명이 생겼고 나는 자연스럽게 당수가 되었다. 이 얘기는 CIS 모든 조직으로 전달이 되었고 당이 생길 정도의 지지를 받는다는 의미까지 보태진 것이었다. 나의 바람, 의지가 전 조직으로 스며들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서 뿌듯했다. 그리고 직원들이 일을 함에 있어서 이 문구를 생각할 것임에 실행력은 분명 향상될 것이라는 확신은 확고해졌다. 


이러한 얘기들이 좋은 리더라고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충분조건은 아니다. 그렇지만 강압적인 것이 아니었고, 하나의 예이지만, 조직의 구성원들이 리더가 강조하는 내용을 상기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는 나와 소통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앞에서 본, 리더에게 붙여지는 별칭과 그 속성을 볼 때, 소통이 된다는 것은 긍정적이 측면이라 생각한다.     


조직에서의 상하 관계는 어렵고, 멀고, 부담스럽다. 그러나 경청, 소통, 공감과 최소한의 불편함으로 서로 존중할 때, 그 관계는 쉽고, 가깝고, 편할 수도 있다. 나쁜 별칭은 뒤에서 얘기되는 험담이지만 좋은 별칭은 앞에서 드러나는 존중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래서 앞에서 회자되는 별칭을 갖고 있는 리더는 일단 좋은 리더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통, 공감하지 못하면 이러한 별칭이 붙을 수 없다고 본다.  

        

유능한 리더는 자기 자신을 관리할 줄 안다. 자신을 관리하는 것은 감정을 통제하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찾아서 변화하려는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즉, 직원들이 리더에 대해 감정적으로 성숙한 사람이고 소통할 줄 안다는 평가와 믿음을 갖도록 해야 한다. 리더십은 감정의 공유인 것이다. 직원과 리더사이에는 감정적인 유대가 있어야 한다. 나의 리더는 언제든지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변화할 줄 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감정적 유대가 필요하다. 소통, 공감이 부족하다면 소통, 공감을 위해 변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감정적으로 유대가 되는 리더가 되어 보자. 


리더십의 한 면을 별칭과 연계하여 봤다. 비록 한 면이지만 긍정의 별칭이 주는 의미를 생각해 보면 좋은 리더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별칭이 있는지? 나의 별칭은 긍정적인지? 이 참에 자신을 돌아보는 게 어떨까?



주 1) 중국 서부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의 나라에 걸쳐있는 산맥의 큰 봉우리이다. 천산이라는 이름은 '하늘의 산'이라는 뜻으로, 주변 튀르크계 언어 명칭들도 같은 뜻이다. 중국에서는 톈산으로, [톈]은 하늘 천(天)을 중국식 독음으로 발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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