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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노아 May 05. 2024

이딸리아노에 가까이 가기!

나라별 특성과 관계 맺기

12여 개국에서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각 나라 사람들의 특징과 이들과 어떻게 가까이할 수 있는지, 비즈니스에 어떻게 연계할지, 국별 연재 형식으로 이야기해 보려 한다. 알고 있는 내용일 수 있지만, 잠시 그때의 기억을 상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희망하면서…    


오늘은 이태리 사람의 특성과 그들과 교감하고 비즈니스 하기 위해 염두에 둬야 할 부분들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보자.


대다수가 알다시피 이태리사람들. 하면 절대말수가 많고 중간에 끊지 않으면 지칠 줄 모르고 얘기하며 사사로운 것도 가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다 얘기한다. 상당히 친근하고 개방적이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 관계를 맺는 것을 즐기고 대화하기를 워낙 좋아하는 데다 대체로 목소리톤도 높고 열정적으로 활발하게 의견을 나눈다.


유럽 권역 HQ에서 유럽법인들 회의를 분기에 한 번씩 하는데 유독 이태리법인의 발표시간은 긴 데다 집중을 요한다. 특별한 아이디어가 있어서라기보다 이태리식 영어발음은 알아듣기 매우 어려운데 청중이 알아듣든 말든 하고 싶은 말은 끝까지 다 한다. 그래서인지 이태리법인의 발표순서가 되면 타 법인의 참석자들은 마음의 준비까지 하는 편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들은 특별한 내용이 없음에도 당당하게 발표함에 당황하지만 오히려 귀엽게 받아들이게 된다. 참석자들이 꽤나 숨이 찰 정도로 집중하여 듣는다는 것을 이들은 알고 있을지...


매우 가족적인 문화이고 모계 중심이다. 이태리 문화에서 가족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가족이 최우선의 가치로 생각한다. 영화 ‘대부(God Father)’의 주 내용이 이태리 마피아의 삶인데, 여러 장면에서 가족이 군집하여 생활하는 모습이 등장하고 패밀리 멤버들이 한 집에 모여 서로를 보호하며 산다. 남자들이 센 척을 많이 하지만 집에서는 여성들이 중심에 있다. 40살이 넘어도 결혼을 하지 않으면 부모 집에 얹혀살고 어머니의 지휘아래 생활한다. 고부간의 갈등은 그리 심각한 이슈가 아니며 그렇게 함께 사는 것을 불편해하지도 않는다. 아마 할 말을 다 하는 문화를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글로벌 대학에서 이태리유학생의 비율이 가장 낮다고 하는데 이 역시 가족중심의 문화 때문이다. 자녀들은 부모가 살며 자신이 태어나 자란 곳을 웬만해선 떠나지 않는다. 공부를  위해 타 지역으로 가는 것이 이들에게는 문화답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처럼 모든 것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타도시로의 유학, 심지어 해외유학이라는 옵션이 자녀를 키우는 데에 거의 고려되지 않는 것이다.


이태리의 문화를 대변하는 것에 음식과 축구, 예술을 빼놓을 수 없다. 먼저 음식에 대해서는 세계 그 누구라도 이태리사람에게 당하지 못할 것이다. 음식에 대해 시비를 걸었다가는 최소 5시간 이상은 이태리음식 강의를 들어야 할 정도로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태리 전국의 어딜 가나 음식은 맛이 있는데 기본 실력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이들이 음식을 대하는 정성과 혼이 남다르다. 게다가 자신의 음식을 자랑하는 것도 이들의 일상에선 크나큰 즐거움이다. 어느 집이든 초대받아 가면 모든 대화는 식탁에서 시작하여 식탁에서 마무리된다. 비즈니스얘기도 마찬가지다. '먹는 행위'는 그저 행위일 뿐이고 식사문화는 이들의 삶의 중요한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축구에 대한 열정도 범상치 않다. 월드컵 역사를 보더라도 이태리 축구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온 가족이 축구를 즐긴다. 어린 자녀를 축구장에 데리고 가는 것은 부모의 중요한 역할이다. 자녀에게 응원하는 구단의 연간회원권, 평생회원권을 선물로 주고 어릴 적부터 축구와 가까워지도록 한다. 축구에 대한 열정은 대대로 내려가고 패밀리가 변함없이 한 구단만 응원한다. 축구에 대해서도 진심이다.        


이태리인들은 자신들의 문화에 대한 높은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 예술뿐만 아니라 거리의 건축물, 패션까지 모든 것이 이들에겐 자신을 대변한다. 매우 자유분방하지만 격식을 갖출 때는 철저하다. 밀라노 시내 중심에 위치한 라스칼라 극장은 파리 오페라 극장, 비엔나 국립 오페라 극장과 더불어 세계 3대 오페라 극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극장의 공연을 보려면 모든 격식을 갖추어야 한다. 양복차림도 어색할 정도로 격을 갖출 때엔 깐깐하고 철저하니 이들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얼마나 높은지 가늠이 된다.  


패션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외모에 신경 쓰는 것을 떠나 자신을 개성 있게 드러내는 DNA가 있다고 여겨질 정도다. 특히 남성들의 패션과 스타일은 단연 세계 최고다. 백화점 중심고객이 여성이라 대개 1층은 여성을 상대로 한 브랜드들이 차지하는 것에 반해, 이태리의 백화점 1층은 남성용품인 곳이 많을 정도다. 

이렇게 음식이나 패션등과 같이 이태리사람들이 자기 관리나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은 이들의 일을 대하는 면에서도 드러난다. 이들은 보직이나 권력을 잡으면 결코 놓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하다. 사회적 타이틀,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 심지어 회사에서 리스해 주는 차에 대해서도 자신의 개인비용을 보태어 포르셰를 타겠다고 고집하기도 할 정도다. 물론 황당한 고집이라 수락되지 않았지만 이러한 발상처럼 외부로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가 이들의 삶에서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또한 이태리에는 나이가 꽤 있는 대표나 협회장들이 많은데 80이 가까워도 자리를 내놓지 않기에 그 자리를 물려받는 후배 역시 나이가 지긋한 경우가 꽤 많다. 권력이나 자리에 대한 욕심이 매우 강한 것이다. 이 또한 사회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 때문인 듯하다. 실제 이태리 스포츠 협회장들의 나이 역시 70세 이상이 대부분이다. 또한 이들이 사회적인 명성이나 위치에 얼마나 집착하는지를 풍자하는 그림이 있다. 나무 의자에 뿌리가 생겨 땅 밑으로 내려가는 모습.


그래선지 이들 사이엔 도제문화가 매우 강하다. 여러 산업이 발달했지만 중소기업에는 마스트 제도, 도제 제도가 오랜 역사와 함께 이어지고 있다. 각 영역에 전문가들이 포진하고 있고 그 기술과 맥을 이어 가는 문화는 무척 중요한 요소이다. 양복 전문가, 신발 전문가, 모자 전문가, 가방 전문가, 넥타이 전문가, 자전거 전문가, 유리 전문가 등 특정 영역에 Master들이 있어서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고 초고가에 전 세계의 부유층 사람들에게 팔고 있다. 일례로 수제 구두 한 켤레 가격이 5,000유로, 와이셔츠 하나에 2,000유로 정도임에도 전 세계의 마니아들이 정기적으로 구매를 한다. 이 기술은 도제 과정을 통해 후배들에게 이어지고 있다. 전통과 정통을 모두 중시하는 이들의 문화는 어쩌면 태어난 곳에서 떠나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중시하고 자기 일에 있어서만큼은 의자밑에 뿌리가 생길 때까지 끈기 있는 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태리 사람들은 사생활에 대해선 매우 쿨하다. 무슨 일이 발생하더라도 사생활은 사생활로 간주한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여성들과 문란한 생활을 했다고 해서 그것을 이슈로 삼지 않는다. 철저히 사생활은 사생활로 존중한다.


그런데 이태리인들에게 취약하다고 할 수 있는 점이 바로 시간이다. 약속시간을 정하는 것에 인색하다고 해야 할까 유연하다고 해야 할까 개념이 조금 부족하다고 해야 할까. 비즈니스미팅에서조차 지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게다가 약속이 늦어도 그렇게 미안해하지도 않는다. 한국의 코리안타임처럼 이태리타임은 가늠이 안된다.      



이 상에서 살펴본 몇 가지 특성들은 이태리인들과의 상호작용에서 이해하고 고려해야 할 중요한 문화적 요소들이다.(물론 특성들은 더 많다) 이태리인들과의 교류에서 이러한 특성들을 잘 이해하고 존중하면 원활하고 긍정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이들과 연결이 가능한지 살펴보자. 


이태리에서는 비즈니스 관계가 개인적인 관계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신뢰와 존중을 기반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과 친분을 쌓기 위해 개인적인 만남과 사교적인 활동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시회, 콘퍼런스, 사회적 행사 등 공적인 만남과 파티 참석, 축구 관람, 오페라 관람 등의 사적인 만남을 이어가는 것도 꽤 중요하다.  


이태리인들은 열정적이고 직설적인 의사소통을 선호한다. 비즈니스 상황에서도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또한 비공식적인 대화에서 비즈니스 관련 주제로 자연스럽게 전환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저녁 식탁에서 나누는 대화가 그 예가 되겠다. 또 이태리의 유연한 시간 개념을 얘기했듯이 약속 시간보다 조금 늦거나 일정이 지연되는 것을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시에 도착하여 존중과 전문성을 보여주는 것이 좋을 듯하다.


어느 나라도 마찬가지 이겠지만, 이태리어 능력은 비즈니스를 할 때 큰 장점이 된다. 비즈니스 문서나 회의에서 이태리어를 사용할 수 있다면 더욱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고 이들의 관심, 선호를 끌어내기 유리하다. 아울러 이태리의 문화, 역사 및 전통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위에서 얘기한 음식, 예술, 가족에 대한 이해는 관계를 맺음에 무척 도움이 되는 요소이다. 비즈니스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보다는 장기적인 관계에 중점을 두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관계를 구축하려는 자세도 필요하다.


이태리에서의 비즈니스 경험은 이러한 특성, 문화적 요소들을 잘 이해하고 적응하는 능력에 좌우될 수 있다. 이해, 준비, 노력을 할 때 이태리에서 의미 있는 비즈니스를 이어갈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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