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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영 Sep 29. 2024

일상

이런 날도 있네~

오전에 로컬에 들러 이것저것 장을 보는데

남편이 육류코너 냉동고 앞에서

"이거 내가 한번 해볼까?" 하며

소고기 전감을 가리킨다

카트에 오이를 담다 바라본 나와 눈이 마주치자 

다시 한번 "그냥 내가 만들어볼게 혼자서..." 한다.

또 나의 일이 되지 않을까 살짝 귀찮았지만

"그러든가"하며  우둔전감을 골라 카트에 담았다.

계산중에도  남편은 "정말 내가 부친다니까~

 나 이제 잘해 이 사람아!" 하며 웃는다


지난 추석명절 음식을 남편과 둘이 했었다

그때 남편이 육전과 새우전, 녹두빈대떡을 담당했었다.

녹두전은 냉동제품이니 데우는 수준이었지만

육전은 핏물제거부터 밑간하기, 

부침가루와 계란물 입혀 부치는 순으로 제대로 했었고, 

새우도 마찬가지였다.

육전은  몇 해 전부터 딸아이 담당이었는데, 

올해는 바빠서 남편이 대신했는데

그 누구의 솜씨보다 맛있게 부쳐냈다.

이후 자신이 붙었나 보다


사실 남편은 결혼초부터 정말 손하나 까딱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자기가 마신 물컵 하나 씻지 않고 식탁에 그대로 두던 그가

이제 주방에 있는 모습이 너무 익숙하다.

설거지는 늘 자신이 담당하며

장 봐온 야채 손질도 도맡아 한다.

티브이에 스테이크 맛집을 보며 

"아~저렇게 구우면 정말 맛있겠다. 내가 안심사다 당신 구워줄게~"

"김치찌개를 좀 끓여볼까?"라는 둥 자기가 음식을 만들어 보겠다는 얘기를 종종 한다.

장죽의 발전이다.


사람은 쉬 변하지 않는다고들 한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래도 지금 이 순간 그는 좀 변했다.

"나 진짜 많이 변했지, 달라지고 있지?" 

요즘도 한 번씩 듣는 말이다.


그는 많이 변했고, 달라지고 있다.


주말이지만 난 시험준비로 스터디카페로 갔고, 

그는 집에서 혼자 영화 한 편 보고 일을 한다고 했다.

저녁식사 시간이 되어 집에 오니, 

막 육전을 부치기 시작하고 있었다.

남편이 바로 부처 낸 따끈하고 육전은 설명이 필요 없지.....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네...",  

"어머 내 볼일 보고 와서 당신이 차려준 저녁을 먹다니 이러 날도 있네..." 

말을 계속하며 고소한 육전으로 맛있게 저녁을 해치웠다.

든든하게 배도 채우고 마음도 채웠다.


다시 스터디카페 책상에 앉아 책을 보기 전에  

'당신이 만든 음식으로 든든하게 채우고 왔네요, 고마워요~' 

메시지를 보냈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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