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담이 Apr 23. 2023

조각 글 모음집 vol_1

단순하고 투박하지만 솔직하게

1.

그냥 글이 잘 써지는 날이 있다.

나는 글솜씨가 좋지 못해서 여기서의 '잘'이라는 건 be good at의 의미라기보다 frequently의 뜻으로 이해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자주 쓰고 싶은 날

한글로 만들 수 있는 서체 중 가장 가독성이 뛰어나다는 명조체 글자획의 무용이 스크린에 지나가는 걸 보는 게 즐거운 날이 있다.


그게 오늘이다.


글쟁이 루시와 영상통화를 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프린지 비평팀에 들어오라고 그녀는 자꾸 속삭였다.

텍스트로 누군가에게 진심을 전하는 일, 좀 끌린다.

무엇보다 8월의 한국이 그립다.


내 여름을 함께한 사람들이 보고싶다. 

내추럴 와인을 뜯어놓고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 논하다가 취해서 지갑을 두고 오는,

유치한 만큼 솔직해지는 사랑하는 이야기들,


보고싶어요


2.

방을 옮기고 헛헛해진 생각들을 통화로 가득 채웠다.

밥을 하기 귀찮았다.

그래서 하루종일 앉아있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전화를 했다.

전파선을 타고 나눈 이야기는 다정했다.

뭘 하기가 귀찮다. 

언니가 무기력증 아니냐 그랬다.

가끔 퍼지는 날도 있는 거지


3.

예술의 전당 채용 공고를 봤다.

싱숭생숭

난 뭐가 되어있을까

없어져가는 것들을 지키고 아름다운 것들을 논하고, 아이들이 해가 뜨기를 기대할 수 있는 세상을 바랄 뿐인데


4.

이사온 방은 따뜻하다.

해가 잘 든다.

그래서 밤이 더 싫어진다.

얼른 해가 떠버리면 좋겠어


아 밥 먹어야 하는데






작가의 이전글 프라하로 돌아가는 기차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