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소이 Jun 13. 2023

블루스를 추며

흔들리는 넝쿨을 보니 우리네 인생 같아 걸음을 멈추게 된다

블루스를 추며


살랑바람에 가장 높은 잎사귀와

가장 낮은 잎사귀가 흔들린다

누가 먼저 시작한지도 모른 채


어느덧 군중을 형성한 모양새다

내가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이 그의 손을 잡고

그가 그들의 손을 잡은

한 코 한 코 실로 엮어 정성스럽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손바닥들

밑바닥부터 기어올라 벽면을 차지한

초록의 담쟁이넝쿨들


제 몸뚱어리 하나 가누지 못해

담벼락에 기대선 게 아니다

흔들흔들 다 같이 블루스를 추기 위해서다


산다는 건 그러한 것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음에 애틋하고

놓치려 해도 놓을 수 없음에 절절하다


장조와 단조를 오가는 바람에 몸을 맡긴다

통통 튀는 경쾌함 축축 늘어지는 우울함

애매모호한 경계 속의 춤사위


여름이 다가오면 담쟁이넝쿨에 인사를 건넨다

손이 손을 잡고 그렇게 블루스가 시작된다

누가 먼저 시작한지도 모른 채

구호를 외친다

넝-쿨 또 넝-쿨


매거진의 이전글 먹감색 캔버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