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대학원 생활에도 버킷리스트가 있다

대학원 생활 버킷 리스트 1 : 해외 학회 참가 및 발표하기

by 신영하

나의 대학원 생활의 첫번째 목표, 해외 학회 참가해보기 !

내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에는 3개의 주요한 국제 학회가 있다. 그래서 내가 처음 이 연구 분야에 뛰어들면서부터 연구에 참고를 하고, 감탄하기도 했던 이 학회에서 언젠가는 내 연구를 발표해 보는게 나의 첫번째 버킷리스트였다. 회사를 퇴사하고 대학원에 오는 시점에서 회사 근무 기간동안 연구했던 내용을 가시적으로 정리하고 싶어서 국제 학회에 제출했었다. 제출할때만 해도 내 연구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던지라, 수락이 안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반 포기 상태였다. 근데 본가에 방문했다가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시외버스에서 메일이 하나 도착했다. 바로 내 논문이 수락이 되었다는 메일이었다.


데이식스라는 밴드 그룹의 노래 [HAPPY]에 보면 이런 가사가 있다.

너무 기뻐 하늘 보고 소리를 지르는 날이요

나에게는 그날이 딱 이런 가사가 맞는 날이었다. 정말 그 버스 안에서 소름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돋으면서, 소리 지를 것 같은 내 입을 내 손으로 막고 마구 발을 동동 굴렀다. 나보다 훨씬 똑똑하고 훌륭하신 연구자분들이 보면, 무슨 학회 논문 하나 합격된거 가지고 난리 부르스를 춘다고 하겠지만, 나에게는 처음 맛보는 성취감이었기 때문이다. 원래부터가 이 연구 분야의 주류였고, 학사 과정부터 이 연구를 해오던 친구들 사이에서, 비주류라는 스스로의 인식을 가지고 공부와 연구를 해오던 내 입장에서는 드디어 나에게 1차 합격의 목걸이를 걸어준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너도 이제 이 커뮤니티에 속할 자격이 있다고 하면서 말이다.


세상은 넓고, 천재는 많다.

그렇게 나는 설레는 마음을 가득 품고, 아부다비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국제 학회는 매년 개최되는 국가와 장소가 다른데, 나는 국제 학회를 처음 참석해보는 건 아니었다. 이전에 회사의 지원으로 대구에서 개최되었던 학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개최지도 한국이고, 내 연구를 발표했던 것은 아니었어서, 그렇게 크게 와닿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내 연구도 발표하고, 그리고 한국도 아니고 아랍에미레이트라니 !!

학회장에서 찍은 사진들. 엄청난 규모에 입이 다물어 지지 않았다.

학회장에 도착해보니, 이건 차원이 달랐다. 전세계, 세계적인 대학들의 연구실에서 모인 교수들과 학생들, 그리고 수많은 기업들. 학회장에 들어가면 그들의 소속과 이름이 적힌 목걸이들을 차고 다녔는데, 그들의 소속을 보면 입이 떡하고 벌어졌다. 말로만 듣던 그 사람들이 내 눈앞에 있었다.


학회장에는 다양한 전시와 데모 공간이 있었다.

축구하는 로봇들,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로봇, 그리고 어떤 장애물도 뛰어넘는 사족 보행 로봇까지, 뉴스에서만 보고 유튜브에서만 보던 로봇들이 내 눈앞에 있었던 것이다. 첫날에는 정말 정신도 없게 사진을 찍고, 데모하는 장소들을 뛰어다니며 구경하기 바빴다. 이 학회에 등록하는 순간까지만 해도, 왜이렇게 등록비가 비싼거야 생각했지만, 도착해보니 이게 바로 배움에 대한 비용이구나 싶었다.


학회 참석 시간 외에 방문했던 공간들.

그리고 어떤 장소를 가든 제일 기억에 남는 건, 그 특유의 중동 국가의 매력을 느껴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학회장에서 배우는 것도 너무 많았지만, 나에게 정말 크게 다가왔던 것은 이렇게 세상이 넓다는 것이다!



학회장을 돌아다니면서 다른 사람들의 발표를 들을 수 있고, 그들의 연구에 대해서 질문을 주고 받을 수 있다.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분야에 대해서 발표를 찾아다니면서 그들의 노력끝에 탄생한 연구들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배우고 들을 수 있었다. 그 발표들을 듣다보니, 내가 하고 있는 연구는 아직 미완성이고, 내가 모르는 것들이 이렇게 많구나 싶었다. 그리고 제일 많이 놀랐던 점은, 질문에 대해서 대하는 그들의 태도였다. 나라면 내 연구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들에 대해서 경청하기 쉽지 않았을것 같다. 하지만 질문을 하는 사람들도, 듣는 사람들도 그들이 하는 질문을 진심으로 고민하고, 더 나은 연구를 하기 위해서 다음 연구에 반영하고자 하는 열린 마음으로 대하고 있었다. (나라면 방어하기 바빴을거 같은데 말이다 하하)




쪽팔림은 한순간이고, 경험은 영원하다

드디어 학회 일정의 여러 날이 지나고, 내 발표가 있는 날이 되었다. 사실 나는 발표에 대해서 굉장히 긴장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 발표를 하기 전에 항상 청심환을 먹는다. 이날에도 긴장되는 손을 부여잡고 화장실에 가서 빠르게 청심환을 먹고왔다. 내 연구를 발표하기 위해서 단상에 올라가면서 이런 마음을 가지고 올라갔다.

자. 이제 내 첫 데뷔다 !

이 연구 분야에 나의 연구를 처음 발표하는 자리니까, 첫 데뷔 맞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에게 내 연구가 어떤지 말해주러 올라가는 자리니, 너무 긴장하지도 말자 하고 말이다. 사실 어떻게 발표를 하고 내려왔는지도 잘 기억에 남지 않는다. 같이 학회장에 방문했던 연구 동료가 내 발표의 동영상을 찍어줬지만, 사실 아직까지도 다시 그 동영상을 틀어보지도 못했다. 횡설수설하는 내 모습을 다시 볼 자신이 없었다 하하. 하지만 결과적으로 발표를 마치고 내려왔다.

내 연구를 발표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모습!

그리고는 포스터 발표장으로 바로 이동했다. 이번 학회에서는 구두 발표 뿐만 아니라, 포스터 형식으로 출력을 해서 사람들에게 내 발표를 설명할 수 있는 장소가 주어졌다. 사람들이 가득한 학회장에서 어떤 포스터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고, 질문이라도 한번 해보려고 하면 줄을 한참 서있어야 하는가 하면, 어떤 포스터에는 아무도 서있지 않고 멀뚱멀뚱 있는 발표자도 있었다. 내 포스터의 경우에는 후자에 가까웠다. 가끔 질문을 하러 오는 사람들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뭔가 아쉬운 마음이 계속 들었다. 사람들이 내 발표를 궁금해 하고 다가와주길 바라기 보다는, 내 연구를 내가 알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나가면서 내 포스터에 눈길을 주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먼저 말을 걸기 시작했다. 혹시 내 연구 들어보지 않겠냐고 말이다. 바쁘다면서 거절의 의사를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렇게 상처받지 않았다. 왜냐면 다른 사람한테 또 물어보면 되니까. 그렇게 몇번을 물어보다보면 들어보겠다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을 붙잡고 내 연구에 대해서 설명을 하다보면, 꽤 유용한 피드백을 주는 경우가 생겼다. 그렇게 다음에 연구할때는 꼭 반영해봐야지 했다. 그렇게 흘려보낼수도 있고, 언제 끝나나 시계만 쳐다볼수 있었던 시간을 나는 스스로 나름 만족하는 시간으로 채울 수 있었다.


그리고 꼭 국제 학회에 가면 해보고 싶었던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연구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관심있었던 연구에 대한 발표를 듣고, 궁금한 사항을 속으로 정리해보고 무작정 발표자에게 달려갔다. 가볍게 내 인사를 하고, 그분이 발표한 내용에 대해서 물어봤다. 한참 부족한 내 영어 실력이지만, 더듬더듬 궁금한 사항을 물어봤다. 발표자도 본인이 아는 선에서 최대한 구체적으로 말해주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서로의 링크드인 계정을 나누면서 헤어졌다. 엄청나게 대단한 지식을 얻고 정보를 배운건 아니지만, 그냥 이 학회장에서 조금은 적극적인 태도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온 몸으로 느끼고 배웠던 순간들.

학회장에는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았다. 각자 회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들을 체험해 볼수도 있었고, 중동권의 문화를 체험해 볼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사실 가만히 있어도 시간은 흘러가지만 나는 왜인지 이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닥치는대로 창피함을 무릅쓰고 다 해보려고 했다. 로봇과 인사도 나눠보고 악수도 해보고. 헤나도 받아봤다.


이번 국제 학회를 하면서 내가 배운 교훈이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쪽팔림은 한순간이고, 경험은 영원하다는 것이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6화오! 나의 요르단 룸메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