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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하 Dec 05. 2023

헬창이 되지 못할바에는 대놓고 헬린이가 되어보자

찔끔찔끔 운동하기 대작전

어제의 나

: 나는 모지리 헬창이었다


    대학교 때 우연히 헬스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때는 운동 자체가 좋았다기 보다는 친구들과 웃고 떠들면서 운동하는게 좋았고, 끝나고 마시는 맥주 한잔이 좋았다.

  

    그러다보니 운동이 어느새 내 취미가 되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헬스장을 한번 가고, 저녁에 한번더 헬스장을 갈 정도로 미쳐있었던 것 같다.


    우울할 때에 나의 스트레스를 건전하게 풀어주었던 좋은 해소제였다.


운동을 하니, 나는 많이 먹어도 돼

 

     정말 제목 그대로, 나는 운동을 한다는 나의 핑계거리가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어차피 하루에 많은 칼로리 소모를 하니까, 많이 먹어도 돼! 하고 말이다.


    저녁 운동을 마치고 나면, 내 입은 터져버렸다. 그 당시에 반올림피자에 정말 빠져있었는데, 운동하고 나서 반올림피자를 시켜먹는것 까지가 나의 루틴이었다.


    물론 운동을 하지 않는 것 보다는 건강이 좋았을 수 있다. 근데 여기서 나는 욕심이 멈추지 않았고 단백질 보충제를 먹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별로 몸이 다른것을 못 느꼈다.


    그러다가 점점 몸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일단 소화가 안되기 시작했고, 한달에 많게는 네번까지도 생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때 산부인과를 찾아갔었는데, 산부인과에서 피검사를 하더니, 이건 산부인과에서 해드릴 수 있는게 없다고 했다. 간수치가 진짜 말도 안되게 높아져 있었고 당장 내과에 가야한다고 했다.


운동이고 뭐고, 올 스탑이다 올 스탑!

    내과 검진 결과는 정말로 충격이었다.


    간에 결절이 생겼고, 당장 과도한 단백질 섭취는 멈춰야한다고 했다. 운동도 과도하게 하지말고 적정선을 맞춰서 해야한다고 조언하셨다.


   건강하려고 운동한건데, 건강하려고 운동하지 말라고요?…


    정말 어이가 없었지만, 아무런 약도 처방해주시지 않으셨다.


    딱 운동만 끊고, 단백질 보충제만 끊었을 뿐인데, 내 몸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오늘의 나:

그 이후로 나는 운동을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원래 운동 없이 못살던 내가, 이제는 운동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으니, 마음 한구석이 허전한 것 같았다.


    내가 우락부락 헬스러는 아니었지만, 나에게는 삶의 원동력 같았던 운동이 없어졌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운동을 대충하기로 마음먹었다.


    원래 나는 땀이 좀 나고, 숨이 헐떡거려야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그 생각을 고쳐먹고, 하나하나씩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처음 유튜브에서 봤던 분의 영상은 꾸주니 님의 영상이었다.


    이 분은 정말 무거웠던 몸을 이끌고, 하나씩 차근차근 시작하셔서,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건강하신 삶을 살고 계셨다. 원래의 나면 엄청난 자극을 받고, 당장 유튜브에 운동 재생목록을 만들어서 , 지방 활활 태우는 50분 전신 운동! 이런거를 줄줄이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나를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 게으른 완벽 주의자 탈출!

    우선, 스트레칭부터 시작했다. 꾸주니님의 영상을 참고해서 골반 스트레칭, 종아리 스트레칭 등등 부터 시작했다. 그러다가 하나씩 늘려가는 마음으로 했다. 처음에는 5분 운동, 그 다음에는 10분 운동 이렇게!


    처음에는 끝나고 나면, 운동을 하다가 만 기분이 들때도 있었고, 나중에는 이렇게 줄어든 운동임에도 불구하고 귀찮고 시작하기 싫어서 안하는 날도 많았다.


    그래도 그냥 대충했다. 안하면 안하는대로, 하면 대충이라도 하는 대로.


    “게으른 완벽주의자” 이런 말이 이제 아주 고유 명사처럼 되어버렸다. 그 말이 딱 나를 위한 말인 것 같았다. 게으른 완벽주의자가 될바에는 , 대충이라도 마무리할 수 있는 완주 마라토너가 되고 싶었다.


나 자신을 파악하자: 나는 언제가 가장 효율적인가?

    그리고 나랑 가장 잘맞는 운동시간을 정했다. 꾸주니님의 경우에는 저녁에 운동하는 것을 선택했다고 했다. 나는 원래 아침에 운동을 해야 무조건 실천하는 확률이 높다고 생각해서 처음에는 아침운동을 하기로 했었는데, 그러다보니까 회사에 출근해서 아침에 군것질을 참을 수 없었고, 그리고 점심에 식욕이 터져버렸다. 그리고 아침에 늦잠을 자버리는 날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거라는 좌절감에 휩싸이게 되어버렸다. 그래서 나도 저녁 운동으로 루틴을 바꿔보았고, 식욕도 정상적이어졌고, 무엇보다도 해내지 못했을때 주는 좌절감이 엄청나지 않았기 때문에 내일도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


 



5개월 간의 결과는?

   그렇게 매일매일 해오다가, 오랜만에 몸무게 기록을 비교해봤다.



    몸무게 변화를 확인하고 싶었던 마음 보다는, 몸의 구성이 어떻게 바뀌었을까가 가장 궁금했다.


    대략 5개월 정도 사이동안 몸무게는 3키로가 줄었고, 특히 체지방률이 1.8% 가 줄었다.


    프로 다이어터분들이 보시면 헛웃음이 날지도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꾸준히 해서 얻어낸 이 결과가 어떠한 다이어트보다도, 어떠한 보디빌딩 결과보다도 값졌다.



내일의 나:

그냥 평생 헬린이로 남기로 했다


   솔직히 지금 내 몸도 그렇게 막 날씬하고, 복근이 있고 그런 몸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내가 아프고 쑤시고 하는 운동은 하지 않으려고 다짐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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