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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건우 Aug 19. 2023

09 사장님 그리고 2호점

9. 매출이 인격이다

‘매출이 인격’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회사가 크든 작든, 직급이 높든 낮든,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격은 곧 매출과 비례한다. 이는 영업노동자, 생산노동자는 물론이고, 감정노동자도 예외가 아님을 영화 [다음소희]는 말해주고 있다.


매출이 잘 나오면 거래처와의 관계에서 헤게모니를 쥐고 나갈 수 있다. 사장님에게도 하고자 하는 바를 관철시키기 쉬워지며, 직원과 고객에게도 자신감 있게 말하고, 원하는 데로 운영할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긴다. 매출이 나오지 않으면 모든 상황은 반대로 변한다. 나의 인격은 초라해지고, 결국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

 

사장님은 연배가 나보다 세 살 아래다. 심각한 통화를 하면서도 직원들을 보면 항상 웃는 얼굴로 맞아준다. 직원들이 해 달라고 하거나, 하고자 하는 일에 퇴짜를 놓으시는 일도 거의 없다. 2호점을 오픈 한 뒤로 사장님 얼굴 보기가 어려워졌다. 새벽에 가락시장에서 장을 보고 와서, 우리 매장에 물건을 내려주고 나면 2호점으로 향한다. 그러고 나면 다음날이나 되어야 볼 수 있다. 매장운영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는 편이다. 점장을 믿어주고, 가타부타 잔소리나 참견을 일절 하지 않는다.


물건을 하역하며 2호점 소식을 묻곤 한다. 이야기하는 내내 표정이 어두워 보인다. 차에 실려있는 2호점 물건을 보니 우리 매장 절반도 채 되어 보이지 않는다. 새로 오픈 한 매장이 매출이 나오지 않으면 그 심적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장사가 잘되면 몸이 힘들다고 난리지만, 장사가 안되면 머리가 미칠 지경이 된다. 몸이 힘든 편이 백배는 낫다.




무리하게 오픈한 2호점이 영 께름칙하다. 1호점은 작년 가을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매출이 창업 이래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었고, 전반적인 경기 흐름도 좋지 않았다. 은행금리는 높았고, 대출의 벽은 단단했다. 사장님은 2호점 오픈을 계속 미루어 오다, 대형 아파트 단지 입주에 맞춰 서둘러 오픈했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되었는데도 매출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니나 다를까 2호점 오픈 한지 두 달째 접어드니 거래처 결제가 잘 되지 않는다. 월급도 며칠 늦게 들어왔다. 내 핸드폰에는 거래처에서 돈 달라고 하는 전화가 부쩍 늘었다. 거래처와의 헤게모니 싸움에서 나는 점점 밀렸고, 마트 꾸려나가기가 갈수록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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