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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건우 Aug 18. 2023

08 가족회사는, 힘들다

8. 나는 점장이었지만, 점장이 아니었다

회사를 다니면 ‘한 가족’, ‘같은 식구’라는 말을 즐겨한다. 예전에 다녔던 회사 상사는 회식자리면 어김없이 건배사로 “가”를 외친다. 그러면 우리는 잔을 높이 들고 큰 소리로 “족같이(발음유의)”로 화답하곤 했다.


나는 비교적 조직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다. 점장이 되면서도 가장 효율적이고 체계가 있는 조직을 만들고, 다 같이 성장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직이 의도했든 것과 반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단지 내 조직체계 안에 있는 것만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조직체계에서는 내가 점장(상사) 일지 몰라도 직원들 입장에서는 아닐 수 도 있겠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대부분의 개인회사가 그렇듯, 우리 마트에도 사장을 제외한 가족들이 일을 하고 있다. 먼저 사장아버지가 있다. 주로 야채코너 일을 도우면서 매장시설 등을 점검하거나 고치곤 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일은 직원들을 감시하고 감독하는 것이다. 다음은 사촌동생이다. 원래는 진열, 배달, 청소 등 동료 직원의 휴무로 인한 빈자리나 각종 잡다한 일을 도맡아 했는데, 내가 점장이 되면서 공산팀장 역할을 맡겼다. 좀 더 명확한 업무부여가 필요했고, 일과 역할을 통해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팀장역할을 잘 수행해 주기를 기대했다. 그전에는 사장어머니도, 누나도 일을 했다고 한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나와는 같이 일한 적은 없다.


직원들은 나의 눈치도 보고, 사장아버지의 눈치도 보곤 한다. 나의 지시와 사장아버지의 지시가 충돌하거나, 나의 지시를 사장아버지가 못마땅해하면 직원들은 곤혹스러운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이를 때면 분위기는 엉망이 되고, 직원들은 힘들어하고, 마트는 산으로 간다. 나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도 기울여야 했고, 추진하려는 일이 차질이 없도록 신경도 써야 했다.




야채코너는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변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상품별 매출데이터를 분석해서 보여주고, 선도관리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이야기했지만, 바꿔놓으면 다시 제자리였다. 이런 상황이 몇 번 반복되었다. 팀장을 불러 사장아버지 눈치 보지 말고 소신껏 매장운영 하라고 심하게 꾸짖었다.


갈 길은 멀었고, 회사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사장아버지와의 문제는 어차피 극복해야 할 난관이었고, 오로지 점장이 감당해야 할 운명이라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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