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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건우 Aug 17. 2023

07 상처투성이 리더십

7. 리더의 다른 이름, 외톨이

모든 조직의 피라미드 위쪽에 위치한 사람은 대체로 외로운 사람일 것이다. 주변에 사람은 많을지 모르겠지만, 예의를 가장한 상투적인 말들로 안부를 전하고, 진심이 없는 만들어진 웃음으로 일상을 말하곤 한다. 당사자가 없는 곳에서는 항상 ‘심심풀이 땅콩’이 되어 있을 것이고, 아래 직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일등 공신이 되어 있을 것이다.


한국작가든 외국작가든, 과거의 위인을 데리고 왔든 현재의 성공한 인물을 소재로 삼았든, 어떠한 리더십에 관련된 책을 읽어보아도 현장에 접목할 만한 것은 없어 보인다. 만약에 있다고 하더라도 수없이 많은 변수를 발견해 내고, 조직 속에서 녹여낼 수 있는 자질과 인격을 갖추었을 때 진정한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리더십은 어려운 것이고, 인간관계는 피곤한 것이다.




밤에 남아서 일을 하고, 휴무 날도 나와서 일을 했다. 야채청과코너를 정리하는 동안 유제품과 술, 음료, 냉장식품, 냉동식품은 같이 진행해서 정리를 모두 마쳤다.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상품종류도 많이 늘었고 공간활용도 좋아졌다. 야채청과처럼 당장 효과가 나타나진 않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고객이 쇼핑을 할수록 진가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상온에서 판매되는 공산품을 정리하는 일만 남아있다. 공산품은 워낙 상품수도 많고 공간도 광범위하다. 그만큼 디테일한 계획이 필요했다. 상품의 중요도로 보았을 땐 공산식품 진열대를 먼저 손보려 했으나, 매장의 여건상 잡화코너를 먼저 손 보아야 한다는 결정을 했다. 난잡하게 진열되어 있던 문구, 완구, 기타 잡화류를 스페이스월(벽면진열대)에 빽빽하게 채워 넣었다. 잡화상품을 정리해서 생긴 빈자리에는 부족한 행사매대를 보강했다. 이 행사매대에서는 부가매출이 생겨날 것이고, 고객의 쇼핑재미도 가져다줄 것이다. 이렇게 죽은 공간을 하나씩 살려내고, 비효율적인 공간을 효율적인 공간으로 바꾸어내고, 거래처 간의 경쟁을 통해 시너지를 발휘해 내고, 그러면 전체적인 매장의 경쟁력이 상승할 것이다.




매장정리가 절반 가까이 마무리되었다. 이제는 가장 손이 많이 가는 공산품 진열대를 손볼 것이다. 이는 거래처와의 협력 하에 대대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일이라, 철저한 계획이 필요하다. 시간 나는 틈틈이 각 진열대마다 어느 상품을 진열할 것인지 진열도면에 하나씩 그려 넣었다.  

공산품 진열대까지 모두 손보고 나면, POP와 가격표를 새로운 디자인으로 깔끔하게 바꿀 것이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고객 맞을 준비는 거의 마친 샘이 된다. 다음은 마케팅이다. 그동안에 한 모든 것은 마케팅을 하기 위한 준비과정이었다. 마케팅을 위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 있다. 먼저 기본에 충실하지 않고,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은 마케팅은 결국 실패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치의 거짓과 과장이 없이 고객을 진심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몇 번의 실패경험으로 뼈저리게 깨달았고 지금 매장상황은 반전을 위한 강력한 마케팅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 모든 준비가 끝나면 다음 달에는 오픈에 준하는 마케팅으로 잃어버린 고객을 다시 되찾게 될 것이다. 이런 상상을 하며 하루하루 힘든 일상을 버텨내고 있었다.


마트에 들어오는 고객이 뜸해지더니 어느덧 영업이 끝나갈 시간이 되었다. 이 시간은 하루를 마감하며 여러 생각들이 교차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격, 앞으로’를 외치고 뒤를 돌아보니 직원들은 까마득히 먼 곳에 서 있었다. 그나마 가장 지근거리에서 따라오던 직원은 총구방향이 날 향하고 있었다. 내가 상황판단을 너무 비관적으로 한 것일까, 지나친 책임감으로 현실을 극단적으로 바라본 것일까, 직원들과 나 사이에 괴리감이 느껴졌다. 냉정하게 판단을 하려고 여러 조건과 상황, 그리고 데이터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지금 당장 비관, 극단은 아니지만 방치는 곧 극단일 수 있겠구나 생각을 했다. 혼자 앞서 가지 말고 직원과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몸과 마음이 따로 놀로 있었다. 직원들과의 괴리감은 어쩌면 내 마음속에서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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