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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건우 Aug 16. 2023

06  진심으로 대할 때 고객은 움직인다

6. 야채코너를 어이할꼬~

마트를 운영할 때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마트에서 취급하는 상품은 많기도 하지만 쓰임새도 다양하다. 어떤 자리에 있으면 잘 팔리는데 어떤 자리에서는 꿈쩍도 안 할 때가 있다. 상품도 다 자기 자리가 있는 것이다. 직원들도 각자의 일을 하며 다른 직원의 빈자리나 공통으로 해야 할 일들을 유기적으로 잘해나간다. 거래처들도 자신들이 취급하는 상품을 적당한 수량으로 일정한 날짜와 시간에 납품하고 정리한다. 모든 일들이 알아서 잘 돌아가면 좋지만, 하나하나 조율해 주지 않으면 금방 엉망진창이 된다. 새로운 상품이 나오기도 하고, 거래처가 취급하는 상품이 중복되기도 하고, 직원들이 마찰을 빗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되어야 한다. 마트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잘 조율해서 가장 듣기 좋은 화음으로 고객에게 들려주여야 한다. 그것은 고객에 대한 나의 의무이자 무한 책임이다. 매일 출근할 때마다 다짐하곤 한다.

‘오늘도 진심으로 고객을 대하자’




야채코너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야채코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재고가 많아서 상품의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지난번 팀장 회의 때도 이야기했는데 잘 지켜지지 않아 다시 한번 재고를 절반 이하로 줄일 것을 강조했다. 창고에는 잘 팔리고 회전율이 높은 대파, 무, 상추, 버섯 등 일부 품목 외에는 들어가지 않도록 지시했다. 선도관리의 시발점은 발주부터 시작이 된다. 그날 들어온 상품은 당일에 모두 파는 것이 원칙이다. 지키기 힘든 원칙이지만, 담당자는 최선을 다해서 이 원칙을 지켜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상품의 품질은 점점 나빠지고, 고객 컴플레인은 늘어나고 있었다. 주변에 식당 하는 분들이 좋은 것 좀 가져다 팔라고 아우성이다. 팀장에게 대안을 찾고 언제까지 마무리하라고 기한을 정해줘도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야채매장에는 사장아버지가 함께 일하고 있어 일 진행하기가 더욱 껄끄러운 모양이다. 결국 내가 발 벗고 나설 수밖에 없었다. 품질이 좋지 않은 상품을 싸게 파는 진열대를 없앴다. 상품가치도 없는 것을 저렴하게 파는 것보다 버리거나 공짜로 주는 것이 매장 이미지에 더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 매출이 정상궤도에 오를 때까지 진열공간을 줄였다. 엽채류는 되도록 쇼케이스 진열을 하고, 회전율이 낮은 상품도 쇼케이스로 자리를 옮겼다. 엽채류, 구근류, 버섯류, 과채류, 양채류 등 상품특성이 비슷한 상품끼리 모아주고 상품의 매출에 따른 진열공간을 조절했다. 사장아버지는 이날 이후로 말 수가 줄었고, 인사도 받아주지 않았다.



청과, 야채 매대를 손보고, 유제품, 어묵, 햄, 맛살 등 쇼케이스를 웬만큼 정리했다. 계란은 상온에서 판매하던  상품을 모두 냉장고로 넣었다. 그 자리에는 냉동고 2대를 설치했다. 갈수록 냉동제품이 늘어나는 추세이고, 에어프라이어나 밀키트 제품들이 늘어나고 있어 냉동상품의 구색과 진열공간을 늘리는 것은 필수적이었다. 신선식품과 유통기한이 짧은 제품(유제품, 냉장식품)은 고객들의 구매 횟수도 높일 뿐만 아니라, 매장 방문횟수도 증가하게 된다. 이는 곧 매출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내가 매장정리를 우선순위에 둔 것도 이러한 제품이 중요하기에 먼저 손을 보았다. 냉장식품은 새로운 상품이 계속 출시되고 있어 구색보강에 중점을 두었다. 한정된 공간에 최대한의 진열 효율이 나올 수 있도록 거래처를 보강하고, 진열간격을 줄이는 등 매장 내 상품밀도를 높여 나갔다.




며칠 전부터 그동안 보이지 않던 고객이 한 명씩 보이기 시작했다. 너무 고맙고 반가워 큰소리로 인사했다. 고객이 조금 멋쩍어한다. 데이터를 보니 한 달 전보다 고객수도, 매출도, 배달건수도 확실히 늘어난 게 확인된다. 하지만 예전매출을 회복하기에는 아직 미미한 수치다.

정육, 수산도 마트 내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지만, 임대매장이라 내가 주도적으로 손을 볼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그냥 사장들에게 마트를 이러저러하게 운영하려 하니 잘 협조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이렇게 신선식품과 냉장식품은 모두 정리를 마쳤다.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앞으로의 관리가 더욱 중요하리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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