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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건우 Aug 15. 2023

05 오로지 고객중심, 그것만이 살길이다

5. 식품매장의 얼굴, 청과코너를 손보다

산더미처럼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달 동안 계획한 일들을 마무리하고 경쟁업체와 승부를 펼칠 생각이었다. 우리 매장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강점을 더욱 살려야 했다. 경쟁업체는 우리보다 규모가 2배 정도 더 컸다. 차별화는 필수적이었다. 팔을 걷어 부치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다. 제일 먼저 한 일은 청과코너를 손보는 것이었다. 과일은 어느 매장이든지 입구 가장 좋은 자리 잡고 있다. 면적당 효율이 가장 높은 상품이기도 하지만, 고객의 입맛을 자극하고, 오감을 즐겁게 하는 상품이다. 계절감을 느낄 수 있게 하고, 매장의 이미지를 가장 잘 살려주는 상품이기도 하다. 일단 모든 상품과 진열대를 치우고 깨끗이 청소를 했다. 매대 위치와 진열도구를 새롭게 배치했다. 혼잡하게 섞여있던 상품들을 연관진열하고, 가격표디자인은 산뜻한 색상으로 변화를 줬다.


 중요한 것이 남아 있었다.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처리하는 문제였다. 그전에는 선도가 떨어지는 상품을 어떻게든지 싸게라도 팔려고 했다. 그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이었고, ‘소탐대실’ 하는 것이었다. 과감하게 모두 버리는 것을 선택했다. 직원들의 눈빛이 저런 것까지 버리냐는 눈치다. 어쩔 수 없다. 살기 위한 몸부림이다. 토마토도 종류별로 보강해서 진열하고, 수입과일도 구색을 늘렸다. 참외와 사과도 크기가 다른 상품으로 고객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


며칠이 지나니 바로 결과가 나타났다. 전주보다 30% 정도 매출이 높게 나왔다. 선도관리의 중요함, 구색과 진열의 중요함을 데이터를 보여주며 팀장에게 설명했다. 야채코너는 팀장에게 직접 바꿔보라고 했다. 일주일이 지나도 아무런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시장조사 가서 보고 배워오라고 해도 섣불리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할 일은 많은데 답답했다.




오픈 한지 6년 정도 되는 매장이다 보니 처음 오픈 했을 때와는 매장이 많이 달라졌다. 첫 번째 눈에 띄는 것은 고객동선이었다. 고객동선은 고객이 다니는 길이다. 고객이 다니는 길은 고객의 불편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매장은 고객이 다니는 길을 돈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고객이 많이 다니는 길일수록 각종 미끼상품으로 돌출되어 있다. 당장에는 입에 달지 모르지만 이는 꼭 부작용을 낳게 마련이다. 돌출되어 있는 진열대를 모두 정리하고, 고객이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은 모두 버리거나 안 보이게 할 것을 지시했다. 오직 고객의 눈에는 상품과 가격표만 보이면 될 일이었다. 매장을 운영함에 있어 기준을 주고, 원칙을 세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섣부른 원칙과 기준은 매장이 산으로 갈 뿐만 아니라, 서로 간의 불신과 오해도 야기하게 된다. 이는 중요한 일을 그르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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