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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건우 Aug 14. 2023

04 점장,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다

4. 점장의 첫 임무 - 조직을 정비하다

마트는 노동집약적인 일자리다. 하루 종일 손과 몸을 놀리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다. 직원들은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눈코 뜰 새도 없이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노동집약적이라는 말은 마트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마트에서 사람 구하는 것이 힘들어지면서 근로조건이 개선되기도 했다. 휴무도 늘어나고, 임금도 조금 높아졌다. 그래도 마트에서 일하려 하지 않는다. 주말에 쉬지 못하고, 늦은 시간까지 일해야 하는 마트는 일반사람들에 기피대상 업종임에는 틀림없는 듯하다. 2호점 오픈으로 인한 빈자리는 좀처럼 채워지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고 직원이 충원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다.

매출분석을 했다. 거의 모든 데이터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작년에 새로운 경쟁업체가 들어서고 나서 매월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었다. 더 이상의 매출하락은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2호점까지 오픈 한 마당에 본점이 수익을 내지 못하면 회사의 존폐와도 연관이 있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직원 충원이 되지 않았지만 조직을 재정비했다. 팀장들을 새로 세우고, 새로운 팀 체계를 꾸렸다. 팀장에게 최대한의 권한을 줄 것을 약속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질 터이니 하고 싶은 데로 해 보라고 했다. 단 의사결정이나 가치판단의 기준은 ‘고객중심’이어야 한다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업무매뉴얼을 세부적으로 만들었다. 마냥 바쁜 것이 아니라 왜 바쁜지 이유를 알게 했고, 불필요한 업무를 하나씩 없애 나갔다. 공병회수나 저울대는 셀프로 운영했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 주었으며, 일에 대한 책임 소재도 확실하게 했다. 매출을 올리기 위해 직원들을 다그치면 불만이 생길 것이고, 그렇다고 내버려 두면 매출이 떨어져 일자리를 위협받게 될 것이다. 나의 역할이 중요했다. 더 나은 근무환경에서 실적도 내고, 재미있는 일터의 여건을 만드는 것이 직원들에 대한 나의 역할이었다.




직원들과 새로운 조직, 새로운 업무에 대해 공유하고 본격적으로 일을 하기 위해 매장으로 향했다. 데이터에서 보는 것보다 상황은 더 좋지 않았다. 간간이 들려주는 단골고객의 이야기는 더욱 심각한 상황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모든 상황이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고객수가 줄어드니, 매출과 이익률이 떨어지고, 잘 팔리지 않으니 상품의 신선도도 나빠졌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선순환 구조로 바꾸어 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마음은 조급한데 조직은 좀처럼 움직여 주지 않았다. 신임팀장들은 힘에 부치는 듯 보였고, 새로운 역할분담에 직원들은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기존의 것을 바꾸려고 하니 직원들 간의 마찰도 있는 듯 보였다. 간간히 접하는 2호점의 상황도 좋지 않은 듯 보였다.




나는 등대가 되려 했고, 팀장들이 조타수 역할을 잘해주길 바랐다. 템포를 늦춰야 했지만 난 그럴 만한 여유를 가지지 못했다. 일단은 내가 주도적으로 끌고 나가기로 마음먹고 팀장들이 조금씩 배우면서 따라오게 작전을 변경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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