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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건우 Aug 13. 2023

03 긴 방황 끝, 또다시 식품매장으로

3. 마트점장의 숙명

회사란 존재는 견딜 수 없는 스트레스를 안겨주기도 하지만, 이 세상과 맞서는 방패가 되어주는 것도 사실이다. 첫 직장을 떠난 후 장사도 하고 사업도 했다. 없는 밑천으로 한국사회에서 성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돈이 없으면 좋은 자리에서 장사도 할 수 없으며, 물건도 남들보다 싸게 사오지도 못했다. 돈은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었고, 사회는 노름판과 판박이였다. 판돈이 큰 사람이 이길 확률이 훨씬 높은 정글과 같은 곳이었다. 나의 5년간의 외도는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나서야 끝이 났다.


빈털터리가 되어 다시 직장생활을 하려 하니, 젊지 않은 나이에 몸값은 똥값이 되어있었다. 그나마 몸값을 조금 더 받을 수 있는 곳은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개인이 운영하는 마트였다. 개인마트에 새로운 둥지를 틀고 공산품팀장으로 일했다. 개인마트는 피고용자에게 있어 변수가 많은 곳이다. 언제 망할지도, 팔아버릴지도, 아님 또 다른 변수가 생길지도 몰라 항상 고용이 불안하다. 나 또한 이런저런 연유로, 지금 일하는 곳은 세 번째 개인마트이고, 세 번 모두 공산품 팀장으로 일을 했다.


지금 몸담고 있는 마트는 근무한 지 3년이 넘었다. 얼마 전 2호점 오픈을 했고, 기존 점장은 2호점을 오픈하기 위해 갔다. 그 자리는 나의 차지가 되었다. 전 직장에서도 점장이 될 기회가 있었지만 굳이 피했다. 점장의 자리가 어떠한 자리인지 익힐 잘 알기에 조금 덜 벌더라고 스트레스와 책임을 덜 지는 선택을 해 왔다. 이번에는 거절할만한 여건이 되지 않았다. 내키지는 않지만 감당하기로 마음먹었고, 이왕 할 거면 잘해보겠다고 다짐했다.



 

마트점장에게는 많은 능력을 요구한다. 수 만 가지 상품에 대해 알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매출관리, 이익관리, 거래처관리, 인사노무관리, 재고관리, 마케팅, 결제 등 모든 것을 알고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 어느 하나도 소홀하게 여기거나 가벼이 넘길 것이 없다. 그렇게 마트점장이라는 자리는 몸과 머리가 한 시도 쉴 틈이 없다. 이것이 마트점장의 숙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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