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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건우 Aug 21. 2023

13 모함[謀陷]과 수모[受侮]

13. 갖은 수모를 견디다

모함[謀陷]

나쁜 꾀를 써서 남을 어려움에 빠뜨림

수모[受侮]

남에게 모욕을 당함


모함을 당하고, 수모를 겪는다는 것은 억울하고 참기 힘든 것이다. 개인이라면 싸우거나 되갚아 주고, 법적 조치를 취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얽혀 있거나, 공공의 이익과 연관되어 있다면 모함을 당해도 참는 인내가 생기고, 수모를 겪어도 견디는 힘이 생기게 된다.




 사장아버지는 오해를 풀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인사를 받아주지 않는 것은 한 달이 넘었고, 점장으로서의 대우뿐만 아니라 인격적인 대우도 해 주려 하지 않았다. 골은 깊어만 갔다. 화가 났다. 떨어지는 매출을 막고, 기울어가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는데, 내부에서 이런 일로 제동이 걸릴 줄은 생각도 못했다. 2호점 매출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어떻게든지 1호점에서 수익을 만들어 내야 했다. 그래야 계속 늦어지는 거래처 결제도 해줘야 하고, 직원들 급여도 줘야 했다. 속은 문드러졌지만 해결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어느 날 아침 식당에 비치되어 있는 신문에 휘갈겨 쓴 글씨가 보였다.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마트 전체가 도둑놈의 소굴이 되었다. 믿을 놈이 하나도 없다’ 등의 내용이었다.

사장아버지가 보란 듯 써놓고 사라진 것이다. 그 글을 직원들과 다 같이 공유했다. 다음날 나와서 날 찾았다. 어제 적어 놓은 글 봤냐고 물었다. 직원들과 다 같이 보았다고 말했다. 주인이 집을 나갈 수는 없지 않으냐고 했다. 관련직원을 내 보내고, 해당 거래처를 퇴점시키라고 했다. 나도 책임을 지고 나가라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너무 억울하고 분했다. 살면서 이런 모함과 수모를 당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견딜 수 없이 힘들었지만 난 점장이었다. 마트를 생각해야 했고, 직원들을 생각해야 했고, 고객들을 생각해야 했다.




해당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더니, 억울하다며 짐을 챙겨서 그만둔다고 나가버렸다. 너무 미안했다. 직원도 지켜주지 못하는 못난 점장이 되어버렸다. 해당업체에게는 차마 나가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처음 들어온 상품 결제도 못해주고 있는 형편이었다. 공산팀장에게 이야기했다. 마트에서 둘만 나가면 이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나의 후임이 정해지면 바로 그만두리라 마음먹었다.


조금만 믿어주면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이런 상황까지 온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이 또한 점장인 나의 잘못이라 여기고 수모를 감내하기로 했다. 나의 월급에는 수모에 대한 대가도 들어있다고 스스로 위로했다. 이 모든 일들은 조카인 공산팀장을 통해 사장님에게 전달되었다.


얼마 후 사장님에게 전화가 왔다. 오픈 때부터 이런 일이 불거질 때마다 참아왔는데 이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빠른 시일 내에 '마트를 팔겠다'는 말을 했다. 그 결정은 단지 순간적인 충동에 의한 것이 길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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