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툰은 저에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집 밖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강한 위험회피 성향을 가진 계획형(J) 인간이자, 흔히들 좋게 꾸며 말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이기도 합니다.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얼핏 안전한 선택을 하는 인간형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도전과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합니다. 작게는 카페에서 새로운 메뉴를 시도하는 것부터 그렇습니다. 원래 먹던 것보다 맛없을까 봐요. 조금 용기를 내는 날은 직원에게 제일 잘 팔리는 메뉴가 뭐냐고 물어봅니다. 저는 대문자 I이기 때문에 이런 질문도 하는 데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듣고도 아닌 것 같으면 늘 먹던 것을 시킵니다. 운전은 젬병이라 새로운 곳에 가는 날은 구글맵으로 가는 길을 살피고 주차 공간을 확인합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처해서 당황하는 것은 정말 싫으니까요. 쇼핑할 때도 베스트셀러 코너를 가장 먼저 봅니다. 사람들이 많이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겠지요. 그렇게 실패할 경우의 수를 지워 나갑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꺼려해서 남편이 있으면 커다란 남편 등 뒤에 반쯤 숨어 있습니다. 존재감을 숨기고 스텔스 모드로 있는 것은 저의 장기이기도 합니다.
저의 평소 행동 패턴을 나열하고 보니 지금껏 사회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는 게 새삼 놀랍네요.
이렇게 예측을 통한 확실성에 대한 집착은 실패의 확률을 줄이는 대신 새로운 시도를 할 기회를 잃게 됩니다.
책 '시작의 기술'에서는 저 같은 사람에게 이렇게 채찍질합니다.
그 일을 해라. 지금 당장 시작해라. 지금보다 더 나은 때는 없다. 인생에서 불확실한 것과 함께하기 위해 필요한 근육을 키워라. 당신이 만든 한계와 평가에 구애받지 않고 인생 자체의 영광을 누리는 데 필요한 일을 하라. 거기서 멈추지 마라. 단순히 안전지대를 조금 더 늘리는 게 아니라 안전지대 자체를 완전히 날려버려라. 당신이 결코 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던 방식으로 행동하라. 당신에게 결코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부터 해보라. 불확실성을 환영하라.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라.
사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지금도 저에게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은데.'라고 몇 해를 흘려보내기도 했지요. 하지만 앞서간 다양한 사람들의 활동을 보며 많은 영감과 자극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잘해보려고 합니다.
평범한 저의 분투기가 여러분에게도 좋은 자극이 되길 바랍니다.
#게으른완벽주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