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뉴욕에 사는 친구가 북클럽을 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저는 워낙 책 읽는 것을 좋아했고, 서울에 있는 친구도 언제부턴가 다독가가 되어 있어서 망설임 없이 셋을 주축으로 북클럽이 만들어졌습니다.
시작은 ‘정기적으로 책 읽기’라는 좋은 습관을 들인다는 취지였습니다. 이 기회에 친구들을 더 자주 볼 수 있는 것은 덤이지요. 한국과 미국에 흩어져 있다 보니 지금껏 매해 연말에나 Zoom으로 송년모임을 하곤 했으니까요.
책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는 무리에 소속되는 것보다 더 동기를 지속시키는 것은 없다고 합니다. 개인(책 읽는 사람)이 무리(책 읽는 사람들)로 확장되면서 그 정체성이 강화되는 것이죠. 새로운 정체성을 끼워 넣고 행동을 장기적으로 지속하는 걸 돕는 건 우정과 커뮤니티입니다.
몇 권의 책을 함께 읽으며 재미있었던 발견은 같은 책을 서로 다르게 읽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작가는 자신의 책을 완성하는 건 독자들의 몫이라고 했습니다. 각자의 서사로 완성한 한 책의 여러 갈레는 대화를 통해 다시 한 데로 모여 생각의 지평을 넓힙니다.
서울에 사는 친구는 이런 얘기를 했어요. 내가 찾는 책 또한 내가 만든 알고리즘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친구가 제안하는 책은 내 알고리즘에 없던 책이라 적당한 바운더리(서로의 취향, 관심사) 안에서 새로운 것을 접하게 된다고요. 익숙함과 새로움의 접점을 만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책 읽기의 효용은 또 어떤가요.
읽기의 몰입이 뇌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우리가 소비하는 이야기는 우리의 일부가 되고 감각 중추의 반복적인 자극은 근육 기억과 동등한 서사를 형성하게 됩니다. 실제로 어떤 사건에 대해 읽을 때와 그 사건을 몸소 경험할 때 두뇌의 같은 부분이 자극된다고 해요. 몸은 조용히 앉아 있지만 뇌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손처럼 잽싸게 움직이면서 다른 사람과는 완전히 다른 역동적인 나만의 내적 경험을 빠른 속도로 만들어나가게 됩니다.
이쯤 되면 안 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요.
책, 좋아하세요?
마음 맞는 사람들과 북클럽 어떠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