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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시간 Aug 15. 2024

엉덩이에 숨겨진 비밀











어린 시절, 사춘기가 오기 전까지는 엄마를 따라 공중목욕탕을 종종 가곤 했습니다.

목욕 요금을 내고 키가 달린 고무줄을 팔목에 달고 들어가 옷을 벗어 가지런히 개어 넣고, 습기로 자욱한 유리문을 힘주어 밀고 들어가면 익숙한 물 냄새와 싸구려 샴푸 향 같은 것이 뒤섞여 뜨거운 공기와 함께 코안으로 훅 밀려 들어왔습니다.

앉아서 씻을 수 있도록 샤워기와 거울이 붙어 있는 곳에 냉큼 분홍색 목욕 의자 두 개를 가져다 놓아 자리를 맡고, 물이 잘 빠지게끔 구멍이 숭숭 뚫린 하얀 목욕 바구니에 담아온 샴푸와 린스, 비누를 꺼내 뽀득뽀득 씻었습니다.

엄마와 나는 샤워기를 이용해 머리와 몸을 헹구었지만 몇몇 할머니와 아주머니들은 주황색 바가지로 온탕의 물을 퍼서 몸에 끼얹었습니다. “어어~ 시원하다아~”

왜 몸이 빨개질 만큼 뜨거운 물을 부으며 시원하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던 시절, 처음 봤던 할머니의 납작하고 주름진 엉덩이, 앳된 여자의 하얗고 동그란 엉덩이, 돌아앉아서 씻던 목욕 의자를 집어삼킬듯 커다란 아주머니의 엉덩이.. 어린 나의 눈에는 참 낯설고 이상한 것들이었습니다.

목욕탕에 있던 사람 수만큼 다양한 엉덩이 모양을 보고 충격받은 후 꽤 오랜 시간 동안 엉덩이는 나의 관심사 밖에 있었습니다.

몸매에 관심이 많던 청소년기와 20대에도 내가 가지지 못한 굴곡 있는 라인을 부러워할 뿐 특별히 엉덩이에 초점을 맞춰 생각한 적은 많지 않았어요.

그 후로도 시간이 지나, 미국에 와서 본 킴 카다시안의 화보처럼 샴페인 잔을 올려놓을 수 있을 정도로 도드라진 엉덩이나 말랐는데도 엉덩이만큼은 용맹한 근육질의 엉덩이들은 어렸을 때 목욕탕에 처음 갔던 날만큼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35세 이후로 안 그래도 근육량이 적은 내 몸에서 근육이 스멀스멀 빠져나가고 점점 납작해지는 엉덩이에 주목하게 되었어요. ‘이대로 괜찮을까?’


나는 이미 달리지 않으면 엉덩이가 사라질 나이가 되었다. 운동하지 않으면 배는 점점 튀어나오고 엉덩이는 납작해질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미 경험한 적도 있다. 그러면 떡 벌어진 어깨에 털만 복슬복슬 남아서 고릴라처럼 보인다. 달리기를 끊으면 나는 최소한 신체적으로는 퇴보하여, 큰 엉덩이가 있다면 결코 그렇게 진화하지는 않았을 영장류의 모습으로 회귀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달리기는 내 속의 분명한 인간적 특성인 큰 엉덩이적 인간성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철학자와 달리기, 마크 롤랜즈


미학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나를 인간이게 해준 엉덩이를 잘 가꿔나갈 필요를 느낍니다.

건강한 지구력을 위해, 또 그로 파생되는 건강한 정신을 위해 엉덩이에 관심을 주고 잘 단련시켜 봅시다.



*이 내용은 책 ‘엉덩이즘, 헤더 라드케’에서 일부 영감을 받아 그리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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