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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월안 May 14. 2024

엄마가 계신 고향 봄동산

고향 가는 길



고향에 가는 길은 언제나 근하다

가 추적추적 내리는데도

몸이 알아서 찾아가는 

여름 비를 만난 것처럼

봄비 치고는 제법 내린다

세차게 내리는 봄비에 씻긴

고향 봄산은 푸르다 못해 영롱하

오래된 고향의 향기

습한 입자들이 폐부 깊숙이 파고들어

이것이 고향 내음이라고

기억저편의 조각들이 들려준다


때아닌 비바람이 세차게 몰려와도

봄날이 무사히 지나가는 것은

수많은 새들이 바람을 품으며

날기 때문이라는 걸

나지막이 내발 아래 피어있는

이름 없는 들꽃이 들려주는 듯하다

자연의 오묘하고 조화스러운

어우러짐이 신비하다


봄꽃나무는 나뭇가지 한나로만

봄을 맞이한다

꽃이 피기 위해 준비한 오랜 시간도

바람 부는 날엔

결국 꽃 한 송이의 무게를

견디며 흔들린다

삶이 시시해진 어느 봄날이면

비바람에 흔들리는

갓 피워 올린 봄꽃나무를 보라

가지마다 위기를 견디어 내는 것

모두 꽃이라고 이름 지어

예쁘게 흔들릴 뿐이라고 치부한다

자연은 신비하다


고향 봄동산 양지바른 곳에

엄마가 계신다

엄마는 편안해 보인

내 맘이 편안하면 그러한 것이라고

투영해 본다

고향 봄동산이 맘속에 있는 것은

때가 되면 알아서 가는 곳

그 어떤 것으로도 막을 수 없는

연결된 끈

엄마가 거기에 계시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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