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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월안 Jul 12. 2024

특별한 맛 '알배기 포기김치'

알배기 배추를 주고 간 여인



   생각지도 않은 알배기 배추가 우리 집에 왔다.

아니 강제로 맡겨졌다.

이웃에 사는 예쁜 여인이 우리 집 앞에 커다란

배추 박스를 놓아두고는 우리 먹으라고 . 자세한 이야기는 전화로 얘기한다홀연히 자리를 떠났다.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아무 대답을 하지 않은 상기된 얼굴..

평소에 편안하고 차분한 사람이 뭔가에 홀린 듯하고,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해 보였다. 평소와 달라도 많이 다른 상황 같았고 무슨 일이 구나! 싶었다.

기다려 보기로 했다.

배추 12 포기가 어찌나 색깔이 이쁘고 곱던지 배추를 정리를 하며 감탄을 하고 있는데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그녀의 신랑하고 시댁 익산을 향해 면서 자동차 안에서 나지막이 들려오는 목소리..

그녀시어머니가 방금 운명하셨다는 이야기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이야기를 하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그녀의 시어머니는 욕심 많고 직설적이라서

 속에 있는 말을 쉽게 하는 전형적인 가부장적인

시어머니였다.

그래서 많이 시달려야 다. 시어머니에게 무슨 말을 들어도 예의를 가지고 대하고 그녀는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다.

가끔 극에 달할 때 푸념을 할 뿐, 시어머니를 평소에 나쁘게 얘기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홀 시어머니에 남편이 외동에 변호사이고, 변호사를 키워준 어머니라서 그럴 것이다.

세상에는 없는 아들과 사는 며느리를 시기와 질투의

대상으로만 여기고 할 말 다하고 사는 어른이셨던 것.



   그녀 부부 질투가 날 만큼 사이가 좋다. 아들 둘이 좋은 학교에 다니고 있고, 가끔 시어머니의 비상사태만  너무 행복한 가정이다.

아무리 천하에 없는 변호사를 키우셨다고 시어머니가 큰 소리를 쳤어도, 곁에서 보기에는 그녀 매번

한 수 위였다는 것을...

그 댁 시어머니가 어떤 독한 말로 펀치를 날려도

그 말을 다 담을 수 있는 그릇은 그녀가 지니고 있었으 고부간의 갈등은 되지 않았다.

밝은 목소리에

예쁜 말을 사용하고 이미 속을 다 빼놓고 시어머니를 상대했으니까 다툼이 될 리가 없었던 것.

꼬투리 잡는 시어머니보다 여유 있고 현명 그녀 매번 위에 있었던 것은

부드러움이 강한 것을 매번 이겼때문일 것이다.



   모든 관계는 끝이 있다. 빛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

갇혀서 힘들어한다고 해도 그곳을 빠져나오게 되는

시간이 온다는 것이다.

그녀에게도 그런 시간과 마주한 것이다.

타인의 곁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커튼 한 겹 걸쳐진

모습을 볼 뿐, 속속들이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삶의 모양이 조금 다를 뿐 누구나가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고민이 가장 큰 것이고, 그것을 딛고 살아내야 하는 것이 삶이기 때문에 우리는 고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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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주고 간 배추는 포기김치로 맛있게 담아 두었다.

돌아오면 담아놓은 김치를 모두  줄 생각이다.

그녀는 아마도 한동안 시어머니 앓이를 할 것이다.

그 깊은 애증 시간은 세월 지나면 옅어지고

또 그리워할 것이다.

장례식장까지 찾아가지는 못하고 그녀와 전화 통화를

했다. 같은 여자로서의 삶을 더 보둠에 드리지 못한 걸

자책하며 전화기 너머로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그녀가 지금 힘들어하는 마음까지 평소에 충분히 최선의 선택이었기에 아름다운 눈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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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12 포기는 그녀의 친정언니가 친정언니의 시댁에서 보내준 것을, 그녀에게 보내준 것인데 

배추가 먼 길 돌아 우리 집까지 온 것이다.

배추가 아주 맛있는 배추라서 다행히 담아둔 김치 맛이 좋다. 그녀가 올 때쯤이면 적당히 맛들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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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배기 포기김치 만드는 법)

   준비물 : 알배기 배추 12 포기, 황석어젓갈 반컵,

새우젓 한 컵, 맑은 멸치젓, 홍고추 15개, 쪽파 한 줌, 찹쌀풀, 고춧가루, 마늘, 생강, 당근, 육수, 양파 6개, 감미료,ㅣ 설탕, 통깨...


알배기 배추를 반으로 갈라서 물이 잠기게 소금으로

간을 해서 반나절 정도 절인다.

여름 배추는 물이 많아서 쉽게 절여지기 때문에

뒤적여 가며 상태를 살핀다.

건멸치, 건새우, 건명태... 육수를 만든다.

찹쌀 풀을 준비한다.

절여진 배추를 채반에 건져 놓고 물을 뺀다.

황석어 젓갈, 새우젓, 홍고추, 마늘, 생강, 양파 3개를

믹서기에 갈아준다.

양념을 비빌 큰 그릇을 준비하고 갈아 놓은 양념을

섞는다. 고춧가루 3컵과 양파 3개와 쪽파, 당근을 채 썰어서 넣는다. 단맛은 감미료와 설탕을 넣고 맛을 보며

넣는다.

잘 섞어진 양념이 짜다면 육수로 농도를 맞추된다.

통깨를 넣고 버무리면 완성이다.

절인 배추가 짜지 않게 절이는 것이 포인트고

여름 알배기 배추김치는 꼭 홍고추가 들어가야 맛있고

김치 빛깔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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