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로 가는 허용

할머니 머리 '뽀글이 파마'

by 현월안



아파트단지 벤치에
똑같은 `뽀글이 파마`를 하신

할머니들이 앉아계신다


모두가 같은 곡선을 따라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
가끔은 말이 없어도 괜찮은 듯,
뿌리까지 익은 침묵이 흐른다


어릴 적 엄마도, 엄마의 엄마도

어느 날부터 뽀글이 파마를 하셨

그건 선택이었을까,
아니면 나이 듦에 주어진
작은 규정 같은 걸까


젊었을
자기만의 색을 찾아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거리의 바람을 맞곤 했을 텐데,


나이를 먹으면
같은 파마, 같은 색 옷,

같은 자세로 닮아간다

아마도

체념이 닳아 만든 모양일 것이다


어쩌면 뽀글이는

삶의 주름을 미리 감싸는 것처럼
망가져도 되는 모양으로
흘러가도 되는 허용으로

만들어 놓았다


같은 머리, 같은 신발, 같은 말투

의무처럼 닳아가는 것은

삶이 만든

오래 살아남은 무언의 약속이다


한 여자가 묻는다
"나중에 뽀글이 파마 안 하면 안 돼?"

바람이 대답 대신
한 줌 꽃잎을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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