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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대디 Apr 14. 2024

마음을 연결하는 집

야마모토 리켄

‘국평’이라는 용어가 있다. 면적을 나타내는 부동산 용어 중 하나로 ‘국민평수’, ‘국민평형’의 줄임말이다. 주로 아파트의 면적을 표현할 때 사용되는데, 가장 대중적인 평형을 뜻하는 것으로 보통 34평 정도이며 84제곱미터에 해당한다.


대한민국에선 많은 이들이 수도권의 이 평형대 아파트를 사려고 열심히 일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고, 힘들게 노력한 결과 한 채라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가격의 등락에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가계뿐만 아니라 나라의 살림도 주택 경기(분양 및 거래)에 큰 영향을 받고 있으며,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전폭적인 제도적 지원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주택 관련 정책(경기 부양책)이 삶의 질과 행복의 증진을 목표로 하지 않을뿐더러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변화를 고민해야 할 때라는 것을 인식하게 한다.


2024년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야마모토 리켄은 일본의 공급자 중심의 주택 공급정책(1가구 1주택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이 책은 Y-GSA 야마모토리켄스튜디오에서 4년 동안 연구한 내용을 정리한 책으로, 우리가 어떤 장소에서 살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생각한 ‘지역사회권’이란 개념을 숫자와 도면을 통해 설명해주고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의 지역사회권 모델로 ‘판교하우징(2010년)’, ‘강남하우징(2013년)’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과정을 소개한다. 최초 계획을 수정해야 했던 에피소드는 우리 머릿속에 뿌리박힌 고정관념에 대해 생각해 볼 만한 이슈를 던진다.


일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가족의 해체, 고령화, 저출산, 갖가지 재난, 잘 굴러가지 않는 사회안전망 등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다. 가족을 기본단위로 하는 공간 구성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지금과 같은 대단지 아파트의 주거형태가 교통이나 에너지 사용 측면에서 효율적인지, 육아와 노인 케어를 국가의 사회보장 시스템에만 맡길 수 있는지 등의 문제에 대해 새로운 대안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에 크게 공감을 했다.


유명한 건축가들이 만들어 놓은 건축물을 소개하는 책이나 도시별로 꼭 가봐야 하는 랜드마크를 안내해 주는 책들은 흥미와 재미를 주지만, 이 책 ‘마음을 연결하는 집‘은 우리가 어떤 구조의 집에서 살고 서로를 도우며 상호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등, 새로운 생각을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특별했던 것 같다.

우리는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낸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왜 사는지 앞으로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 한 번쯤 생각해 보게 하는 인문서에 가까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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