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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희 Aug 18. 2023

나머지 아홉은?

Thank you for ~

폭우가 쏟아졌었다.

전진도 못하고 후퇴도 못한 정체 전선이 국토를 가로로 걸쳐서 지루한 장마가 계속되었다. 호우주의보, 호우경보, 시간당 80~90mm 국지성 극한 호우도 퍼부었다.

맏이가 대학 동기들 모임이 서울에서 있다고 했다.

두. 서너 해 전인가? 그때도 유난히 동기애도 깊고 믿음직스러운 맏이 동기들 모임이 강원도에서 있었다. 태풍이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다 같이 한자리에서 숙박하며 모이기는 어렵다고 강행을 했다. 올라갈 땐 도중 두, 세명과 합류하고 무사히 도착했었다. 다음날 좀 일찍 출발하여 오기를 신신당부했지만, 밤새도록 얘기하다 늦게 잠이 들었으니 뻔한 일이 아닌가. 바로 근처에 산사태가 일어나서 인명피해가 있었다는 보도가 먼저 왔다. 아. 점을 먹고 출발해 오니 폭우가 길을 막고 해는 떨어져서 식겁했던 모양이었다. 경험했으니, 담엔 내 말에 귀를 기울이겠지. 잔뜩 긴장한 채 , 곤두섰던 신경을 깊은  한숨으로 잠재웠었는데 ~

올해 또 같은 상황이 된 것 같아서  " 왜? 또 , 하필~ " 울컥 답답함이 속에서 올라왔다. 물론 맏이가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지속하는 것은 대환영이다. 그중 한, 두 번 본 친구도 있고, 자주 왕래한 친구도 있어서 나도 그들을 좋아한다. 그런데 서울에서 호캉스 비슷한 걸 할 거니까 염려 마시란다. 1박 2일, "날씨가 좋게 해 주세요"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애 한텐 여러 말하면  안 될  것 같고. 남편생각이 났다 이럴 때면. 기상예보와 날씨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데 출근했던 맏이가 전화를 했다 "기상 탓인지, 일도 생겼다고 하고, 많이 못 모인다네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아이고, 하나님 아버지! 다음에, 날씨 좋을 때에 만나게 해 주세요." 퇴근 시점에 다시 전화가 왔다. "모임, 취소됐어요. 서울 곳곳이 통제되었다네요.  저 퇴근해서 집으로 가는 중입니다."

다음 날  해신탕을 만들어서 모임에 못 가서 집에서 휴가를 보내게 된 아들과 함께 보양을 했다.  


이번엔 태풍이 한반도를 관통한다니.…

호우특보, 홍수주의보, 홍수경보, 풍랑특보

전엔 몰랐던 기상캐스터의 전문용어들을 만학도의 배움처럼  익히게 된 것도 그간 예고해 왔던 기상이변 까닭인가, 미디어의 발달 때문인가, 둘 다 인가. 밤새우고, 종일 태풍피해, 폭우피해, 침수, 범람, 산사태, 교통통제 … 여기저기서 전화가 왔다. 괜찮냐 고. 피해는 없냐 고. 나도 전화를 했다. 여기저기 안부를 물었다. 밖에 나가시지 말고 집 안에 계시라 고. 소 축사는 별일 없느냐 고. 과수는 피해 없겠냐 고. 인삼 밭은?  태양열 집전기는?  …

두 아들은  재택근무라니. 휴우~

비바람이 무서워서 예배당도 못 갔다. 무릎도 못 꿇고 -아파서- 거실 소파에 앉아서 천지의 창조주, 주관자  되시는 하나님께  자비와 은혜를 구할 뿐이었다. 풍랑이는 갈릴리 바다 위의 예수님의 하신 일을 떠올리며.


다행히 이번 태풍엔 사망 1명, 실종 1명 밖

에, 더 이상의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했다. 사전안전 조치를 잘해서란다  TV에서 시청자가 제보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급한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여성의 모습이었다. 경찰 두 명이 구조를  위해 뒤따르는데 경찰도 속수무책, 급물살에 비틀거렸다. 여성은 몆 번을 일어섰다 쓰러졌다를 반복하다가 가까스로 맨홀 뚜껑 같은 것에 손가락을 걸었는지 휩쓸려 내려가는 것이 멈추고, 이어서 경찰도 도착하는 영상이었다. 급물살에 사람이 휩쓸리면 저렇게 위험하구나를 실감했다.

다음날 태풍피해 보고를 보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경찰관 두 명이 100m 급류에  휩쓸리는 여성을 구했다며 영상이 잘렸다. 인명피해를 , 재산피해를 당해 망연자실, 슬픈 그들을 건드릴까 봐 예보에 비해 조용히 물러간 태풍에 대해 , 간절한 기도에 대해, 자비를 베푸신 창조주에 대해  쉽게 얘기하지 못하며 숨죽이고 있는 나를 바보라고 조롱하는 듯. 다들 태풍피해 적은 것이 제 공이라 하는 것 같았다. 피해가 많았을 때는 하늘 탓, 남 탓이라고 발뺌하기 바쁘더니.

그럴 수도 있겠지.


돌아보면, 누구나가 태풍이 피해를 남기지 않고 지나가길 발 동동 구르며, 애태우며, 숨죽이며, 두 손 모으며 얼마나 간절히 구했던가. 성난 밀물처럼 일렁거렸던 기도의 물결~


 그렇게 폭우와 태풍이 지나간 후, 썰물이 쏴아-ㄱ 물러나고, 폐장된 해수욕장 같은 썰렁함이 촐싹거리는,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듯한  시간적인 느낌은 왜일까.


기상재해, 물가폭등, 공포스러운 사회문제 등등. 또 언제, 무슨 보도를 접하게 될지 불안 불안하여 흉흉한 이때, 모두가 생존의 안전과  평안을 갈구하는 이때, 크고 작은 미담과 가슴 따뜻한 보도가 갈급해지는 요즘, 남의 선행을 누리는 것보다 쉽고 적극적인 자구책은 "감사하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내가 존경하는 어느 원로께서 보내 주신 글을 되새겨 본다.


1. 생각이 곧 감사다.

생각(think)과 감사(thank)는

어원이 같다.

깊은 생각이 감사를 불러일으킵니다


2. 작은 것부터 감사하자

바다도 작은 물방울부터 시작되었다.

아주 사소하고 작아 보이는 것부터

먼저 감사하자.

그러면 큰 감사거리를 만나게 됩니다


​3. 자신에게 감사하자.

성 어거스틴은 이런 말을 남겼다.

"인간은 높은 산과 태양과 별들을

보고 감탄하면서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감탄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감사하는 것 아주 중요합니다.


4. 일상을 감사하자.

숨을 쉬거나 맑은 하늘을 보는 것처럼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절대 할 수 없는 감사가  어려운 감사입니다.

5. 문제를 감사합시다

문제점에는

항상 해결책도 있게  때문입니다.

6. 다 함께 감사하자

장작도 함께 쌓여 있을 때

더 잘 타는 법.

가족이 함께 감사를 나누면

30배 60배 100배 결실로 돌아옵니다.


​7.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자.

결과를 보고 감사하지 말라.

문제 앞에 드리는 감사가 아름답습니다.

8. 잠들기 전에 감사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짜증과 걱정을 안고 잠자리에 든다.

잠들기 전 감사는 영혼 청소가 됩니다.

9. 감사의 능력을 믿고 감사하자.

감사에는 메아리 효과가 있다.

감사하면 감사한 대로 이루어집니다.

10. 모든 것에 감사하자.

우리의 삶에서 은혜와 감사가 아닌 것은

단 한 가지도 없습니다.


좋은 글에서  편집했음

감사합니다   


"범사에 감사하라(살전 5:17)


그럼에도 감사하고,

그러므로 감사하고,

 매 순간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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