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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희 Sep 06. 2023

보이는 것 VS  보이지 않는 것 (1)

꼭 드러내야만 잘하고 있는 걸까?

음악방송의 진행자는  " 절기는 변함없는 정직함이고, 자연 그대로이다"•라고 한다. 늦더위는 남아서 떼를 쓰지만 , 새벽으론 한 뼘 자라 다가온 가을가을한 자연을 글쟁이들이 먼저 알아채고, 눈으로, 코로, 귀로, 가슴으로, 발로, 손으로 맞이한다.

이구동성으로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 이상한 기후라고 했던 여름, 나의 텃밭도 큰 피해를 입었다.  우리 집에서 특별 재난지역이 이 베란다다.  예년이면 폭염이면 물 주고, 창문 열어주고,  블라인드 내려주면  그냥저냥 쌈채소, 방울토마토, 풋고추 정도는  먹을 수 있었는데 올 해는 다 녹아버렸다. 올봄 유난히 부지런을 떨며 모종시장을 두, 세 번이나  다녀와서 정성을 들였는데…

채소에 비해 화초는 녹지 않은 것을 보고 화초가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물론 햇빛, 물을 좋아하는 올리브나무, 아보카도나무, 수국, 뱅갈고무나무, 크로톤, 문샤인 산세베리아, 보스턴 고사리, 아데니움, 안스리움, 소철, 프렌치 라벤더, 장미 허브, 로즈마리, 페퍼민트, 바질 등의 허브들을 음. 양지로 줄을  세워서 우대를 했었다. 거실에도 나와 동거하는 푸름이들로 붐빈다.  모두 동거 5~6년 이상 된 푸름이들이라서 알만큼 안, 키 큰 뱅갈 고무나무, 벤자민, 몬스테라, 스파트필름 두 항아리, 호프 셀렘, 스투키, 수십 미터의 스킨답서스(에피프레넘), 란 분, 다육이 몇 십 점 ~.

물론 이사 올 적엔 미니멀 라이프를 외쳐댔었지만 , 하나, 둘 분양도 하고 , 받고 하고 보니  이리되었는데 잘 어울려 지낸다.


가을인가 하여서, 녹아버린  채소밭을 정리하고 쌈채소 모종이라도 다시 해 볼 양으로  베란다로 나갔다.  폭망인 텃밭에 울금이 자라서 한껏  뽐내고 섰다. 키가 커서 대형 화분에 심었는데 , 이젠 천정에 닿겠다고 까치발을 한다. 확실히 강한 작물이다.   칸나보다, 토란보다 더 …

3년 전, 칠, 팔월 무렵이었다. 우리 부부는  아들 숙소에 머물며 이른 아침에 저수지 수변으로 산책을 다녔다. 아예 간단한 먹거리도 챙기고, 휴대폰도 지참해서 빌라, 단독 주택 골목을 빠져나와 큰길을 건너서 아파트단지 붉은 벽돌 담장길을 따라 쭈욱 걸어서 돌아가면 저수지로 향하는 길이 나오고 갑자기 시골길이 된다. 그 길을 걸어  1km를 못 가서 저수지가 나오는데 다섯 번 돌면 30분 걸리는 크기다. 데크와 흙길이 둘러있고, 중앙의 꼭짓점에  세련된 정자와 약수터, 그리고 운동기구들이 있다.  분지형태의 평지고 그 뒤로, 좌로 등산로가 있어서  산행을 즐기는 이도 여럿 보았다. 우리는 걷다가 그 정자에 올라서 예배도 드리고  챙겨간 음식도 먹었다. 걷던 이들이 흘낏 쳐다보기도 했지만 코로나 시절이었기에 자연스러운 간격이 생겨나 있었다. 사람들의 관심도.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가  그 어떤 보화와 비교할 수 없는 귀한 시간이었다. 다 내려놓고, 맑은 공기 마시며 , 운동하면서 일용할 것을 구하는  아이 같았으니~

같은 길을 돌아오다 보면 빌라 사이 단독주택이 몇 채 있는데 , 이 골목에 들어설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었다.  ' 손바닥 만한 땅 '에 대한  의미다. 담벼락에 붙여서  길가에 다  각종 작물을 집집마다 심어서 가꾸고 있었다. 쪽파도 심고, 부추, 고추, 상추, 가지, 등등.  그중 한집은 아예 커다란 화분 대여섯 개를 담장에 붙여 일렬로 세워 내놓고 칸나도 아니고 , 토란도 아닌  비슷한 이미지의 그때까지 몰랐던 작물을 키우고 있었는데 어느 날 보니, 그 식물에 하얗고 예쁜 꽃이 초록으로 싱그러운 줄기 사이에서 청초하기 이를 데 없게 피고 있었다.  너무 사랑스러워 탄성을 지르는 나를 보고 남편도 공감해 반색을 했다. 그러나  주변엔 아무도 없어서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이후 몇 번  그곳을 지났고 , 화분은 정리되어 있었다. 베었는지, 씨를 받았을까,  월동을 하는가?


 이어서 *진짜 얘기하고 싶은*  내용으로 만나겠습니다.  꼭 다시 초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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