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보낸 여름 (9)

심연

by 현현

검게 철썩이는 여름 밤바다 앞에서 생각난 잔상이 있다.

누군가는 잠기고 싶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


떠나지

떠나야지

떠나고 싶지


왜?


떠나고 싶으니까

떠나야 하니까

떠나고 싶었으니까


왜?


멀리, 멀리

아주 멀리

위에서 내려다봐도

끝내 닿지 못할 세계가 부러우니까


왜?


아무것도 보지 못해야

보이는 게 있으니까

내 모든 걸

깜깜한 곳에 묻을 수 있다면


난 기꺼이

너한테 잠길 거야

아주 깊이 오랫동안

아무도 날 찾을 수 없도록

너한테 잠길 거야

월, 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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