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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둘째 유산기

가족만으로, 충만해진 남자

by 봄아범


사고 싶어지는 꿈이 있다. 하얀 돼지가 나오는 꿈. 달려와서 내 품에 폭 안기는 꿈. 회사 후배 S의 꿈이 그랬다. 그는 나에게 간밤의 꿈을 팔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 부부가 둘째를 임신한 지 한 달 남짓한 때였다. 흔쾌히 꿈을 사면서 지난 주말을 떠올렸다. 사실, 태몽은 어머니가 꾸었다. 둘째 임신 소식을 부모님께 전했다. 대뜸 어머니는 당신의 꿈을 고백했다. 그런데 꿈 내용은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나 할 말 있는데……. 아니다.”라며 장난치는 친구와 다를 바 없었다. 꿈의 내용이 뭐냐며 어머니에게 재차 물었다. 어머니는 뭔가 더 말하려다가 이내 입을 닫아버렸다.


아이가 엉덩이를 하늘 높이 올리고, 다리 사이로 보는 자세. 동생을 보는 자세라는 속설이 있다. 한동안 꽤 자주 봄이 이렇게 우리를 바라봤다.


아내는 차마 입을 떼지 못했다. 아기의 첫 심장 소리를 듣고 온 그녀의 눈은 텅 비어있었다. 겨우 입술을 열어 기다렸던 나에게 말했다.


“아기 심장이 안 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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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부터 아나운서를 꿈꿨던 소년. 2012년부터 종교방송국에서 프로그램을 진행, 제작하는 남자. 2023년부터 가족과의 기록을 남기는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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